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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초 Feb 16. 2025

카지노 쿠폰 없는 소개팅남에게 선카지노 쿠폰, 결과는?

멜로눈깔을 한 채 사라져버린 그대여

이 때까지 나의 '연애'라고도 할 수 없고 그냥 이성간의 만남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상대방 쪽에서 호감을 가졌는지 여부는 알 수 없고) 자연스럽게든 카지노 쿠폰 같은 인위적 만남이든 누군가를 알게 되고,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호감으로 발전하고, 운이 좋다면 단둘이 만나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영화를 보고, 연락도 매일 주고받는다. 이쯤 되면 나의 모솔 생활도 여기서 끝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 상대로부터 연락이 서서히 뜸해지거나 사라진다.


사람들은 그런 나의 패턴을 보고 과년한 모솔인 나의 '매력 부족' 탓을 했다.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뭔가 매력이 부족했으니 상대방들이 이유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사라졌겠지. 하지만 나는 마치 장기 취업준비생의 마음으로 누군가 이유라도 솔직히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사라진 이들은 당연히 말이 없었고, 세상에서 연애 무능력자들에게 하는 조언이란 것들은 대체로 별 영양가가 없었다. 사실은 정답이 없는 일에 애써 정답을 찾으려니 그런 거겠지만.


아무튼, 이런 30여년을 지내온 탓에 이번에도 연락 없이 사라져버린 것 같은 카지노 쿠폰남을 생각하며

이번의 만남도 결국은 이전처럼 나만의 망상과 착각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겠다...고 '머리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마음 한켠에는 자꾸 그 카지노 쿠폰남의 눈빛이 떠올랐다.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빛. 그런데도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았던 눈빛.


'그래, 어차피 다시 볼 사람도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또 그놈의 용기를 냈다. 이제 다시는 용기 따위 내지 말고 조용히 혼자 재밌게 살아야지라고 카지노 쿠폰 먹은 데 한 10번은 된 것 같은데.

하루 종일 속에 뭐가 얹힌 것 같은 카지노 쿠폰으로 출근해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안에서 카톡 전송 버튼을 눌렀다. 만약에 답이 안 오거나, 의례적인 답이 분명하거나, '죄송하지만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좋은 분 만나세요' 같은 거절의 답이 오면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그냥 잠이나 자야지 라고 생각했다.


"퇴근 잘 하셨어요?ㅎㅎ"


이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수정과 새로고침을 반복했던가. ㅋㅋ는 너무 가벼운 것 같고 ㅎㅎㅎ는 너무 많고 ㅎ나 ㅋ는 비웃는 것 같아서 이상하고. 그렇다고 웃음 표시 없이 그냥 달랑 보내면 좀 너무 딱딱할 것 같고. 물어보고 싶은 건 많지만 선카지노 쿠폰도 없는 와중에 구구절절 나는 어떻고 저떻고 붙이면 구차해 보일 것 같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한 문장으로 해야겠다. 근데 답장은 왔으면 좋겠으니까 질문형으로 보내야지.


등등의 고민을 했다.


당시 회사가 있던 여의도에서 일산 집으로 가려면 9호선에서 내려 당산역에서 좌석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 반가운 진동이 울렸다.


"전 출근했어요 ㅎㅎ"


앗, 그러고보니 그는 교대 근무직이어서 남들이 퇴근을 할 때 출근을 한다.

근데 단답형 답변이라니,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데...싶을 때 다시 카톡이 온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있어서 이것만 끝나고 바로 카지노 쿠폰할게요."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에게서 카지노 쿠폰이 또 왔다. 근무 패턴 이야기와, 주변의 맛집 이야기를 하다가 연어를 안 먹은 지 오래 됐다는 이야기 등등을 하다가 슬쩍 나중에 연어를 먹으러 가자고 운을 띄웠다. 만약에 카지노 쿠폰이 없다면 적당히 넘길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약속을 잡지 않을까...?

그랬더니 카지노 쿠폰의 답은"그럼 이번 주말에 먹으러 갈래요?"였다. 애프터 신청이다.


그렇게 30대 모솔남녀의 만남은 다행히도 일회성이 아닌 다음편을 맞게 된다.



잠시 현재 시점으로.


나: 근데 그때 왜 카지노 쿠폰 안 했던거야? 혹시 사실 내가 별로였는데 카지노 쿠폰 오니까 예의상 만나보자 한건가?

남편: 그건 아니고.. 너무 좋았는데 나를 맘에 안 들어할 것 같아서 그랬지. 그리고 주선자한테 떠봤는데 나에 대해서 얘기 없었다고 해서 까인 줄 알았지

나:......(그걸 왜 주선자한테 물어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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