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에서 보낸 열흘
찰나의 보석들
빠이 중심가를 벗어나 강을 건넜다. 이 즈음부터는 상점이나 민가가 아주 드문드문 있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씽씽 지나쳐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나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먼 길을 갈 때면 늘 서두르게 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은 빠이를 떠나기 전에 언덕 위의 큰 부처님을 뵈러 가는 마지막 날이니, 해변의 고운 모래 속을 찬찬히 뒤져 예쁜 조개껍질을 찾아낼 때처럼, 사방에 펼쳐진 풍경 속에서 내 마음의 보석상자에 고이 담아갈 것들을 찾아내기 위해 천천히 걸었다.
우기엔 강이 범람하는지 강변의 풀숲엔 제법 큰 수상가옥 같은 것이 지어져있는데, 카지노 가입 쿠폰은 시간을 내어 한 번 가까이 가봤다. 폐업을 했는지 수상가옥으로 건너가는 다리 앞을 철문이 굳게 가로막고 있다. 다리 너머엔 <Darling Bar와 <Bamboo Restaurant이라는 간판이 나란히 달려있고, 외벽엔 검은색 코끼리 한 마리만 외로이 남아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중이다. 언뜻 들여다보이는 건물 안 쪽을 보면 폐가는 아닌 것 같은데. 철근까지 동원해서 입구를 꽁꽁 막아둔 걸 보니 무슨 사정으로 휴업 중인지 괜히 더 궁금해진다.
박공지붕 세 개가 멋들어지게 솟아오른 집 마당엔 꼬리를 풍성하게 기른 닭들이 뽈뽈뽈 돌아다니며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는 중. 대문 앞에 앉아있던 백구 한 마리가 낯선 사람을 보곤 고개를 번쩍 들더니, 침입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다시 잔디 위에 축 늘어붙는다.
땡볕 속을 걷다 만난 덩굴을 치렁치렁 걸친 나무가, 꼭 밤이 되면 스르르 깨어나 걸어 다닐 것처럼 생겼다. 이 나무, 덩치도 제법 큰데, 머글들이 모르는 본모습은 아마도 해리포터의 해그리드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아니면, 수염을 아주 길게 기른 숲의 신령님이신지도 모르겠다.
문을 걸어 잠근 수상가옥도, 2층집만한 키에 넝마 같은 덩굴을 주렁주렁 걸친 나무도, 어둠 속에서 맞닥뜨린다면 모골이 송연해질지도 모르겠지만, 다행히 햇살이 반짝이는 오후여서, 카지노 가입 쿠폰 그것들을 차곡차곡 내 마음의 보석상자에 담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보석들이
오르막길을 오르기에 앞서 연료 먼저 충전하러 왔다. 때가 되면 고영희님이 어슬렁어슬렁 순찰을 다니는 사찰 앞 채식식당.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이것도 저것도 다 후회 없이 맛보고 싶은데, 결국 고른 카지노 가입 쿠폰 지난번에 맛있게 먹었던 현미로 만든 와플. 와플보다도 곁들여 나오는 담백한 캐슈버터를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맛보고 싶었다. 오늘은 지난번과 달리 와플에 초콜릿소스를 뿌리고, 식당 뒤편에서 기르고 있는 어린잎으로 만든 샐러드 한 접시도 함께 주문했다.
와플도 샐러드도 화려한 기교 없이 정직하고 담백한 맛. 샐러드 소스가 달지 않고 자연스러운 맛이어서 좋았다. 직접 기른 잎사귀들엔, 어린잎 특유의 수분과 달큰함이 가득! 와플은 따끈따끈하고, 초콜릿소스가 달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쌉싸름함으로 입맛을 돋우어주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오르막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난 것들은 계속 새로이 눈에 들어온다. 맨드라미를 닮은 솜털이 가득한 꽃이 있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화단 한쪽 구석에 구불구불 제멋대로 자라난 녀석들이 어쩐지 태국사찰에 흔한 뱀의 형상을 닮은 것 같다. 바로 옆 맨드라미들은 내가 익히 아는 바로 그 모습인데, 이 녀석들만 유독 뱀처럼 구불구불 자라난 연유는 무엇인지.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평소엔 그저 지나쳐버리는 것들이 하나하나 마음의 상자 속에 빼곡히 담기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부터 예기치 못한 사유가 시작된다.
뱀의 머리를 세 개씩 조각해둔 이유
언덕 위의 큰 부처님에게로 향하는 길목엔 카지노 가입 쿠폰도 개 형상을 한 석상 두 마리가 늠름하게 지키고 있다. 거푸집으로 찍어낼 수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큰 석상 두 개를 쌍둥이처럼 똑같이 만들었을까. 계단을 오르다 잠시 멈춰 서서 감탄하다 보니, 섬세하게 조각된 갈기와 그 속을 빼곡하게 채워 넣은 반짝이는 색색의 장식들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그간은 그저 ‘계단 양 옆에 뱀을 조각해 불상으로 가는 길을 호위하도록 해두었구나’ 정도만 생각하며 지나쳤던 뱀이 머리가 셋이나 달려있다는 사실도 오늘에야 발견. 우리나라에선 태몽으로 머리가 여럿인 뱀의 꿈을 꾸면 재주가 많은 아이가 태어난다고들 하는데, 태국사람들은 어떤 연유에서 뱀의 머리를 셋이나 조각해두었는지 궁금해진다.
뱀은 독을 지니며, 그 독으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니. 만약 네가 악한 마음을 품었다면, 부처님께 가는 이 길목에서 모두 내려두고 가라는 뜻은 아닌지. 제 아무리 교활한 자라 하여도 머리가 셋씩이나 달린 뱀들을 피해갈 수는 없을 거라고, 이 계단을 조각한 사람들은 믿었던 것이 아닐까. 오직 바르고 경건한 마음을 가진 자들만이 이 오르막길을 밟아 올라, 마침내 큰 부처님과 만나기를 바라며.
마침내 꼭대기에 올라 부처 앞에 서니, 푸른 하늘을 온통 가로막고 있던 먹구름 속에서 거짓말처럼 빛이 피어난다. 마치, 카지노 가입 쿠폰남과도 같은 광경.
마치 태양이 빛을 비출 자리라는 것을 아는 듯, 마을로 몰려온 검은 먹구름 떼도 한가운데 둥글게 자리를 비워두었다.
큰 부처를 만카지노 가입 쿠폰 것도, 마을을 내려다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생각할수록 덤덤하게, 또는 담대하게, 가라앉는 마음.
빛과 어둠
부처님께 마지막 인사를 하고 이만 하산하는데, ‘사찰삼총사’ 중 한 마리인 까만 개가 갑자기 수풀 속에서 튀어나오더니 내 앞을 도도도도 가로지르며 계단을 내려간다.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됐구나. 깨달으며, 문득 까만 개에게 ‘이번 삶은 몇 번째니?’ 물어보고 싶어진다. 만약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그럼 혹시 카지노 가입 쿠폰 몇 번째 인생을 사는 중이야?’라고 묻고 싶다.
치켜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까만 개는 마치 에스코트라도 하듯 서서히 사방을 장악해오는 어둠 속에 나를 인도해가고. 친구의 발자국소리를 들었는지, 어느 집에서 불쑥 튀어나온 누렁이가 중간부터 합세해 내 앞을 호위해주었다.
사찰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밤. 길 건너에 불을 밝힌 채식식당은, 대나무로 엮은 대문을 빈틈없이 걸어 잠가둔 밤의 모습이 훨씬 신비롭다. 낮에는 머글들에게 음식을 팔고, 밤에는 마법사들에게 지팡이라도 팔 것 같은 모습.
사찰에 올 때마다 참새 방앗간 들르듯 들렸던 채식식당 옆 구멍가게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도 바나나스낵을 한 봉지 샀다.
낮에는 싱그럽게만 보이는 초록색 잎사귀들은, 밤이 되어 어둠에 겹겹이 둘러싸이면, 마치 삶과 죽음을 모두 아우르는 불가사의한 힘을 품고 있는 전사들처럼 보인다.
시대의 미감
쿵쿵쿵- 도로 한복판에서 갑작스레 클럽에서나 들을 법한 이디엠edm이 들려와 걸음을 멈추었더니, 도로변의 검은 숲 군데군데에 하얀 해먹이 걸려있다. 여기가 대체 카페인지 뭔지 알 수도 없게, 황량하기도 하고, 자연의 극치인 것 같기도 한 풍경. 무심코 ‘와, 분위기 독특한데? 이거 완전 MZ감성 아냐?’하면서 동영상을 찍다가, ‘아차, 여기 혹시 대마흡연을 하는 곳인가?’싶어 얼른 카메라를 끄고 음악이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까지 바삐 걸었다.
검은 숲에해먹을 걸고 edm을 틀어놓았다는 사실만으로 대마판매나 흡연여부를 속단할 순 없지만, 이어진 길가엔 ‘대마초’를 뜻하는 WEED와 CANNABIS가 적힌 간판을 내건 상점들이 어두운 밤을 맞아 불을 밝히고 있었다.
* 환각물질을 포함한 대마는 우리나라와 같이 태국에서도 불법입니다. 여행 시 위와 같은 상점은 불법 대마초를 취급하고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태국이 최근 합법화한 것은 환각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산업용대마입니다. 관련내용은 지난 포스트 <빠이의 낮과 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summerstove/32
분위기 좋은 곳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정말로 대마와 관련된 곳이라면 좀 아쉽다. 생각하다가, 카지노 가입 쿠폰 대체 언제부터 저런 어딘지 폐허를 연상시키는 곳들을 감각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고민에 빠졌다.
다 쓰러져가는 건물에 조그맣게 문을 내두고 영업하는 인스타카페라든가, 예전엔 도축장이었던 곳에 지은 클럽이라든가. 요즘 ‘MZ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각광받는 핫플레이스들은기존카지노 가입 쿠폰가 정의한 ‘아름다움’이나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미감을 갖고 있다 보니,‘도대체 요즘 애들은이해할 수가 카지노 가입 쿠폰’는 부정적인 반응들도 거세지만.
그런데 되돌아보면, ‘세기말감성’이 인기였던 1990년대 말이나 ‘뉴밀레니엄’으로 떠들썩했던 2000년대나, 지난 그 어느 시절에도 새롭게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미감을 기성세대가 환영한 적은 없었다. 비슷한 예로 카지노 가입 쿠폰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에도 선배들에게 ‘이번 신입생들은 버릇이 없다’ 소리를 들었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에도 선배들에게 ‘이번 신입생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졸업한 지 20년이 지난 요즘에도 여전히 대학가에선 ‘이번 신입생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 신입생을 신입사원으로 바꿔도 마찬가지-
X세대, N세대, 그리고 지금의 MZ세대까지. 개중 기성세대로부터 환영받거나, 기성세대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세대는 단 하나도 카지노 가입 쿠폰. 오죽하면 고대 로마의 폼페이 유적에서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카지노 가입 쿠폰’는 낙서가 발견됐다고 하니, ‘요즘 세대’란 기성세대에겐 시대불문 ‘이해할 수 없는’ 난제인가 보다. 하지만,
홀로 태어카지노 가입 쿠폰 세대는 없다
그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혼자서 저절로 탄생한 카지노 가입 쿠폰가 있을까? 1990년대 후반 젊은 카지노 가입 쿠폰가 환호했던 세기말감성은 당시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타고 자연스레 떠오른 것이었고, 요즘 MZ카지노 가입 쿠폰가 환영하는 ‘무너지고 부서진’ 디스토피아의 감성 역시, 지금 우리의 사회상을 가장 정직하고 적나라하게 반영해내고 있을 뿐이다.
기성카지노 가입 쿠폰는 ‘젊은 애들은 철도 없고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한다’고 쉽게 재단해버리지만, MZ카지노 가입 쿠폰는 세월호와 이태원참사 등, 대규모의 인명피해를 낸 끔찍한 사건들로 사랑하는 친구들을 뼈 아프게 잃고,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안전장치가 극히 빈약한 사회 속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양극화를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기도 하다.
새로운 세대는 혼자서 저절로 태어카지노 가입 쿠폰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세대들이 쌓아온 역사의 결과로 탄생한다.
스러져가는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 그들은 이전 카지노 가입 쿠폰가 ‘아름다움’으로 정의한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스러져버린 절망 속에서 자란 카지노 가입 쿠폰이며, 또한 그렇기에, 기존의 모든 것들을 기꺼이 해체하고 새로운 것들을 탄생시킬 수 있는 희망을 품고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기도 하다.
‘요즘 애들은 이해할 수 카지노 가입 쿠폰’며 쉽게 선을 그어 버릴 때, 그것은 기성세대가 스스로 쌓아온 역사의 결과로서 맞이한 지금의 세상에 대하여, 응당 져야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되지는 않는지.
허나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과 맞닿아있기에. 스러져가는 것들마저 ‘힙한 것’으로 포용해내는 새로운 카지노 가입 쿠폰의 미감이 결국엔 만들어낼 새로운 시대를 기대해본다.
카지노 가입 쿠폰도 변함없이 길목을 지켜주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어쩔 수 없이 걸음이 빨라진다. 중심가 어귀를 지키고 있는 덩치 큰 개가이리도 반가울 줄이야! 오가는 사람은 하나 없어도, 목걸이를 찬 강아지가 늠름하게 등 뒤를 지켜주어, 골목에 접어든 뒤로는 한숨 놓고 천천히 걸었다.
사람들이 항상 줄을 길게 서는 식당에 나도 카지노 가입 쿠폰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곧 빠이를 떠나야하니,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가는 식당에도 한 번쯤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밤바람은 선선하고 함께 줄을 선 사람들이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가슴이 탁 트이는 싱하 한 병과 넓적한 쌀국수로 만든 새우팟타이는 흠 잡을 데 없이 맛있었지만, 역시 내 취향은 중심가의 북적이는 식당들보다는 한적한 동네식당들인가 보다.
숙소까지는 또 한참 걸어가야 하지만, 떠들썩한 야시장 여기저기를 기웃대며 걷다 보니 축지법이라도 쓴 듯 금세 숙소 근처에 닿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도 정답게 불을 밝힌 빨강머리 앤의 집에 남몰래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네고. 바스락거리는 바나나스낵 봉지를 보물단지처럼 가슴에 품고서 수풀요정들이 조용히 밤을 노래할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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