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벅초 Feb 03. 2025

사라지지 않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랑하며

예전에 살던 30년 된 구축 아파트단지 앞에는 빨간 우체통이 있었다. '카카오톡' 조차 어른들이나 쓰는 거라고 하는 청소년들이 태반인 마당에, 누가 저 우체통을 쓰는 걸까, 저 우체통 안에는 과연 어떤 편지들이 들어있을까 궁금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빨간 우체통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마도 이 도시에 아파트들이 생기고,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왔을 것이다. 수많은 기술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혹은 세상을 떠나는 와중에도, 그 우체통은 모든 것들을 지켜보며 자리를 지켜왔다.

나는 문득 이 감각기관 하나 없는 무생물인 빨간 우체통에 경의라도 표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우리 아이만할 적, 아직 유치원(그때는 사실 넉넉지 못한 집안환경 탓에 '선교원'을 다녔다. 유치원보다 원비가 좀 더 저렴한 곳이다)에 다니던 시절, 그때는 TV 프로그램에서 사연을 받을 때 엽서를 꾸며서 방송국 주소로 보내곤 했다.

비뚤비뚤 서툰 글씨와 그림으로 정성껏 엽서를 꾸며서 우체통에 넣을 때의 설렘, 매일 밤 잠에 들면서 발표 날짜를 손꼽아 기다릴 때의 마음은 지금도 어렴풋이 남아 있다. 비록 내가 보낸 엽서가 당첨 소식으로 돌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빨간 우체통은 그렇게 어린 시절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지금도 길에서 가끔 빨간 우체통을 보면 까치발을 딛고 엽서를 넣던 어린 날이 떠오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것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허무하게 사라진다.

세계 어디보다도 새 것, 트렌디한 것을 좋아하는 나라답게 매일같이 핫플이 생겨나고 주말마다 그런 곳들은 인파로 붐빈다. 막상 고생해서 찾아가 보면 사람 구경만 하다가 혼미해진 정신으로 빠져나오기 일쑤다.

새로운 것, 근사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찾아다니던 젊은 날과 달리요즘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에 왠지 마음이 끌린다.



억지로 트렌디한 것과 핫한 것을 좇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을 찾는다.

어릴 때부터 자주 찾던 가게는 이미 간판 폰트부터가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방불케 하고 예전의 번화함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워 쓸쓸한 느낌마저 주지만 내게는 친숙한 만큼 편안하다.



그리고 가장 오래도록 변치 않는 것은 바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다.

어른들은 왜 자꾸 꽃 사진을 카톡 프사에 올릴까요, 하는 질문에 공감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파하하 웃음을 터트리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나도 어느새 인공적인 공간보단숲의나무 냄새가 자주 그리워진다. 아직 프로필 사진에 꽃 사진을 올리진 않았지만 나에게도 그런 날이 머지 않은 걸까.



춥거나 덥지 않은 날에는 공원의 산책길을 걷는다. 조금 수풀이 우거지고 나무들이 빼곡해진 곳으로 들어가면 인적이 드물어진다. 청설모가 뛰어다니기도 하고 낯선 새 소리와 벌레들을 만나기도 한다.

아직은 여러 이유로 도시에 머물러야 하는 나는, 정신없이 바뀌곤 하는 이런 도시의 삶이 번잡스러운 나는 종종 이런 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다.



자연에 마음이 끌리는많은 이유 중 하나는 한결같아서다.

한 달 전에 핫플이라고 떠들썩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폐업했다는 인공적인 장소들과 달리, 자연은 몇 십년이고 몇 천년이고 인간의 손이 가지 않는 한 항상 같은 모습으로 우릴 기다린다.

봄에는 똑같은 꽃이 피고 여름엔 숲이 우거지고 가을이 되면 여지없이 알록달록한 단풍이 들었다가 겨울이 되면 앙상한 가시만 남고 이따금씩 하얀 눈이 쌓여 있다.



그런 모습이 한때는지루하게 느껴졌다. 자꾸 산행에 동반하자고 하던 아빠가 부담스러워서 피해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가끔 둘레길이나 포장되지 않은 산책길을 부러 찾곤 한다. 마음에 편안함을 주는 곳이어서다.

아마도 그 동안 수많은 것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람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쉬이 변해버리는지,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나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쉽게 변해버림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그러나자연만큼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자리를 지키고 있다.



잘 나가는 트렌디한 이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나만 언제까지나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위축되기도 했다. 트렌드를 따라잡으려 마음이 바빠졌다.

나는 고작 제 자리에서 하던 걸 하는 것만 잘 하는 것 같아서 못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꾸준하다는 게,언제나 그 자리에서 하던 지속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의가치 또한 이제는 알게 됐다.

이따금씩 생각나서 들여다보면,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그걸누군가의 마음도편안해질수 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