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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재원 Mar 30. 2025

머리말

1987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하나의 특이점이된 시기다. 이 소설은 그 시기를 살아냈던 대학생의 이야기다. 영화 ‘1987’과는 결이 매우 다르다. 나는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문학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그늘 속에 잠긴 두 대상에 빛을 비추이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


그 대상 중 하나는 1980년대 학생운동이다. 학생운동은 1984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어 1987년 6월 항쟁을 그 정점으로 삼고, 1989년 11월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 저물어 갔다.


그 카지노 가입 쿠폰 관통하며 청춘을 살았던 사람들은 두 종류로 갈라졌다. 그 시대의 무용담을 밑천삼아 정치나 문화에서 권력을 획득하고 냉전세대, 베이비붐 세대를 밀어내고 새로운 주류 자리를 차지한 사람, 다른 하나는 그 카지노 가입 쿠폰 젊은 시절 잠시 앓았던 열병으로 취급하고 잊어버렸거나 돌아보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 전자는 이 카지노 가입 쿠폰 신화화하거나 정형화 하고, 후자는 이 카지노 가입 쿠폰 없었던 시대 취급한다.


그래서인지 이 시대를 다룬 문학은 양으로나 질로나 매우 빈곤하다. 한때 후일담 문학이라 해서 기성세대가 된 왕년의 학생운동가들이 그 시대를 되돌아보는 작품들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작가가 실제 학생운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티가 너무 많이 나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등장인물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상상속에 그려놓은 그 시대의 전형들처럼 보이곤 했다.


무엇보다 이 시대를 다룬 문학은 등장인물들이 결국 열 아홉, 스무 살 남짓한 청년이라는 말도 조금 버거운 청소년에 가까운 젊은이들임을 무시했다. 이 시대 학생운동을 다루는 문학은 시대물이 아니라 성장소설, 교양소설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들은 그저 자라는 청소년, 청년들이며, 마침 자라던 시간대가 그 1980년대 격동기였을 뿐이다. 그들은 시대의 아픔에 공감한다며 젊음을 불살랐지만, 그렇다고 다른 시대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이다. 젊음에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공통의 것이 있기 마련이다. 젊음은 아프지 않다. 아파 보였을지언정, 비장해 보였을지언정, 그것은 그들의 삶이었고, 젊은이에게 삶은 아픈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를 일종의 청춘물로 다루고자 했다. 그것도 하이틴 청춘물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하이틴 들이이다. 하이틴이 조국의 아픔, 빼앗긴 민주주의, 민중의 고통을 고민했던 것이다. 이런 것들을 고민한다고 해서 하이틴이 하이틴이 아닌 것은 아니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저런 고민을 하면서도 막상 ‘동지들’과 함께했던 일상은 장난스럽고 유치했다. 요즘 젊은이와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그 대상 중 다른 하나는 서울대학이다. 사실 내가 경험한 대학생활이 여기 뿐이라 나는 다른 대학에서는 그 시대를 어떻게 지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60년대-80년대에 이르기까지 민주화 운동에서 항상 선두에 섰던 이 대학이 엉뚱하게 출세주의, 학벌주의의 원흉처럼 취급되며 그 희생, 헌신, 봉사에 대해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늘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학교 운동권 출신들의 추레하고 위선적인 50대 이후 모습들을 감쌀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20대 때의 그 순수한 이상과 열정을 50대 넘어서 까지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들의 20대는 20대 대로 평가하고 50대는 50대 대로 비판하면 될 일이다.


이 두 가지를 엮기 위해 나는 1987년 3월 2일 서울대학에 입학한 열 아홉살 젊은이들이 청춘의 보편적인 경험과 카지노 가입 쿠폰의 특수한 경험을 두루 겪으며 1987년 12월 31일을 맞이하기 까지의 과정을 가벼운 청춘물로 그려보고자 했다. 물론 카지노 가입 쿠폰가 카지노 가입 쿠폰이니 만큼 이들이 겪어야 했던 사건들은 켤코 가볍지 않고, 때로는 고통스럽거나 두렵기까지 했겠지만, 너무 무겁게 그리지 않으려 애섰고, 최대한 투명하고 유치하게 그려보려 했다. 어디까지나 미숙하지만 성장하는 청춘으로서.

이 작품을 풋내나는 어린 청년으로서 그 무겁고 잔혹한 카지노 가입 쿠폰와 맞서며 성장했던 80년대 세대들 중, 위선으로 타락하지 않은 분들에게 바친다.


권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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