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보낸 열흘
수요일은 장날!
빠이를 떠나기 하루 전. 오늘은 중요한 할 일이 있다. 숙소에서 주는 아침식사와 고양이보초서비스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나무그늘 아래 철퍼덕 드러누워 낮잠삼매경에 빠진 이웃 강아지에게 혼잣말로 작게 인사를 건네고. 아침햇살 아래 체조라도 하는 듯 부채처럼 생긴 잎사귀들을 활짝 열어젖힌 바나나나무들 앞에 서서 똑같이 양팔을 한껏 펼쳐도 보고. 누구에게나 활짝 문을 열어둔 사찰에 잠시 들러 탑 한 바퀴 돌며 짤막하게 올 한 해 안위도 빌어보고. 황금빛 제단 곱게 차려둔 나무 아래에서 수북이 떨어진 붉은 꽃송이들 사부작사부작 밟으며 ‘꽃길’도 한 번 걸어보고. 붉은 꽃들이 만들어낸 화려한 융단은, 아스팔트와는 달리 폭신폭신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
아침을 향해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어느 집 앞에 멈춰 서서는, 들판, 나무, 산, 온통 초록에 안겨있는 저 집에서 내다보는 창밖의 아침은 어떤 모습일지 잠시 궁금해 하고.
지도가 35분 걸린다며 안내해준 길은 중간 중간 멈춰서 길 위의 보석상자들을 열어보느라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수요시장’에 닿았다. 좌판에 수북이 쌓여있는 양파와 저울, 즉석에서 찜통에 쪄주는 만두와 꼬치. 특별할 것 없는 풍경들인데,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에선 왜인지 살랑살랑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시장입구엔 오토바이 한 대가 알록달록한 풍선들을 가득 매단 채 호객행위 중이다. 로봇, 코끼리, 곰돌이 푸까지, 어린이들을 겨냥한 풍선들에 오히려 어른인 내가 마음을 저격당했다. 어릴 땐 딱히 풍선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하이얀 구름이 뭉게뭉게 솜사탕처럼 떠있는 파아란 하늘 아래 다양한 빛깔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풍선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떠들썩한 시장에 가득 진열된 그 어느 물건들보다도 탐이 난다.
카지노 가입 쿠폰구경이 제일 재밌어!
여행을 하면 어느 동네를 가든, 역시 시장구경이 제일 재미있다. 역사가 어떻고, 문화가 어떻고 간에, 피부색과 눈동자색이 어떻든 간에, 먹지 않고는 그 어떤 인간도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먹을거리’를 사고 파는 곳엔 항상 사람 사는 모습들이 가장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슈퍼마켓이 극장이라면, 이렇게 주에 한 번씩 열리는 재래카지노 가입 쿠폰은 놀이공원!
내장과 머리를 제거하고 살만 발라서 염장한 것 같은 생선들을 보니, 절로 교통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의 빠이 시장풍경들을 상상해 보게 된다. 빠이는 바닷가에서 먼 내륙인데다 접근하는 길이 구불구불 험해서 신선한 해산물의 조달이 아무래도 어려웠을 테니, 먼 옛날엔 소금을 잔뜩 넣고 수분을 날려서 꾸덕꾸덕하게 말린 생선이라야 그나마 빠이까지 썩지 않고 무사히 도착이 가능했을 거다.
후에 치앙마이를 좀 더 여행하다 보니 해산물요리에 싱싱한 오징어와 더불어 삭힌 오징어를 넣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슈퍼마켓에서도 삭힌 오징어를 팔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역시도 바닷가가 먼 산간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형성된 식문화가 아닌가 싶다. 처음엔 삭힌 오징어의 맛이나 식감이 쿰쿰하기도 하고, 설컹거리기도 하고, 아무래도 싱싱한 오징어에 비하면 낯설게 느껴져서 ‘다음부턴 빼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지만 –실제로 미리 ‘빼줄까?’ 물어보는 곳들도 있다- 나중엔 그 특유의 맛을 ‘음, 이게 산간지역 재래음식의 맛이로군!’ 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 보면 각기 다른 문화권에 어김없이 존재하는 발효, 염장음식들을 만나게 되는데, 지금의 문명과 과학은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사냥하고, 채집한 것들을 좀 더 배불리, 좀 더 오래 먹기 위해서 시작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 단순하고도 끈질긴 욕망이 지역별로 이다지도 다양한 식생활을 탄생시킨 사실에 경탄하면서도, 그 단순한 욕망이 하나의 식재료를 발효하고, 염장하고, 훈제하고, 지지고 볶고, 무궁무진한 방식으로 요리해내는 순간부터, 한쪽에서는 멀쩡한 식품들을 대량으로 폐기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먹을 것이 없어 사람들이 굶어죽는 현대사회의 이 복잡다단함 또한 이미 예견되어있었던 것이었나 싶은 조금 서글픈 생각도 든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듯한 채소들은 대부분 5바트 아니면 10바트. 좀 큰 묶음은 20바트인데, 환율이 부쩍 오른 요즘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웬만해선 모두 천 원을 넘지 않는다. 몇 가지 야채를 손질해서 한 봉지에 담아둔 것들도 눈에 띄는데, 빠이와 치앙마이 시장에서는 이렇게 특정음식에 들어가는 야채들을 손질해서 딱 한 냄비에 들어갈 만큼만 담아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밀키트’ 아닌가!?- 아무튼 1인가구나 여행객에겐 아주 반가운 모양새!
시장이 열리는 이 지역은 오늘 처음 와봤는데, 천천히 걸어오며 분위기를 살펴보니 한 달 이상의 장기여행자들은 대부분 이 부근에 묵고 있는 것 같다. 널찍한 논과 밭 사이사이에 단독주택이나 리조트가 드문드문 자리 잡은 중심가 서쪽과는 달리, 이 부근은 집단주거지가 형성되어있고, 어린아이들로 북적이는 놀이터와, 배낭여행객들의 취향이 다분히 반영된 듯한 세련된 술집, 카페들이 즐비하다. 비록 큰 마트는 없지만, 수요일마다 열리는 이 시장에 야채, 생선, 두부, 어묵, 국수 같은 식재료를 비롯해서 반찬까지 다양하게 팔고 있으니, 이 주변에서 장기체류하는 사람들이라면 주에 한 번씩 이곳에서 장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할 것 같다.
내일이 떠나는 날이 아니었다면, 나도 양손에 주렁주렁 먹을거리들을 샀을 텐데. 아쉬움은 접어두고, 만약 다음에 또 빠이에 온다면 이 지역에서 무조건 한 달은 묵어야지, 결심하면서 점심을 먹을 식당으로 향했다.
오래된 것들의 미래
빠이에서 가장 오래된 ‘옌타포’ 식당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메뉴판에 구글렌즈를 들이댔더니, 상단에 떡하니 <고대 옌타포라는 번역이 뜬다. 메뉴는 어묵 옌타포, 데친 어묵, 돼지고기 완탕면 등으로 단출한데, 쌀국수, 밀국수, 어묵국수, 해초면, 당면 등 다양한 종류의 면을 선택할 수 있다. 완탕피를 튀겨낸 ‘바삭한 튀김만두’도 단돈 10바트!
넓적 쌀국수를 넣은 어묵 옌타포를 하나 주문하고, 어제 사찰 앞 채식식당에서 산 ‘케피르-Kefir 혹은 케피어’부터 한 잔 마셨다. 케피르는 요거트와 비슷한 발효유인데, 농도가 우유보다 조금 진한 정도로 아주 묽은 편이다. 요거트가 우유를 발효시켜서 만드는 반면에 케피르는 유산균과 효모가 결합된 케피르 그레인을 발효시켜서 만드는데 –그래서 맛은 비슷하지만 화학적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케피르가 요거트보다 약 3배 정도 많은 유산균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에서 한때 ‘슈퍼푸드’ 열풍이 불면서 케피르도 매우 인기를 끌었었다 들었는데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처음 먹어본 케피르는 농도가 묽고 당을 첨가하지 않아서인지 매우 담백하면서도 어딘지 절제의 미가 느껴졌다. 케피르를 티벳승려들이 즐겨 마시는 탓에 ‘케피르그레인’은 ‘티벳버섯’이라고도 불린다는데. 마시다 보니 정말로 안에 밥풀뭉치를 닮은 작은 ‘케피르그레인’ 덩어리가 들어있어 신기했다.
곧이어 나온 옌타포는 아담한 그릇 속에 어묵을 종류별로 정갈하게 꽉 채워 내왔다. 불교의 영향인지, 치앙마이도 그렇고, 빠이도 그렇고, 식당에서 내오는 음식들이 하나같이 정갈한 담음새에, 넘치지 않으면서도 모든 재료들이 모자라지 않게 서로 딱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한국의 ‘많이많이 푸짐하게!’와는 또 다른 환대가 느껴지는 국수 한 그릇. ‘넘치지 않으면서 꽉 차있는’, 절제하지만 또한 아끼지 않는 이 산골마을의 솜씨와 마음씨에 젓가락을 들기도 전부터 무언가 잔뜩 대접받아 먹은 기분이다.
맛 또한 절제의 미가 느껴지는 담백한 국물에 탱글탱글한 어묵이 입안을 꽉 채워주어 넘치지 않으면서도 결코 모자람이 없다. 한국에선 면 종류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태국에선 일단 선택이 가능하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넓적 쌀국수를 고르는 편인데, 사실 넓적한 면은 짭조름한 양념의 볶음요리와 더 궁합이 좋은 편이긴 하다. 이집 옌타포는 아주 깔끔한 맛이어서, 만약 다음에 또 방문한다면 그땐 해초국수를 넣어서 먹어 보고 싶다. 과연 내가 다음에 또 빠이에 올 수 있을지, 그때에도 이 식당이 <고대 옌타포를 팔고 있을지, 보장된 건 아무 것도 없지만. 그래도 ‘다음’을 꿈꾸어본다.
승려들의 음료 케피르 한 잔과 ‘고대 옌타포’ 한 그릇. 빠이를 떠나기 전날의 첫 끼로 가장 ‘빠이다운’ 음식을 먹은 것 같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보낸 열흘.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입맛이 참 많이 바뀌었다. 단맛, 자극적인 맛과는 멀어지고, 절제와 여백에서 여유와 만족을 찾게 되었다. 지금의 변화가, 과연 치앙마이에 돌아가서도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
지금의 문명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결국 인류가 이미 지나온 과거의 방식들로 해결될 수 있다고 이미 여러 학자들이 주장한 바 있지만. 알고 있음에도 이미 가속도가 붙은 현대문명의 질주는 아마도 자기 자신을 파괴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답을 알고 있음에도, 한 번 정해진 관성을 따라 질주를 멈추지 않는 우리의 역사는, 답과는 점점 더 멀어져간다.
마치, 건강을 위한 해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복잡한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금 그 답과 멀어지고 마는 내 입맛처럼!
열흘은 턱없이 부족해!
배를 채웠으니, 다시 시장으로 출발! 언덕 위의 큰 부처님을 보러 가는 길에 할머니의 뜨개노점에서 산 머리끈을 꺼내어 머리를 시원하게 묶고 길을 나섰다.
할머니의 노점은 그날 이후론 다시 마주치지 못했고. 오늘의 이 시장은 내가 떠나고 난 뒤인 다음 주 수요일에야 다시 문을 연다. 아직도 빠이 구석구석에 열어보지 못한 보석상자들이 가득한데, 내일 아침이면 이곳을 떠나야한다.
떠나오기 전엔 이 작은 산골마을에서 보내는 시간은, 열흘이면 넘칠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집에 어느 고양이가 살고, 또 어느 집엔 어느 강아지가 사는지, 어느 집은 바나나칩을 이렇게 튀기고, 또 어느 집은 저렇게 튀기고까지 속속들이 다 알 정도로 작은 마을이어서, 오히려 열흘이 턱없이 부족하다.
수요일마다 열리는 시장은 둘러볼수록 우리네 시장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태국고추를 바짝 말려서 파는 것을 보고 ‘크기만 빼고 우리랑 똑같네!’ 생각하다가 자연스레 그 뒤에 늘어서있는 정체모를 병들에 시선이 갔다.
재래카지노 가입 쿠폰 한 바퀴 둘러보고 딱지 뗀 병에 담은 직접 짠 참기름 한 병 사서 집에 가는 거 한국인 국룰 아닌가요!? 방앗간 앞에 말린 고추랑 직접 짠 참기름이랑 나란히 진열해두는 건 한국 국룰인데...!?
이 병에 든 게 대체 뭐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여름 한낮의 햇살에 빠알간 빛깔은 더욱 탐스럽게무르익어 가고.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장은 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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