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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Oct 10. 2021

10년 만에 카지노 게임 만났다.

환경보다 무서운 DNA에 대한 이야기

환경이 나를 만드는 걸까. 선천적인 성격이 나를 만드는 걸까? 아마 대부분 환경이 나를 만든다고 생각할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10년 만에 그를 만나기 전까지..




10년 만에 만난 나의 유전자

엄마와 아빠는 내가 아주 어릴 적 이혼했다. 그리고 나와 오빠는 엄마와 함께 살게 됐다. 아빠와 교류가 거의 없었기에 나를 만든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엄마를 보는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엄마와 닮은 점을 찾아가고, 그녀와 나는 판박이라 굳게 믿고 살았다. 나를 낳은 사람은 엄마니까.


성인이 된 후로 카지노 게임와 조금씩 연락하게 되었다. 만나면 주로 돌이킬 수 없는 세월에 대한 원망 섞인 말들과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에 대한 푸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를 만나 대화를 할수록 나는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실없는 소리와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장난들, 춤과 오바로 대화의 맛을 극대화하는 원맨쇼, 괜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모습까지. 그는 너무나도 나를 닮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엄마가 아닌 아빠를 닮았던 것이다.


심지어는 아주, 깊게.


카지노 게임깡 춍!




환경도 뚫어버린, 그 막강한 DNA

돌이켜보면 나는 투머치토커였고, 엄마와 오빠는 주로 필요한 말만 했다. 나는 둔했고, 그들은 예민했다. 나는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했고, 그들은 조금 더 담백하고, 플레인 한 음식들을 찾았다. 둘의 성격은 유독 잘 맞았고, 나는 어딘가 겉도는 행성이었다.


나와 아빠가 닮았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을 땐, 현실을 부정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분노가 내면화되어있던 당시의 나에게 아빠는 원망의 대상이었고, 머리카락 한 톨도 닮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화 <원피스에 에이스가 출생의 비밀을 깨닫고, 저주받은 피라며 우는 장면이 있다. 과몰입했던 때는 에이스와 나를 동일시하며 위로를 받았다.(이 원맨쇼와 공상도 DNA탓이다)


하지만 아빠를 만날수록 결국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엄마가 아닌 아빠 판박이라는 것을.





환경을 뚫어버린 DNA. 나는 이렇게 설명하겠다. 다만 신기할 뿐이다. 한 평생을 안 보고 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린 어쩜 이렇게 닮을 수 있는지. 나는 그의 식성도, 취미도, 말투도, 행동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비슷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인지.. 이 어마 무시한 DNA. 이기적 유전자를 어쩌면 좋을꼬!


시간이 흐를수록, 아버지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할수록, 새삼 나는 빼도 박도 못할 카지노 게임의 딸임을 확인하곤 한다.


언젠가 엄마는 내가 화낼 때 눈과 눈 사이에 생기는 주름이 싫다고 했다. 참으로 구체적인 지적이다. '집에서 내 표정 내 맘대로도 못하냐'라고 대들었던 딸은 훗날 10년이 넘도록 내외했던 늙은 중년의 남성에게서 그 주름을 발견한다.


카지노 게임다리미 가져와


감을좋아하는나를위해엄마는가을만되면박스로감을왔다. 감을쪼개먹으면서엄마에게 어떻게이렇게마음을아냐물은적이있다. 엄마는그냥느낌이그렇다말했다. 그리고딸은훗날만난중년의남성최애과일이홍시와감이라는것을알게된다.


입맛과 생김새, 말투와 행동까지 닮아버린 나와 아빠. 이 어마무시한 DNA를 확인하며 혹시라도 결혼을 하게 된다면 최상의 DNA를 찾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아빠와 싸우면서 마주하는

그의 눈과 눈 사이의 주름을 보며 생각한다.


화날 때 주름 깊어지지 않게 조심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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