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sy Apr 04. 2025

인간아, 누우라면 좀 누워!

유쾌한 City Life : 男2 女2 시트콤

사소한 킬러 14화


원투투 피트니스센터에는 회원들의 원활한 운동 흐름을 망치는 3명의 진상 회원이 있었어요.

이들의 특징은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부 도장을 찍는 데다, 다른 운동은 아예 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기구나 자리만 독점하는 것입니다.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때는 하나 적당히 했으면 자리를 옮겨 주는 게 매너잖아요. 그런데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오직 기구 한 개만 조지면 어떻겠어요?

꼭 동맥경화와 같이 피트니스 클럽의 원활한 순환이 방해되는 거죠.


3 진상 중 첫째는 전신 딥스 운동을 좋아하는 몽키킹입니다. (*팔이 길고 왜 몽키킹인지 딱 보면 알아요)

클럽 입장과 동시에 치닝디핑 머신 점거,

딥스 10회 후 3분간 휴식, 그리고 매달리기 1분,

또 3분 휴식 후 1시간 동안 루틴을 무한 반복합니다. 질려~

-왜 딥스만 하지? 상체는 이미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나? 저러다가 몽키킹 고릴라 될 듯.


둘째는 러닝머신 패티쉬(fetshi)가 있는 여성입니다.

왜 패티쉬냐 하면요,

이 여자 회원은 러닝머신을 너무 좋아해서 그 위에서 모든 운동을 다합니다.

스트레칭부터 시작해서 런지와 스쿼트, 플랭크와 요가, 덤벨 운동까지. 보고 있으면 러닝머신 위에서 러닝 빼고는 전부 다 하는 것 같아요.

-러닝은 왜 안 해? 러닝머신 쓸 줄 모르나?


3 진상 중 마지막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카지노 쿠폰'입니다. 왜 ‘카지노 쿠폰’ 냐구요? 오른팔 삼두근 위에 큼지막한 카지노 쿠폰 문신을 하고 있거든요.

-왜 카지노 쿠폰지? 카지노 쿠폰 문신을 왜? 너무 궁금해!

카지노 쿠폰는 전신근육이 골고루 발달한 헬스마니아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없죠.

문제는 요즘 가슴근육이 부족하다 느꼈는지 줄창 벤치프레스만 한다는 것이죠. 충분히 우람한데도.

사실 치닝디핑 머신은 이용자 수가 적고, 러닝머신은 기계가 많으니 헬스장 동맥경화의 우려가 적지만 벤치프레스는 남자 회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거치고 지나가는 필수기구잖아요!

그런데 헬스보이 카지노 쿠폰가 이 벤치프레스를 한 시간씩 붙잡고 있으니 다음 차례만 기다리는 다른 회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죠. 커다란 덩치에 쫄아서 항의도 못하고… 쓰읍.

그래서 조안나가 나섰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요. 헬스장 총괄 매니저의 의뢰를 받았죠. 몇 가지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회원님, 공용으로 사용하는 머신인데 벤치프레스 이용을 20분 이내로 자제해주면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요?”

“난 안 좋은데요.”

-뭐 이런 싸가지가.. 하긴 이 정도 되니까 의뢰를 했겠지. 참자. 참아.

조안나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었죠.

1. 화장실로 조용히 끌고 가서 해결한다.

장점: 속전속결, 순식간에 해결!

단점: 상당한 물리적 충돌 예상 ⇒ 사후 보상문제가 있을 수 있음 ⇒ 박서우의 잔소리!

2.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한다.

장점: 문화인 다운 해결.

단점: 시간 많이 걸리고 해결 안 될 수도…

3. 내기로 해결한다.

장점: 내기해서 이기면 되니 깔끔하다.

단점: 꼭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에는 내기의 종류가 관건이었습니다.

헬스보이 카지노 쿠폰가 선뜻하겠다고 하면서도 조안나가 이길 수 있는 내기, 당연히 헬스와 관련된 내기, 뭐가 있지?

“좋아요. 그럼 나랑 내기 하나 하죠.”

“무슨 내기요?”

카지노 쿠폰가 미심쩍다는 얼굴로 쳐다봤습니다. 맘에 들지 않으면 바로 ‘안 한다’라고 할 기세였죠.

“운동 좋아하죠? 풀업(턱걸이) 어때요? 한 개라도 많이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조안나의 말에 카지노 쿠폰의 눈빛이 흔들렸어요. 잘할 자신은 있지만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던 거죠. 조안나가 여자지만 명색이 PT강사인데 더 많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다른 회원들의 눈이 있는데 여자와 대결을 거절하기도 나쁜 상황입니다.

“내가 이기면 뭐 해줄 건데요?”

“뭐가 좋으려나. 일단 벤치프레스는 마음대로 이용하시고, 한 달 회비 무료. 오케이?”

조안나는 회비 무료 허락을 받기 위해 총괄 매니저를 돌아봤어요. 총괄은 오케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들었죠. 그러나 카지노 쿠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풀업 받고 데드리프트 추가 어떰?”

대결 종목에 데드리프트를 누가 많이 들 수 있는지도 넣자는 거였죠.

-비겁한 짜슥, 여자에게 데드리프트를 같이 치자고? 죽어도 지기 싫다 이거지?

“콜! 단 1회 승부! 딴 말하기 없기!”

조안나는 데드리프트도 나름 자신 있었어요.

국대시절, 태릉 선수촌에서 죽기 살기로 훈련하던 깐이 있고, 수 차례 반복하는 게 아니라 딱 한 번만 드는 것이라면 정신일도하사불성, 임전무퇴의 자세로 덤비면…...... 아무리 여카지노 쿠폰는 핸디캡이 있어도......

당연~히~ 남자는 못 이기죠.

정신력으로 다 되면, 남북통일도 되고,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도 가고, 로또도 막 맞추게요?

그래도 일단 풀업은 이겼어요. 그것도 겨우 두 개 차이로 간신히.

카지노 쿠폰 덩치가 커서 조안나는 쉽게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카지노 쿠폰의 광배근과 대원근이 불끈불끈하더니 무려 21개, 조안나는 23개, 조안나가 후공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대충 스무 개쯤에서 포기했을 수도 있었겠죠.

회원들 다 보는데 개 쪽팔리게..

데드리프트는 약속 대로 조안나가 먼저 해야 했습니다. 조안나는 몸을 푼다는 핑계로 앞차기와 돌려차기, 내려찍기, 360도 회전발차기를 연속으로 시범 보였습니다.

스포츠 태권도 보다 훨씬 실전에 가까운 조안나의 발차기는 보기만 해도 무척 위협적이어서 회원들은 물론 카지노 쿠폰의 눈까지 똥그래졌죠. 여차하면 XX 해서 @@해버리겠다는 무언의 협박 아니겠습니까?

카지노 쿠폰가 조금만 눈치가 있었어도 승부에 져줬을 겁니다.

조안나는 실제 데드리프트에서 졌을 경우, 카지노 쿠폰를 화장실로 끌고 가서 얼굴을 뭉개버릴 작정이었거든요.

그러나 카지노 쿠폰는 넘치는 근육만큼 고지식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자, 그럼 데드리프트 대결을 볼까요?

조안나는 무려 데드리프트 140kg을 쳤어요. 여자로서는 초인에 가까운 위력으로. 구경꾼 중에는 남녀노소 누구도 그만큼 들 수 없었죠.

카지노 쿠폰도 깜짝 놀랐어요. 탄탄한 근육질이긴 하지만 호리호리한 여자의 몸으로 140이라니, 미친 거 아닙니까?

“대박, 감동! 이건 진심! 그럼 나도 보답하는 의미에서 최선을 다해 주지!”

-보답할 거면 최선 다하지 마!

조안나는 찢어질 것 같은 허리근육을 붙잡고 서서, 카지노 쿠폰가 무리하게 끌어올리다가 등근육이 ‘뚝'하기만 고대했어요.

예상대로 카지노 쿠폰는 140에 10kg만 더 얹어도 이길 승부를 ‘최선'이라는 이유로 무려 60을 보태 데드 200kg에 도전했죠.


“200이 내 인생 기록인데, 내가 이걸 못 올리면 진 걸로 합니다. 그럼 도전!”

-제발 도전하지 마!

나름 남자다웠어요.

쓸데없이 진지한 카지노 쿠폰를 보면서 조안나는 맹렬히 기도했죠.

-엎어져라. 엎어져라. 꼴사납게 엎어져라. 데드리프트의 신이시여…

조안나 절체절명의 순간, 그 순간에도 그녀의 휴대폰이 맹렬하게 울리고 있었어요.

조안나는 발신인을 보지 않았어요. 캘러한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실은 30분 전부터 약속 장소로 나오라는 것을 무시하고 있었거든요.


드디어 카지노 쿠폰가 기합을 넣으며 바벨을 들어 올립니다. 우와!

헬스에 진심인 카지노 쿠폰는 인간승리를 보여주며, 아마추어로서는 넘사벽이라고 하는 데드리프트 200을 치고 만 거죠.

“푸하하. 내가 이겼지!”

카지노 쿠폰 개신남. 조안나 개조짐.

“1대 1이야.”

조안나가 심드렁하게 말했죠.

“그래? 그럼 3차전은 뭘로?”

3차전이고 뭐고 조안나는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팔도 빠질 것 같고. 뭘 하든 패배는 이미 확정적이었죠. 그녀의 자존심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곤두박질치려는 순간, 최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현실이 가슴 벅차게 몰려왔어요.

바로 캘러한이 조안나를 찾아 원투투에 기습 방문한 거죠.


“어이, SS! (Small Siize의 약자, 가슴 작다는 것을 영어로 표현) 내 팔 하고, 다리 가지고 당장 이리 오지?”

캘러한의 깨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조안나에게는 아이디어가 번쩍였습니다. 그를 이용해야겠다는.

“3차전은 벤치프레스, 오케이?”

조안나의 제안을 들은 헬스보이 카지노 쿠폰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쳐다봤죠.

“님, 진심이심?

“대신 난 부상이니까 흑기사 찬스 한 번만. (애걸하는 표정으로)”

“흑기사 누구요?”

카지노 쿠폰가 보기에 원투투 전체에서 자기보다 벤치를 더 들 수 있는 회원은 없었어요. 단연코.

“저기. 저 인간.”

조안나가 가리킨 곳에는 캘러한이 그녀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서있었죠.

척 보기에 대단한 근육질도 아니고, 키만 멀대 같이 크고, 얼굴 좀 작은 것 빼고는 별 거 없는 캘러한을 보자마자 카지노 쿠폰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실수였죠. 사람은 절대 외모가 다 가 아닌데 말이에요.

“정 그러시다면야. 선공 후공?”

“원하는 대로.”

카지노 쿠폰는 자신 있다는 듯 180kg을 놓고 벤치프레스에 누웠습니다. 캘러한은 영문도 모르고 조안나 옆에 와서 시비걸기 시작했죠.

“왜 전화 안 받아? 이러다 내 의뢰 빵꾸나면 책임질 거야?”

“잠깐만 있어봐. 지금 니 팔 하고 다리가 아작 나게 생겼어. 그러니까 니 재산권을 보호하려면 협조하라고!”

“무슨 소리야? 그게? 알아듣게 얘기해!”

말하는 중에 카지노 쿠폰는 땀을 뻘뻘거리며 간신히 180을 들어 올렸어요. 아마 풀업과 데드리프트에서 힘을 뺐으니 그 정도도 훌륭한 기록이었죠.

“뭐 해? 누워!”

조안나가 캘러한에게 벤치프레스에 누우라고 명령했어요.

“내가 왜?”

“누우라니까! 사람들 다 보잖아!”

“사람들 보는데 내가 왜 눕냐고?”

“누우라면 누워! 인간아 제발 말 한 번만 들어주라. 응? 네가 담보 잡은 팔 하고 다리가 지금 없어질 지경이라고!”

캘러한이 엉겁결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조안나는 척척 바벨을 얹었어요. 카지노 쿠폰의 180에 10씩 더 얹어서 깔끔하게 200kg을 만들었습니다.

“오오!”

이를 구경하던 회원들의 탄성이 흘러나왔어요. 카지노 쿠폰가 벤치 200을 친다면 그냥 대단하다 수준이겠지만, 빗자루처럼 생긴 캘러한이 200을 친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웠거든요.

카지노 쿠폰도 될 리가 있겠냐는 표정으로 지켜봤습니다. 드디어…

“들어!”


“뭐?”

“들으라고! 한국말 몰라!”

조안나의 애가 탑니다.

“글쎄 내가 이걸 왜 드냐고?”

캘러한은 강하게 거부, 곧 일어날 것 같은 몸부림 시작. 조안나가 못 일어나게 가스팍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비장의 한 수!


“십만 원 줄게!”

헬스장에 ‘십만 원’의 메아리가 미쳐 퍼지기도 전에 캘러한은 바벨봉을 잡더니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드드드드.

모두가 믿기 힘들었지만, 캘러한은 죽을힘을 다하지 않고도 200을 올렸습니다.

“이거 몇 개 해야 하는데. 하나에 십만 원이야?”

“아니, 이제 내려놔!”


‘쿵' 바벨봉이 벤치프레스 걸이에 떨어지는 소리.

또 ‘쿵',

카지노 쿠폰의 마음속에서도 무언가 무너져 내렸죠.

원투투의 극한 대결은 조안나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박서우와 조안나의 오피스텔,

이례적으로 박서우가 조안나를 엎어 놓고 마사지 중입니다.

평상시와 반대죠.

“캘러한이 못 들면 어쩌려고 그랬어?”

“뭐 망신당하는 거지. 그런데 왠지 들 거 같았어. 그런 거 있잖아. 여자의 직감.”

“(여자의 직감 부분 무시) 하긴, 내가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말했잖아. 캘러한은 뭘 감추고 있는 걸까?”

“근육! 겉으로는 없어 보여도 벗겨보면 잔근육이 깨알같이 박혀있을 거야. 그러니까 200을 들지. 내가 운동해 봐서 알잖아. 근육 없이 200은 절대 불가능해.”

박서우, 조안나 엉덩이 찰싹!

“이뇬아, 넌 근육에 집착을 좀 버려. 캘러한 정체 말이야. 진짜 정체.”

“왜 때려? 안 그래도 온몸이 아파 죽겠는데. 그래, 거기, 거기, 좀 더 주물러봐.”

“여기? 이러면 돼?”

“아니 힘을 줘서 눌러야지. 정말 그렇게 밖에 못해?”

박서우가 힘을 줘서 허리를 콱!

“으악! 관둬! 차라리 치과오빠 부르는 게 낫겠다. 명색이 의사인데 너 보다야 낫겠지.”

“캘러한 정체가 뭐냐니까? 넌 요즘 붙어 다녀서 좀 알 거 아니야?”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정 궁금하면 직접 알아보지 그래? 박서우식 미인계 어때? 옛날에 종종 써먹었잖아. 혹시 알아. 그 인간 취향이 너처럼 작고 귀여운 스타일인지..”

조안나는 한 대 맞을 줄 알고 미리 방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박서우는 고개를 갸웃갸웃.


“정말 그래볼까? 잘만 하면 써먹을 데가 많을 거 같긴 한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