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카지노 게임 그럴 수 있지?
[Grace Hartzel, 2016 ©Olivia Bee]
2018_디뮤지엄 전시_Weather: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_직접 촬영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그럴 수 있지?!”
악몽에내쫓기듯 막힌 숨에 눈을 뜬다.
막힌 숨을 몰아 호흡을 해야 할 입에선, 탄식 같은 한마디가 뿜어져 나온다.
“카지노 게임, 이럴 수 있지?!”
이 한마디를 내뱉고 난 다음에야, 잊었던 숨을 몰아쉰다.
한껏 코로 흡수한 숨은 아랫배를 잔뜩 부풀리고, 갈비뼈 한 대 한 대 사이로 공기를 끼워 넣었을 즈음
비로소 살았다는 안도감을 뇌로 보낸다.
젠장, 이제 새벽 3시다.
다시 자는 게 맞는 시간인데, 갈비뼈 사이사이를 관통하며 들어앉은 숨은 다시 수그러들지 않는다.
얘들아, 지금은 잠자는 시간이야. 심장박동을 위한 최소 당직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기관들은 퇴근이라고.
뇌인지 마음인지 아니면 두 부서가 함께인지,싸우고 멱살을 잡아대고 있다. 카지노 게임 그럴 수 있냐며.
불을 켜지 않는 어둠 속에서 눈만 뻐끔뻐끔 거리며 싸움 구경을 한다.
허리를 끊겼지만 켜지지 않은 어둠은 다시 잠에 들게 했고, 높은 집값의 이유였던 정남향의 따가운 햇살은
“아침이야~ 일어나”라며 뜨겁게 나를 깨운다.
드라마 여주인공 같은 모닝 스트레칭 따위는 없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처럼눈 뜨자마자머리맡의 핸드폰을 열어뉴스를 확인하거나 숏츠를 넘기는 일 또한 없다.
아니, 핸드폰은 일부러 열지 않는다.
행여 ‘드릴 말씀이 있어요’라는 불청객이 와 있을까 봐.
스르르. 좀비처럼 일어나 욕실로 향한다.
반수면 상태로 위아래 걸쳤던 허물들을 벗어 내리고, 뜨거운 온수가 쏟아지길 기다린다.
무거운 드라이어를 젖은 머리에 밀어 넣고,
초점 없는 눈으로 위아래 옷을 찾고, 위아래 채워 넣는다.
무의식으로 찾은 주차장 운전석에 앉아
습관적으로 김창옥샘의 유튜브 시작 버튼을 누르며운전을 시작한다.
'깔깔깔깔'
오늘 콘텐츠는 유독 유머가 많은 것 같다. 방청석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큰걸 보니.
좀처럼 의식이 열리지 않는다.
운전석 미러를 오픈해서 얼굴을 본다.
웃어보자. 웃기는 대목이잖아. 그렇게 무서운 표정 말고 '웃어보라고'.
하지만, 이미 몸에 밴 한숨이 웃음을 추월하며 자동으로 토해져 나온다.
“아- 정말 카지노 게임,, 이럴 수 있지? 내가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내가 근로자로 있었던 시절은 워낙에 용감한 시절이어서 내가 카지노 게임 일에 대한 ‘자부심’만 있으면
모든 게 용서되던 시절이었다.
안다. 그땐 그랬고, 지금은 바뀌었다는 걸.
라떼 마인드로 충성을 요구할 만큼 꼰대가 아니라는 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멋짐이기도 했다.
유행카지노 게임 릴스를 따라 하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 시대의 젊은 사람들이 선호카지노 게임 것을 장착했다.
10대, 20대와 대화를 해도 뒤처지지 않도록 열심히 트렌드를 업데이트했고,
입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이 움직이는 사장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카지노 게임들의 ‘똑똑함’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마비를 앓고 있던 그때,
운영하던 사업체도 전신마비 직전의 비상 상황이었다.
"여러분, 불안해하지 마세요. 우리 회사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평상시처럼 출근하면 됩니다.
급여 걱정은 마세요. 변카지노 게임 일은 없습니다. 그거 한 가지만 지켜주세요. 여러분 건강만 지켜주세요"
와~ 겁나 멋있잖아.
마트의 치킨 프로모션도 아니면서 '통 큰 사장'을 자처하며, 당시 사업주라면 유행처럼 실행했던 무급휴가나 탄력근무제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지도 않았다.
허세도 아니었고 똥폼도 아니었다.
이게 내가 생각카지노 게임 세상의 '상식'이고 사업을 카지노 게임 사람의 '소신'이며,한 달 월급을 받아 한달살이를 하는 카지노 게임들에 대한 '매너'라고 결론을 내렸다.
고민이 없었다면 새하얀 거짓말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는 '잘 생각했어' 했다가,
변기의 물을 내리면서 '오버카지노 게임 거 아냐. 이러다 망하면?'을 반복했다.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어도 몇천만 원이 나가야 카지노 게임 상황 앞에서 허세를 부릴 사람이 어디 있겠나.
고용노동부에서 연락이 왔다. 퇴직금 미지급 사업주로 신고가 접수되어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라고 한다.
퇴직금? 미지급? 이름을 두세 번 확인해 물었고,
동명이인일 수 있다며 사업장 주소까지 확인을 했다.
맞았다.
통 큰 사장의 발표 이후 한두 달쯤 지났을까. 갓 수습 딱지를 뗀 막내카지노 게임이 출근을 안 하는 거였다.
혼자 자취를 했기에 코로나에 걸렸나. 쓰러졌나. 도둑이 들었나. 퇴근길에 납치를 당했나. 걱정은 산처럼 쌓였지만
주소도 정확지 않고, 휴대폰은 우리가 아는 그 목소리의 여성분이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무단결근..무단퇴사였다.
걱정이 차올라 보낸 문자도, 분노를 참으며 꾹꾹 보낸 카톡도,
차단당한 사람의 증거인 숫자 1만이 빤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직원이 수개월이 지난 시점에 퇴직금 미지급 사업주로 신고를 했다는 거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부들부들 주먹이 쥐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검찰에 출두카지노 게임 피의자처럼 두 손을 공손히 여미고 성실히 조사에 임카지노 게임 모습이었다.
내용인즉,
막내카지노 게임이 무단결근 전 마지막 출근을 한 날이 정확히 1년 + 1일 되는 날이라는 거다.
그래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
질세라 무단결근의 막대한 책임에 대해서 변론을 한다.
그날 해당 카지노 게임의 부재로 인하여 예정되어 있던 스케줄은 펑크가 났고, 사업주로 오히려 배상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무엇보다 문자 한 줄이라도 통보를 주는 게 예의가 아니냐.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구!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부는 어떤 상황이든 근로자를 보호해야 하므로 숫자상 근무일수가 적합하니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담당 조사관은 이렇게 덧붙였다.
"대표님, 요즘 예의 같은 거 사라진 지 오래예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하시고 퇴직금 주고 털어버리세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통 큰 사장은 통 크게 한 대 맞았다.
누구한테 좋은 건지 모르지만 힘없는 사업주는 퇴직금을 급여계좌로 입금을 했다.
막내 카지노 게임은 +1일을 채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유난히 길었을 하루 근무가 짜증스러웠을까? 짜릿했을까?
“저 드릴 말씀 있어요”
얼마 전 연장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카지노 게임은 앞으로 1년 또 잘해보자. 서로 맞잡은 손에 땀내도 가시기도 전에
집안 결혼식이다, 가족여행이다, 엄마생신이다. 라며 연차를 연달아 소진하더니, 퇴사를 통보했다.
그래도 양반이다. 1년 + 100일은 넘긴 것 같으니.
“대표님과 안 맞아서 못 다니겠어요”
주말이 시작되는 한낮에 밑도 끝도 없는 한 줄 문자를 보내고 월요일부터 출근을 안 하는 카지노 게임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도 차단으로 금이 그어진 나는 다른 카지노 게임을 통해 이유가 뭔지나 알아보라고 했고,
이유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사 메뉴가 맛이 없어서 못 다니겠다는 거였다.
그럼 문자에 식사가 안 맞는다고 했어야지!
나는 한순간에 밥 맛없는 사람이 되었고, 카지노 게임이 배설하듯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가 송곳이 되어 콕 콕 콕 가슴을 찔렀다.
그랬겠지. 식사 외에도 나를 포함한 회사의 다른 메뉴들이 안 맞았겠지. 그런데 하필 나랑 안 맞는다고. 콕 짚어서.
구멍 난 가슴사이로 그토록 충만했던 '자부심'이 피식-피시식 빠져나오고 있었다.
한 번도 미룬 적이 없는 급여, 수시로 바뀌는 노동법에 맞추어 제공카지노 게임 근로기준법 엄수,
거기에 오랜 사회 경험과 탁월한 공감 능력으로 이해한다고 자부하며,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어른’으로 유지하고자 했던 사업장.
이곳에서 나는 카지노 게임에게 한낱 ‘을’ 일뿐인, 힘없는 여자 사장일 뿐이었다.
카지노 게임들은 힘들면 싫었고, 싫으면 떠났다.
출근한 카지노 게임의 안색을 살피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으며,
깔깔거리며 일을 하다가도 핸드폰을 들고 복도로 나가면 눈치를 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카지노 게임들은 2인 3각 게임을 치르는 한 팀처럼 뭉쳤으며,
나는 옆집에 맡겨진 반려견처럼 덩그러니 떨어져 눈칫밥 먹는 손님이 되어 있었다.
구인공고를 보고 연락이 오간 프리랜서들은 역시 프리하게 면접 당일 노쇼는 기본이었으며,
면접 후 연봉협상을 마친 예비카지노 게임은 출근전날 문자로 연봉인상협조를 일방적으로 보냈다.
그럼에도 첫 출근날 연락도 없이 안 오는 경우도 허다했고 나는 또 차단의 주인공이 되었다.
몇 달 사이 급조해 만난 프리랜서와 면접인들은 지금껏 살면서 만난 사람들의 숫자를 훌쩍 넘겼고,
나의 회사는 만남의 광장이 되었다.
어찌어찌 직원을 구해도 혀에 이름이 달라붙기도 전에 ‘드릴 말씀’을 들었으며,
다양한 무책임과 다양한 불통의 악순환 속에 나는 ‘사람’에게 질려가고 있었다.
회사 운영을 시작하면서 적어도 ‘마음 편히’ 다니는 회사를 만들겠노라 계획했다.
급여, 근무 환경, 일의 강도 등은 매뉴얼대로 기본을 충실히 지키면 된다.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이라고.
사람 때문에 힘든 것만큼 지치고 괴로운 것은 없으니까.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들과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은 벌칙 같은 일도 없으니까.
여러분의 출근길은 랄랄라 깡충 뛰는 발걸음은 아니더라도 한숨을 내쉬며 오지는 않게 하겠다고,
면접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고 공약처럼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나의 출근길은 내가 뱉은 공약과는 정반대가 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이럴 수 있지?!”
“내가 뭘 잘 못 했는데?!!”
한숨이 한숨을 덮고, 그 한숨에 몇 겹의 한숨이 덮어지며 마음속이 매캐한 매연으로 가득 찰 때쯤이면
회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김창옥샘의 유튜브는 이미 주제가 바뀌었는지, 방청객 부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주차를 하고 운전석 미러를 열고 연습을 한다.
스마일~~~ 입꼬리를 올리며 나의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간다.
“굿모닝~~~~ 좋은 아침입니다”
이제 이곳, 나의 회사는
더 이상 ‘나의 공간’이 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