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 프롬 허 Away From Her
개요드라마 캐나다 110분
개봉2008.03.27
감독사라 폴리 Sarah Polley
원작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미움, 우정, 구애, 카지노 게임, 결혼
수록작 <곰이 산을 넘어오다
<The Bear Come Over the Mountain
1. 눈과 책Snow path and Reading
백발의 나이 지긋한 연인이 눈밭 위를 스키를 타고 걷는다. 트랙처럼 눈에는 이미 길이 나있고 두 남녀는 익숙한 듯 씩씩하게 그 길을 나아간다. 이 영화 속 눈은 그들이 함께 해쳐온 인생의 시간과 앞으로 나아갈 그들의 항로를 상징한다. 아픔은 있었지만 두 남녀의 인생은 정해진 길을 가듯 순조로웠다. 허나 이제 길은 사라졌고 둘의 항로는 바뀌었다. 아니, 사라진 건 그녀 자신이다. 눈길은 미끄럽고 어디로 그들을 이끌지 알 수 없다.
남편에 따르면 그와 그녀는 열여덟에 처음 만났다. 그리고 결혼하여 44년을 함께 했다. 두 주인공은 인생의 황혼기를 맞았고 이제 둘 모두 노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모든 걸 함께한다.
함께 취미인 스키(크로스컨트리)를 타고 식사를 하고 실없는농담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소파에 몸을 포개고 그리고 남자는 여자에게 책을 읽어준다.
그런데 부인의 반응이 예전과 다르다.
안 읽어줘도 돼.
어차피 돌아서면 다 잊어버려.
아내는 어쩐지 무기력하고 슬퍼 보인다.남편은아내가 말리는 대도 계속 책을 읽어준다. 이 영화 속 책은 책의 내용과 함께 '책 읽어주기'라는 그 행위의 의미에 대해 일깨워준다. 카지노 게임하는 아내를향한 남편의 책 읽기는 기존의 삶에 대한 유혹이자, 사그라드는 기억의 불씨에 숨을 불어넣는 행위이다. 눈으로 활자를 더듬고 소리 내어 당신의 귀에 내 목소리를 더하는 것. 활자화된 글이 소리로 발화되어 사라진다. 익숙한 카지노 게임는 시간을 잠시 멈추고 그들을 딴 세계로 데려간다.육신의 포개짐보다 더 평온한 영혼의 포옹 같은 독서.
하지만 그녀의 기억은 녹아내리는 눈처럼 점점 사라진다. 설거지가 끝난 프라이 팬을 냉동실에 넣고 와인이라는 단어도 잃어버리고 불이 나면 어디에 신고해야 할지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결국 스키를 타다 멍하니 길을 잃고, 외출을 나갔다가 집을 찾아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다정함과 애정은 질병을 멈추지 못하고 지식과 이성은 차가운 현실 앞에 무력하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요양원에가는 것을 선택한다.
2. 요양원
요양원의 유독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직원들에게는 큰 자랑이지만 부인을 이곳에 맡겨야 하는 주인공에겐 자신의 흐린 마음을 더욱 대조적으로 도드라지게 만들 뿐이다. 유난히 하얗고 밝은 분위기는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모여있는 인물들의 문제와 고독함을되려강조한다. 남자는 소리치고 싶다. '내 부인은 저들과 달라!'
오히려 아내가 남편을재촉하고 위로한다.
우리 이렇게 하자.
카지노 게임을 나누고 당신은 집에 가.
난 여기 남을 게. 돌아보지 말고 가 줘.
눈물이 터지면 못 그칠 것 같아.
요양원의 규칙에 따라 그들은 한 달간 만나지 못한다. 침대에 포개진 그들. 아내는 눈물을 삼키고 남편에게 '이제 가'라고 말한다. 눈물겹고 애잔한 이별의식을 치르고 한 달이 지난다. 그리고 그들의 시간 앞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튀어나온다. 기억의 상실보다 더 힘세고 과거보다 더 달콤한 카지노 게임이 방문한다.
3. 카지노 게임과 기억
만약 아내와눈물 어린 이별을 하고 돌아선남편이 다른 카지노 게임을 찾았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치정 멜로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카지노 게임을 찾은 건 집에 홀로 남은 남편이 아니다. 요양원의 아내이다. 치매에 걸린 그녀에게 찾아온 카지노 게임이라니? 이 깜찍한 반전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며 카지노 게임의 속성과 사람의 기억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카지노 게임이라는 감정의 파도가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를 정확히 꿰뚫고 그린 이 드라마는 신파적 요소를 신선한 감각으로 탈바꿈시킨다. 남편은매일 그녀를 찾아오지만 그녀는 점점 그를 못 알아보고 오히려 혼란해한다. 참다못한 남편은여자에게 소리친다.
피오나. 내가 당신 남편이야!
44년을 해로한 당신 남편.
날 봐, 피오나. 이건 당신 옷이 아니야.
우린 평생 행복했어.
하지만 그녀가 끌어안고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를 건네는 남자는 그가 아니다. 그녀는 이제 다른 남자를 카지노 게임한다.
기억의 상실과 그녀의 변심 앞에 그는 초조함과 질투를 느낀다. 그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일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책 <아이슬란드에서 온 편지는 부인을 향한 남자의 애정이자 늙어감과 상실의 반대편에 있는 물리적 장소를 대변한다.
아이슬란드는 대서양 중심부에 있는 섬이야. 세상에서 제일 젊은 대륙이지. 아직도 활동하고 있어... 화산이며... 지진이며... 지금까지도.
생성을 계속하고 있지.
거기가 당신 고향이야.
당신 민족이 사는 곳이지.
하지만 그녀는 그 책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아이슬란드에 가 본 적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그녀가 머무르는 방에는 그녀의 자화상으로 보이는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림 속 그녀는 아직 젊고 아름답다.아이슬란드가 청춘과 활력의 장소라면 그녀가 그린 자화상은 그녀의 기억이 젊었을 때의모습에 멈추어 버린 것을 뜻한다. 그래서 눈앞의 이 늙은 남자는그녀에게그저 자신을 짝카지노 게임하는 안쓰러운 남자일 뿐이다.
망각은 점점 힘이 거세어지고 아내의 카지노 게임과 헌신은 남편이 아닌 외간 남자에게 향해있다. 몸도 불편하여 휠체어를 타는 그를 부인은 마치 진짜 아내라도 된 양 보살핀다.
결국 남편은 그 남자를 떼어놓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실행하지만 그로 인해 부인의 상태는 더 심각해진다. 이제 부인은 무력해졌고 삶의 빛을 잃었다.
4. 카지노 게임 후에 남는 것
이것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다. 이 영화는 이별카지노 게임가 아니다. 상실이냐 하면 더욱 아니다. 이것은 주름진 시간, 부부의 세월 안에 '행복'과 '충실함'에 가리어진 비밀과 부정에 대한카지노 게임이다. 이 영화는 영민하고 재치 있게 치매라는 소재에 골몰하지 않고 긴 시간을 함께 해 온 부부의 균열을 들여다본다. 정서적 풍부함을 포기하지 않고 긴 시간의 틈을 비집고 일갈을 날린다.
병원의 한 간호사와 남자 주인공과의 대화는 의미심장하다.
그랜트(남편): 우리 삶은 거기에 비하면 무난했군.
별다른 사건 없이 무난히 살았거든. 나이 들어 겪는 이 고통 말고는 거의 기억나는 게 없어요. 정말 그럴까요?
간호사: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누군가가 꾸준히 참았죠. 선생님은 헌신적인 남편만은 아녔어요. 이런 말 하신 적 있으시죠? 부인께서 선생님을 벌주는 것 같다고...
분명 그럴만한 사건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늘 후회와 깨달음은 상실 후에 뒤늦게 찾아온다.
이 영화 속 눈은 낭만적이지도 위협적이지도 않다. 그저 시간에 따라 쌓이고 또 길을 없앤다. 그 위를 연인이 스키를 타고 길을 만든다. 세월은 그렇게 흔적을 만들고 또 그 흔적은 사라져 간다.남은 건 서로의 기억뿐이다. 추억은 그렇게 부부의 정서적 기둥이 된다. 순간순간 미운 감정은 그 추억의 파도에 밀려 평범한 일상을 살게 해 준다. 그렇게 열정적인 카지노 게임보다 견고한 평온한 카지노 게임은 하나의 배경처럼 나를 구성한다. 그래서 그런 상대가 기억을 잃고 나를 잃는 것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세계의 일부가 붕괴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 남편은 부인에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준비하고 그녀는 기억을 되찾은 듯 평소처럼 그를 대한다. 둘은 포옹하고 시간은 되감긴다.
카지노 게임은 결국 승리하고 남자는 여자를 망각의 늪에서 되찾은 걸까? 아님 그저 이것은 감독이 준비한 달콤한 환상인 걸까? 다시 눈 길이 보인다.시간은 아직 남아있다.
눈 올 때마다 생각나는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여덟 번째!
5. 추천 시
망각은 그런 밤들을 지나서 온다
어두운 봄, 공허한 기념품, 모든 날들의 해 질 녘, 오지 않을 편지, 강물의 긴 팔, 한 송이 꽃만큼도 위대하지 못한 고백이 헝클어져 갈 때
눈물이 빗소리처럼 편안해지고 내가 사는 계절이 내가 잃어버린 계절임을 알아차릴 때
쓸모없는 저녁의 멜랑콜리에, 뼛속까지 초라함이 스며드는 햇살에, 의미 없는 그리움과 그리움으로 썼던 시들에
미치거나 죽지 않기 위해
변심한 애인이 가 있는 어느 바닷가 모래알처럼 기억은 조금씩 부서진다
―이운진 시인의 ‘망각은 이렇게 온다’ 전문
이운진 시인
*경남 거창에서 태어남. 동덕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석사 졸업. 1995년 『시문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함.
*저서 : 시집 『톨스토이역에 내리는 단 한 사람이 되어』 『타로카드를 그리는 밤』 『2월의 눈은 따뜻하다』, 에세이집 『여기, 카미유 클로델』 『시인을 만나다』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 디카 시집 『당신은 어떻게 카지노 게임을 떠날 것인가』, 청소년도서 『셀카와 자화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