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코스 도장깨기
그렇게 얼떨결에 사귄지 2주 만에 자취방을 공개하고 나서, 왠일로 가타부타 연락이 없는 남친이 신경쓰였다. 사실 그 전에도 교대근무라는 직종과 한밤중에도 큰 사고가 나면 꼬박 밤을 새야 하는 경우가 있었기에 연락이 몇 시간 없어도 그러려니했는데,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괜히 예민해졌던 게 사실이다.
밤을 보내고 났더니 그리도 다정하던 남자가 갑자기 증발해버렸어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오프라인의 괴담들이 설마 내 얘기가 되려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후 늦게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 그는 내게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왜 연락 없었어?"
아아, 그 역시 내가 자신에게 실망을 해서연락을 안 하는 건가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면서 결국은 서로 빵 터졌다.
그 뒤로 우리는 조금은 더 편해진 상태로 본격적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시작했다.
우리는(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지난 30년간 못 해봤던 온갖 데이트코스를 시도하며 그야말로 한풀이하듯 커플놀이에 푹 빠졌다.
주변의 친구들이 남자친구와 다녀왔다는, 혹은 SNS와 방송에서 데이트 코스로 자주 소개되는 곳들, 하지만 나는 여자사람 친구를 꼬셔서 겨우 다녀왔다가 커플 농도 90%의 분위기에 마냥 즐기지 못하게 되거나, 아니면 아예 가보지도 못했던 그런 곳들 말이다.
-남산타워에 자물쇠 걸기
-벚꽃 축제 가기
-아쿠아리움 가기
-한강에 도시락 싸서 소풍가기
-영화관 커플석 앉기
-북촌 어둠속의 대화 + 북촌 맛집 탐방
-불꽃축제 같이 구경하기
-커플 펜션 여행
-바닷가 모래사장에 '남친 ♡ 여친' 요런 거 쓰기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 타기
-같이 장 봐서 요리해 먹기
-100일 200일 기념일 챙기기
-커플링 맞추기
-커플티 맞추기
-커플 아이템 맞추기
등등....
그 당시 커플 메신저 업체 '비트윈(아, 이것도 커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우리는 사귀기로 한 지 열흘 정도 됐을 때 비트윈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데이트 코스 추천 앱이 있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운영이 중단된 지 오래지만, 우리는 그 앱에 마치 도장깨기를 하듯 우리가 방문한 모든 곳들을 기록했고 다른 사람들이 올려둔 데이트 코스도 참고해서 매주말을 다채롭게 보냈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몇 개월 차에 위의 리스트를 포함한 왠만한 것들을 다 해볼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는 생물학적 나이는 30대 초반이었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이는 풋풋한 스무살이나 다름 없었기에 가능했다. 누구 하나 "우리 나이에 무슨 유치하게 그런 걸 해~"라고 제동을 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남자친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따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으므로).
한참 모솔 생활을 할 때도 만약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하게 된다면 나와 비슷한 경험치인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평범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경험을 가진 상대에게 나의 서툼이 흠잡힐 것 같기도 했지만,나에게는 너무 하고 싶었던이런 소소한 것들을 같이 하자고 하기에는 상대는 이미 다 경험해 본 것들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서로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모든 것이 새롭고 짜릿했다. 남들이 10대, 20대 풋사랑을 낭만적으로 회상하면서 이제는 그런 순수함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탄할 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그것이 현재진행형이었다.
나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비로소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맞는 특별한 날들은 행복감이 더 컸다. 사귀고 나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에는 번잡한 곳이 싫다는 남자친구의 의견과 그래도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는 나의 생각을 절충해서 가까운 근교의 펜션으로 1박을 갔다. 크리스마스 성수기에 급하게 잡은 숙소라서 인테리어는 꽤나 촌스러웠지만... 빨간 하트들이 온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방에는 연인끼리가 아니라면 도저히 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과의 1박 여행도 처음이고, 놀러가기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도 좋기만 했다.
2017년이 됐고 나이 한 살 씩을 더 먹었다.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에서 처음 맞은 발렌타인데이였다. 그간 내게 발렌타인데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의리상 초코를 주고받거나 가족에게 미니쉘 같은 거나 주는 무미건조한 날에 다름없었다. 하지만 올핸 달랐다.
당시 회사 동기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나이 31살에 목하 열애 중인 나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늘온라인 카지노 게임 날 예슬 언니는 남친한테 초콜릿 만들어주고 있을까?"
"에이 설마 만들어주기까지 하겠어? 난 안 만든다에 한표."
그 시각 나는 난생 처음으로 DIY 초콜릿 만들기 키트를 사서,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며 이리저리 연금술을 하고 있었다. 제일 난이도 낮은 파베 초콜릿이라고 해서 샀는데 녹이는 것부터가 왜 이리 쉽지 않던지.
그리고 내가 정성껏 만든 삐뚤빼뚤한 초콜릿은 예쁘게 포장해서 남자친구에게 줬다. 남친은 역시나 입이 귀에 걸려서 "여자친구한테 처음 받아 보는 초콜릿"이라며 기뻐했다. 역시 선물은 받는 것도 좋지만 줬을 때 상대방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하다.
시간이 더 지나 벚꽃이 피는 봄이 왔다. 솔로일 때는 기분이 참 묘해지는 계절이었는데 이번에는 마냥 들뜨고 좋았다. 여의도의 사람 북적거리는 윤중로에서 남자온라인 카지노 게임 손을 꼭 잡고 벚꽃길을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군대 선임이 부산에서 결혼식을 한다며 같이 가겠냐는 제안을 해 왔다. 간만의 부산 여행이고, 남자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함께라고 하니 왠지 가보고 싶었다. 사실 경조사를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양가 부모님을 뵙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인 정도라니까 부담도 없었다.
그렇게 커플티를 입고 부산행 KTX에 올랐다. 아지랑이가 따끈하게 피어오르는 봄날이었다.
그날 부산의 한 숙소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이에는 새로운 화두가 떠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