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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초 Feb 14. 2025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모솔인데 만나볼래?

모솔이라서 모솔을 만나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큰 하자(?)도 없는데 서른이면 연애를 한 번쯤은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무심하게 서른이 되었다.

서른의 여름에 자주 보는 대학 동기 동성 친구들과 캠핑을 갔다. 글램핑이라는 게 유행이라는데 한 번 가보고 싶어서. 당시 나는 어딘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얼마 되지 않는 동성 친구들을 동원해서 다녔다. 친구들은 자신이 남자친구가 없을 때는 나를 쉽게 만나줬고(때론 이별해서 힘들어하는 그들을 내가 위로해주기도 하고), 연애중일 때는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다행히도 비슷한 모솔 친구가 있어서 쉽게 뭉칠 수 있었다.


처음 가 보는 글램핑장에서 이것저것 구워먹고 불도 피워놓고 맥주랑 소주도 한두잔 하면서(물론 나는 술을 잘 못해서 맥주만 마시고, 술 잘 먹는 나머지 두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주로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다가 한 친구가 얘기를 꺼냈다.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의 결혼식에 갔는데, 거기서 오랜만에 만나는 남자 동창을 만났다고. 근데 여자친구가 없어서 소개팅 시켜줄까? 했더니 냉큼 좋다고 하더라. 라면서 내 옆에 있는 다른 (모솔) 친구에게 소개팅 권유를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연애를 해보려고 노력은 하던(30살 당시에는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갈리느라 잠시 놓고 있었지만)나와 달리 이 친구는 거의 비연애주의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래서 소개팅도 단박에 거절을 했다. 다른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권유를 했다. 깍두기처럼 구경하던 나는 은근슬쩍 부아가 치밀었다.

사실 술기운이 아니었으면 그래도 참고 그냥 있었을 것 같은데, 혈중 알콜농도 탓인지 나는 진실의 입을 벌리고야 말았다.


"아니, 나도 있는데, 나도 남자친구 없는데, 어떻게 나한테는 소개팅 받아보라는 소리도 안해? 내가 그렇게 별로야? 내가 대체 뭐가 문제인데?"

두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은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해져서 말했다. "어....그래, 그럼 니가 나갈래?"

주선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은 그랬다. 소개시켜주려는 남자의 키와 자신의 키(대략 160대 후반)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 너(165)와는 맞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다. 다른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키가 작은 편이니 잘 맞을 것 같아서 그랬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얼굴은 봐도 키는 안 보는 편이다. 무슨 착한 척 개념있는 척이 아니고 그냥 내 취향이다. 60년생이신데 키가 180이 넘는 우리 아빠와 별로 친하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리고 내 귀를 솔깃하게 한 부분도 있었다. 본인이 알기로 그 남자도 '모솔'이라고.

나는 서른 살의 나이에 제대로 된 연애 경험이 없는 내 자신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인지, 누군가를 만난다면 상대방도 나처럼 연애 경험이 별로 없기를 바랐다. 왠지 연애 경험이 많은 상대를 만나면 나이에 비해 서툰 나를 무시하고, 내가 끌려 다닐 것 같고, 이상하게 여길 것만 같았다. 30대 연애는 20대의 연애와는 많이 다르고 좀 더 서로 편한 연애를(말하자면 어디 핫플 같은 데 안 놀러 다니고 그냥 조용히 방 잡고 쉬는)한다는데 데이트 한 번 제대로 안 해본 나는 그런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그래서 반 우격다짐 식으로 소개팅에 나가게 됐다. 그날 주선자 친구는 전화번호와 함께 그 동창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도 보여줬는데, 사진이 이상하게 나온 탓인지 나의 기대치는 별로 높지 않았다. 그냥 아, 이렇게 생겼구나. 정도였다.

그렇게 서른이 된 후처음으로 소개팅 자리를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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