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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Mar 07. 2025

난 여보가 있잖아, 그래서 카지노 게임.

난 여보가 있잖아, 그래서 카지노 게임.


아무리 세상이 날 몰라줘도

난 카지노 게임. 여보가 있잖아.




1분기는 회사들의 인사시즌이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라는 말처럼 득세했던 세력들이 사그러지고 신흥세력들이 등장한다. 누군가 융기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는 침강해야한다. 융기 침강과 크게 관련 없는 직원이지만 어지럽게 돌아가는 형국에 속이 메스껍다. 이 꼬라지를 몇 년이나 더 봐야하나 하는 생각에 사표를 던지고 싶지만 자격증 없는 일개 카지노 게임원은 멀미를 참고 급류에 몸을 맡겨야 한다.


최근 인사이동이 급격했다. 하루종일 메신저로 인사소식을 듣고 이동관련해서 여기저기 불려다니다 퇴근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고 퍼져있고 싶은데, 워킹맘은 그게 가능하지 않다. 퇴근과 함께 출근이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렸기 때문에.


평소같으면 퇴근하고도 저녁을 차리고 뒷정리, 청소 빨래 까지 했는데 카지노 게임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에 오면 온몸에 힘이 빠진다. 대충 한 끼를 때우고 몸져 눕기 바쁘다. 안타깝게도 나의 에너지를 먹고 자라온 아이의 관성은 변하지 않아서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아이는 엄마를 찾는다.


하루종일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말해야하고 모르는 것도 물어봐야하고 양치도 도와달라고 해야한다. 평소 같으면 옆에 꼭 붙어 열심히 반응해주고 안아주고 할텐데 그럴 힘이 없다. 딱히 몸 쓰는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고 힘이 빠지는 건지. 가끔 카지노 게임는 사람의 영혼을 앗아가는 저승사자 같다.


침대에 누워 불멍하듯 쇼츠를 보고 있는데 멀리 카지노 게임이 보인다. 나의 예민함과 속상함(a.k.a 빡침)을 감지한 카지노 게임이 아이 옆에 붙어서 조잘조잘 떠든다. 가끔 아이가 엄마에게 물어봐야겠다며 나에게 오려고 하는데 그걸 저지하며 본인이 해결해주겠다고 한다. 그럴 땐 카지노 게임이 있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업무분장 할때 특정업무는 정/부를 정해놓곤 하는데 육아에서는 정/부가 있어 다행이다.


다행히 얼마 후 인사 풍파가 지나가고 안정기가 왔다. 새로운 권력들은 개편 후 한참 오더를 쏟아내더니 다시 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몇 주 지나니 또 금방 적응되어서 평온한 노예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다시 융기와 침강으로 인해 어지럽고 멀미가 나겠지만 크레바스를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이누이트 족처럼 가볍게 넘어가다보면 또 원하는 곳으로 가있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다만... 이제 내가 안정기가 오니 카지노 게임회사의 인사시즌이 왔다. 카지노 게임이 카톡으로 종종 인사소식을 전하는데 거기도 우리회사 못지 않게 만만찮은 급류다. 집에 들어와 힘없이 쓰러지는 카지노 게임. 아빠를 좋아하는 아이가 아빠에게 다가가 뭔가를 말하려는데 아이 손을 잡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빠 쉬게 해주자.' 소파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카지노 게임 옆에 앉는다. 축 늘어진 손을 잡고 카지노 게임에게 단호하게 외친다.


“그 새끼 전화번호 당장 대! 내가 지금 전화해서 아주 그냥 생 난리를 쳐 버릴테니.”

내 흥분한 목소리에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도 알고 있다. 내가 그 새끼한테 전화를 걸 일은 없다는 걸. 마음 만큼은 카지노 게임을 화나게 한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 00님 안녕하세요. 000 와이프입니다. 평소 카지노 게임이 님을 존경한다는 말을 집에서도 많이 해서 제가 어떤 분인지 참 궁금했는데 목소리 들어보니 정말 존경 할 만한 분은 무슨 너 진짜 내가 가만 안둔다'하고 끊어버리고 싶지만... 그 후에 오는 여파가 더 감당이 안되기에 전화질은 포기한다.


그럼에도! 불이익을 당한 당사자보다 더 화를 내주는 사람이 있기만 해도 힘이 날거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육두문자를 가득담에 00님에 대한 욕을 쏟아내는데 카지노 게임이 이제 그만하라는 듯 내 손을 잡는다. 여전히 멍한 얼굴의 카지노 게임이 눈에 초점을 잡더니 입을 뗀다.


“난 카지노 게임. 난 여보가 있잖아.”


세상은 우리의 가치를 몰라준다.그럴 수밖에 없다. 세상은 날 잘 모르니까.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이 어찌 70억 인구 중 하나인 우리의 가치를 안단 말인가. 우리의 가치는 우리끼리만 잘 알아도 충분하다.오롯이 나의 가치를 알고 내 편인 한 사람, 당신이 있다면 내가 뭐가 무섭겠어.





괴로운 결혼생활이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결혼을 추천하는 이유
1. 외롭지 않다
2. 무조건적인 아군이 있다.
3. "결혼 안해?"라는 질문을 받지 않는다. (이건 다다음 화쯤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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