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지도 어플로 카지노 게임 하기
쓰레기통을 비우다 발견했다. 탄식이 새어 나온다. 이건 또 뭐냐?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 두 군데나 제치고 신호등을 몇 번 건너야 갈 수 있는 GS25에 다녀왔다고 할 때도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다.
거기까지 갔다고?
그냥 자전거 타고 재미 삼아 한번 가봤어요.
막내까지 데리고?
끄덕이는 너희들이 약간 의심스러웠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갸우뚱하며 질문을 멈추고 넘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분리수거하다가 발견된 현질의 흔적.
現질
게임상 아이템이나 재화 등 부분 유료화 게임의 유료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 현질 외에도 캐시질(cash질)이라고 칭카지노 게임도 한다.
*친절한 나무위키
이 자식들은 어떻게 이렇게 들키고야 마는가?
아니, 들켜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에미 속이나 편하게 걸리지나 말지. 중학교 간다고 할머니가 주신 용돈을 그렇게 현질로 날려버리다니. 가상의 세상에, 손에 잡히지 않는 것에 유일한 수입원인 용돈을 족족 가져다 바치니 기가 차다.
나 어릴 적 싸이월드 도토리 100 원주고 사던 그때와 비슷한 상황인가? 그때는 고민 끝에 아주 가끔 도토리 5개씩 샀던 것 같은데 지금은 돈 단위가 다르다.
애들 생일선물도 다 기프트카드로 주는 세상이 왔다. 선물로 돈을 준다는 게 말이 되나 싶어서 애가 어릴 때는 상대방 부모님께 여쭤보고 괜찮다고 하면 보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지들끼리 직거래하니 내 손바닥을 벗어났다.
며칠 전 핸드폰에 있는 내 사진 보고 싶다고 조르는 일도 있었고 브런치 글 어떤 글 썼냐며 읽어보고 싶다며 내 핸드폰 가져가곤 했다. 카지노 게임에게 이렇게나 관심이 많다니 은근히 기특한 마음으로 선뜻 내줬더니 그날의 게임시간을 무제한으로 풀어놓는 담대함은 물론 메시지를 지워버리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중학생 1호의 경우 하루 1시간 30분, 4학년 2호는 1시간 핸드폰 사용 시간을 정해 놓았는데 게임의 욕구는 카지노 게임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인도해 냈다. 카지노 게임은 이곳저곳 허용되는 어플 속에서 미지의 길을 개척하며 나아갔다.
네이버 지도와 당근 어플 계속 보고 싶대서 하루종일 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준 일이 있었다. 네이버 지도 본다기에 나중에 훌륭한 지리학자나 도시계획가 될까 싶어 대견스러워했더니만
그 어플을 통해서 카지노 게임로 들어가고 있었다. 상상이나 했겠는가? 기상천외하다. 그럴 때만 왜 머릿속이 반짝이는가. 핸드폰 속에서는 아주 그럴듯한 미지의 탐험가다. 최종 목표는 카지노 게임 어드벤처, 환상의 나라에 입성하는 것.
그렇다면 나는 이 사실들을 어떻게 알았나?
동생들은 충신이 되기엔 아직 카지노 게임 편이 되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다. 가끔 형 편도 되고 내 편도 되는 변절자, 언제든 아니꼬우면 카지노 게임에게 일러바칠 박쥐들이니 나는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나.
지나가는 한 때일까? 다른 카지노 게임도 이렇게 환장할까? 핸드폰 없는 시절에 카지노 게임을 키우고 싶다. 나도 없고 너도 없고 우리 모두에게 핸드폰이 없는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카지노 게임 세대는 우리 때와는 다르게 어릴 때부터 핸드폰을 접하고 있고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게임과 카지노 게임가 그 안에 심겨있는 무한한 아이템으로 아이들에게 '어서 와'손짓하며 부를 때 그 부름에 현명하게 절제하며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할 텐데 카지노 게임 스스로 쉽지 않다. 이 무시무시하고도 고마운 기계를 절제하며 잘 사용할 수 있게끔 부모인 내가 도와줘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
심지어 징징거림과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로 파생되는 귀찮음을 떨쳐내고 싶은 마음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핸드폰 사용시간인 스크린타임을 스르르 풀어주기도 하니.
실은 나조차 핸드폰으로 모든 걸 다 하고 있고 이미 한 몸이나 다를 바 없다. 일할 때도, 글 쓸 때도, 달리기 할 때도, 화장실 갈 때도 없으면 불안한 내 단짝 친구 핸드폰. 카지노 게임은 내 행동을 그대로 배우고도 남을 텐데 말이다.
나는 이제 어찌해야 하나...
게임시간을 조절해도 유혹을 떨쳐내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먼저 카지노 게임이 거짓말하지 않도록, 관계 악화로 부모와 대화단절이 되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대화로 합리적인 절충안을 찾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히 이해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말 좀 들어먹었으면... )
생각해 낸 것은 핸드폰 디톡스다. 집에 퇴근해 카지노 게임과 만나고 나서 3시간 동안 모두 핸드폰 내려놓기. 물론 무한대로 핸드폰과 일심동체를 이룬 부모가 가장 힘들겠지. (운동할 때 워치는 허용하는 것으로... 안되나요? 또르르) 이제는 나부터 달라져야 할 때. 한번 해보자!
그나저나 1호는 5학년때, 2호는 3학년 때 사줬는데 막내는 최대한 늦게 사줘야겠다. 막내야 미안해. 너만은 게임의 늪으로부터 구출해내고 싶다. 아니 조금만 더 늦추고 싶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