30년 모솔 인생 드디어 종지부 찍을 것인가..!
첫 만남은 소개팅남이 우리 동네로 왔기에 두 번째는 내가 이동하기로 했다. 물론 차도 없고 면허도 없어서 일산에서 남양주까지 가기에는 무리였기에, 그나마 남양주에서 대중교통으로 오기 편한 강남역에서 보기로 했다. 일산에서 강남역은 한 번에 가는 광역버스가 있지만 시간은 좀 걸렸다. 하지만 소개팅남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주일동안 온갖 의류상가를 뒤적이며(온라인 배송은 실물과 다를 수 있고 배송일정도 장담할 수 없어서) 새 원피스까지 사서 입고 갔다. 첫날은 수수했기에 두번째 날은 왠지 다른 이미지를 어필해야만 할 것 같아서 과하지 않은 다크 레드 컬러의 원피스를 입었다.
소개팅남과 강남역에서 만나 연어회를 먹고, 2차로 칵테일바를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술이라고...! 알콜이 들어가면 좀 더 친근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절대로 다른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소개팅남도....아마 그랬을 것이다.) 막상 칵테일바에 왔는데 놀랍게도 그는 술을 아예 안 먹는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다면 칵테일바는 왜....? 싶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도 어디서 코칭을 받고 온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쨌거나 두 알쓰끼리 나는 적당한 도수의 칵테일을, 그는 그 와중에 논알코올을 찾아서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첫번째보다는 덜 어색했고 설렘이 더 큰 만남이었다.
애프터가 끝나고 나니 자연스럽게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같이 영화를 보기도 하고 카페를 가기도 했다. 우리가 소개팅 후 한참 만나던 2016년 10월과 11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초입이 되면 열리는 청계천의 불빛축제를 보러 가기도 했다. 알록달록한 조명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마지막에 카페로 이동하기 전 처음으로 '투샷'을 찍었다. 찍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이 사진을 지울 일이 없으면 좋겠다'
나는 그와 거의 한 달 가까이 만남과 연락을 이어가면서도 아직 그의 연락처를 저장하지 못하고 있었다.이렇게 애프터, 3프터, 4프터까지 갔다가 소리소문없이 페이드아웃했던 소개팅남들이 많았기에.. 괜히 저장했다가 나중에 눈물을 훔치며 지우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다섯 번까지 만났는데도 아무 관계정립이 없는 만남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대체 무슨 사이일까? 우리 만남의 엔딩은 대체 어떤 형태일까? 연애 고수들이야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 설렘을 즐기고 있겠지만, 과년한 모솔인 내게 그런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나는 결말이 날 듯 안 날 듯 이어지는 이 설레면서도 불편한 관계에 빨리 결론을 내리고 싶었다.
다섯 번째 만남. 우리 동네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 나오는 파주의 한 테마파크로 가서, 마늘빵이 맛있다는 한 유명 카페에서 마늘빵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갑자기 소개팅남이 물었다. "혹시 OO씨는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앗, 이런 느낌의 질문은 처음이었다. 나는 최대한 소개팅남을 연상시킬 수 있으면서도 솔직하게 답을 했다. 착하고, 또 어쩌고저쩌고...
그렇다면 소개팅남씨의 이상형은 어떻게 되세요? 소개팅남의 대답은 바로,"OO씨같은 사람이요."였다.
아니 이건 고백인가? 아닌가? 고백이면 카지노 가입 쿠폰 사귀자는 소리인가? 그럼 뭐라고 답해야 하지? 근데 딱히 고백은 아닌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서로의 이상형에 대한 카지노 가입 쿠폰기를 (옆에서 누가 봤다면 정말 꿀잼이었을 듯) 나누고 다시 그의 차를 타고 집 앞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루기가 힘들었다. 아까 그 말의 의미는 뭘까? 내가 좋다는 건가? 사귀자는 건가? 그럼 카지노 가입 쿠폰는 대체 무슨 사이일까? 터질 것 같은 마음을 하고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카지노 가입 쿠폰 무슨 사이에요?"
아까 그의 말은 관계 정립이 아니었다.
"아...사실은 한 번 정도 더 만나고 정식으로 꽃이라도 주면서 사귀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냥 지금 말해야겠네요.. 카지노 가입 쿠폰 사귈래요?"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물론 OF COURSE YES 였다. 그렇게 나의 30년 모솔 인생은 막을 내리게 됐다. 다만 이전처럼 일주일 만에 또 없던 일로 되어버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