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City Life : 男2 女2 시트콤
사소한 킬러 13화
카지노 게임 통화 중, 상대는 캘러한입니다.
“안 돼. 못 가. 그 시간에는 PT 수업 있다고. 나는 뭐 맨날 노는 줄 알아?”
:: 잊고 있나 본데 니 오른팔 하고 왼쪽 다리는 내가 맡아두기로 한 거야. 많이 바쁘면 팔 하고 다리만 따로 보내든가.
“이 미친 인간이 그걸 말이라고.. 나도 생업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가면, 일당은 쳐줄 거야?”
:: 이봐, 한예진 찾는 거 내가 도와줬으면 그쪽도 군말 않고 도와야지. 상도의도 없나?
그제야 조안나는 도망친 강아지(?) ‘카지노 게임'를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는 어떻게 됐지?
하지만 조안나가 캘러한에게 4,900만 원의 빚을 지게 된 이유도 다 ‘한예진+카지노 게임 동시 찾기'에서 시작된 일, 애초에 캘러한과 ‘공조'만 하지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몰라, 어쨌든 그 시간에는 안 돼. 한 시간 뒤면 모를까…”
:: 한 시간만이야. 더 늦으면 내가 직접 그 팔 하고 다리를 찾으러 갈 거니까 각오해!
한 시간 뒤, 카지노 게임가 도착한 곳은 도심의 화려한 불빛 뒤에 가려진 후미진 주거지역이었습니다. 고개만 들면 서울타워의 불빛이 반짝거려도 바로 앞의 골목길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이상한 곳.
‘이 인간은 사람 불러 놓고 어디 있는 거야?’
그때 등 뒤에서 불쾌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날 따라오는 거? 치한인가?
카지노 게임 일부러 발걸음을 빨리해 방향을 바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뒤를 따르던 남자도 속도를 올립니다.
-어쭈? 이게 디지시려고?
카지노 게임가 속도를 늦춥니다. 남자와 거리가 가까워지고.
-네 걸음, 세 걸음, 두 걸음, 사정거리다!
카지노 게임 돌려차기로 남자의 코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면서 뒤로 휙 돌았습니다. 남자는 피할 겨를이 없었는지 꼼짝도 않고 서서 그녀를 봅니다.
“항상 인사를 이런 식으로 하나? 발차기 인사야?”
피할 겨를이 없었던 게 아니라 피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뒤쫓던 남자가 카지노 게임이었던 거죠.
“뭐야, 왔으면 불러야지. 왜 몰래 따라와? 놀랐잖아!”
“놀란 여자가 그렇게 돌려차기로 사람을 패?”
“패진 않았다. 그냥 위협만 했지. 그건 그렇고, 카지노 게임가 여기 있는 거야? 어디?”
“카지노 게임는 여기 없어.”
“뭐? 개 찾는 거 아니었어? 그럼 왜 날 여기로 불렀어? 이렇게 위험한 곳에.”
“누가 위험한데? 남자들이? 됐고. 아무튼 오늘은 카지노 게임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일 때문이야.”
“무슨 일?”
“흔히 스토커나 치한으로 분류되는 인간 남자.”
“찾아서 뭐 하게?”
“뭐 할 거 같은데?”
“죽이게? 그런 인간이라면 죽여도 상관 안 해. 상황에 따라 도와줄 수도 있고.”
“잘됐네. 이야기 길게 할 것 없이 조금 전처럼 이 근처를 왔다 갔다 해주기만 하면 돼. 패지는 말고.”
“그래도 최소한 어떤 의뢰인지는 알려 줘. 그래야 나도 적당히 알아서 하지.”
캘러한은 카지노 게임에게 의뢰내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비밀이라며 으스대지도 않고 깐깐하게 감추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전부 다.
의뢰인은 스토커 때문에 여동생을 잃은 30대 직장인, 여동생의 복수를 원한다는 내용입니다.
“왜 경찰한테 신고 안 하고 킬러씨에게 의뢰를?”
“경찰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왜?”
“스토커를 피해 달아나다가 계단에 굴러 떨어진 것이니까 엄밀히 말하면 스토커가 죽인 건 아니라는 거지.”
“뭐 그런 뿅뿅 같은 일이 다 있어?”
늘 그렇듯 카지노 게임 스스로 흥분했지요.
그에 반해 카지노 게임은 미동 없이 차분합니다. 의뢰를 받았으니 스토커를 잡긴 하지만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거죠.
어쨌거나 카지노 게임 캘러한이 시키는 대로 길을 찾는 척하며 조명이 어두운 곳만 골라 쏘다니기 시작했어요. 일종의 함정수사 같은 것인데 이 정도만으로 걸려들까 했지만 의외로 손쉽게 입질이 왔어요.
카지노 게임 일부러 어리바리한 척 연기하며 스토커를 유인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따라오는 남자가 스토커나 치한이 맞다고 하더라도 의뢰인의 여동생을 죽게 만든 그 인간인지는 모르는 일이었죠.
이 나라에 내버려야 할 인간들이 한둘인가요?
“누군데 날 따라와욧?”
조안나가 물었지만 대화는 이어지지 못했어요. 캘러한과 약속에 따라 카지노 게임 발길질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퍽' ⇒ ‘쿵'
어느새 카지노 게임이 나타나 남자의 뒷덜미를 내려친 것이죠.
“뭐야? 그렇게 막 죽여도 되는 거임?”
“죽이지 않았어. 신원 확인차 잠시 시간을 빌린 거지.”
카지노 게임은 휴대폰으로 남자의 얼굴을 찍은 뒤 어디론가 전송했어요. 그리고 곧 답이 왔죠.
“이 인간은 아니라는군.”
“뭔데?”
“스토커 얼굴 아는 의뢰인에게 사진 보냈어. 아무나 다 잡을 수는 없잖아. 돈도 안 되는 놈들인데.”
결국은 돈이었습니다. 카지노 게임은 돈이 안되면 내버려야 되는 인간도 버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던 거죠.
“저렇게 두고 가도 돼?”
“몰라. 귀찮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수고했어.”
“잠깐만, 저러다 진짜 죽을 수도 있잖아. 땅바닥에 엎어져 있으면 입이 돌아갈 수도 있고.”
“알아서 하겠지.”
캘러한은 이미 척척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어요. 카지노 게임 다급해졌죠. 캘러한을 따라가며 물었어요.
“잠시만, 솔직히.. 저 남자, 날 따라왔다 뿐이지, 치한이 아닐 수도 있잖아. 길을 물어보려고 했던 것일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럼 안 되는 거잖아.”
“뭐가 안되는데?”
“스토커 아닌데 후드려 패서 죽도록 내버려 둔다고? 아니, 꼭 죽는다는 게 아니라 죽을 수도 있으니까.”
“재밌군.”
“뭐가?”
“스토커는 죽어도 되고, 스토커가 아니면 안 된다는 니 논리 말이야. 인간이 죽는데 이유가 있어 죽나?”
카지노 게임 할 말이 없었어요. 캘러한한테 철학 비스무리한 멘트를 듣게 될 줄 예상하지 못한 거죠.
“도대체 의뢰인이 말한 스토커가 그 불쌍한 여자를 죽게 만든 건 확실해? 확인해 봤어?”
“아니, 그걸 귀찮게 왜 해?”
“무슨 소리야? 확인도 안 하고 의뢰를 받는다고? 죽여도 준다며?”
“꼭 죽여달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복수를 원한다고 했지. 뭐 어쨌거나.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네.”
“모르긴 뭘 몰라? 아무나 막 죽이면 안 되는 거잖아!”
카지노 게임 얼굴이 빨개질 만큼 흥분했습니다. 캘러한은 그런 조안나를 보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죠.
“너, 사람 죽여봤구나.”
맞았습니다.
김동훈 씨와 카지노 게임의 오피스텔.
“월세!”
“다음에.”
“다음 언제?”
“카지노 게임 찾으면.”
김동훈 씨, 흥분합니다. 순순히 내놓을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 뻔뻔할 것이라고 예상도 못했습니다.
“지금도 돈 있잖아! 카지노 게임 착수금 받은 거, 그걸로 주면 되잖아.”
“그건 다 썼지.”
카지노 게임이 눈을 못 마주칩니다. 거짓말이라는 느낌이 딱 왔죠.
“며칠 됐다고 100만 원을 다 써? 당신 혹시 도박해?”
“그건 어떻게 알았지? 동 치과 나 미행해?”
다시 뻔뻔 모드, 미칩니다. 이 환장할 순간에 초인종이 울렸어요. 카지노 게임였어요.
“카지노 게임, 이 시간에 웬일이야?”
“몰라, 서우가 둘 다 오래.”
“왜?”
“와 보면 알아.”
카지노 게임 캘러한이 없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있었죠. 게다가 조안나의 목소리를 듣자 반가운 얼굴로 뛰쳐나왔어요. 누가 봐도 월세 독촉에서 벗어나려는 수작이었죠.
“박서우 님이 오라면 어서 가야지. 돈 많은 고객이신데.”
박서우와 카지노 게임의 오피스텔에는 야식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치킨과 피자, 족발까지. 대충 봐도 여자 둘이서 먹기는 너무 많은 양이었죠.
“야식 좀 시키랬더니 이 바보가 너무 많이 시켜 버려서요.”
카지노 게임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걸로 푸는 평범한 버릇을 가지고 있었죠. 이날은 캘러한의 반협박에 스토커의 미끼(?) 역할을 수행한 데다 그녀의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들킬 뻔한 날이기도 했으니 스트레스가 오를 만큼 오른 거였죠. -사실은 이미 들켰습니다.
“와우, 카지노 게임 진짜 이걸 다 먹으려고 시킨 거야?”
김동훈 씨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누구 덕분에 힘든 날이었거든.”
카지노 게임 이미 큼직한 족발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말없이 와구와구 먹어댔죠.
한 손에는 피자, 다른 한 손에는 치킨, 입에는 족발, 야식의 삼위일체라고 할까.
동: 월세도 못 내면서 먹는 건 진짜 잘 먹네. 한번 물어나 보자. 뚝딱 찾을 것처럼 해놓고 여태 그 개는 왜 못 찼았대?
캘: 못 찾는 게 아니라 안 찾는 거야.
동: 자존심은 있다는 건가?
조: (씹던 족발을 꿀꺽 삼키며) 있지도 않은 자존심 찾지 말고 개나 찾고 말하시지.
박: 잃어버린 게 아니라 도망친 거면 꼭 찾을 필요가 있을까? 그 개도 자유를 위해 도망친 것일 수도 있잖아.
동: 서우 씨 그거 농담이죠?
조: 얘는 농담 같은 거 안 해.
캘: 내 말이 바로 그거야. 드디어 뭔가 좀 아는 사람이 나타났네.
동: 웃기시네. 큰 소리 빵빵 쳐놓고 못 찾으니까 하는 소리 아니야? 착수금만 똑 떼어먹고. 인간적으로 못 찼았으면 착수금은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조: 치과오빠는 아직 이 돈벌레가 인간으로 보여? 해결사라고 해놓고 여태 해결한 게 뭐 있어? 개도 못 찾았지. 그때 DIY 가구 조립도 치과오빠가 했다며?
캘: 해결사라고 한 적 없어.
조: 맞아. 킬러라고 했지. 그래서 언제? 누구를? 죽였는데?
캘: 지금 한번 죽여줘?
조: (가슴을 내밀며) 할 수 있으면 죽여 보시든가?
캘: (치킨을 뜯으며) 공짜로는 안 죽여. 세상에 공짜인 목숨은 없거든.
조: 핑계는 많지. 하늘의 별보다 많을 껄?
박: 별이 뭔지나 알아?
조: 내가 별도 모를 거 같아?
박: 그럼 금성은 별이야? 아니야?
조: 당연히 별이지. 샛별!
박: 거봐. 모르네. 별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야 돼. 금성은 행성이야.
조: ????
박: (카지노 게임에게) 개는 왜 안 찾았어요?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캘: (박서우를 힐끔 본다) 머리만 좋은 줄 알았더니 제법 눈치도 있어. 아니면 그쪽도 내 뒷조사를 하나?
박: (당연하게) 네. 그런데 미행이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자꾸 사라진다고 하던데 그렇게 사라질 때는 어디 가는 거죠?
조: (먹던 족발을 뱉어내며) 진짜 이 인간을 미행시켰어?
박: 응, 확실히 할 게 있어서 좀 알아봤어. 그러면 안 되나? (카지노 게임에게) 기분 나빠요?
캘: 딱히, 누가 따라다니는 게 오랜만이라.. 신경 쓰인 건 사실이지만. 요즘은 안 따라다니던데?
박: 돈만 들고 실적이 없어서 잘랐어요. 이제 궁금한 건 그냥 물어보려고.
조: 물어보면 이 인간이 솔직히 말할 거라 생각해?
박: 사설탐정에게 줄 돈을 주고 물어보면 말할 거 같은데, 안 그래요?
캘: 진작에 그렇게 하지. (별로 신경 안 쓴다)
조: 이게 통한다고? 치과오빠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동: 이 인간은 돈으로 안 되는 게 없어. 그거는 확실해.
잠시 먹는 타임. 식탐이 가장 적은 박서우가 물었습니다.
박: 카지노 게임라고 했죠? 그 개는 찾은 거죠?
캘: 찾긴 찾았지. (여전히 관심 없다)
동: 어디서 어떻게?
캘: 어렵지 않던데. 원래 살던 데 가서 잘 살고 있더라. 동산을 뛰어다니며. 제법 자유롭게. 연애도 하고.
조: 원래 살던 데가 어딘데?
캘: 8288 부대.
동: 군부대?
캘: 거기 부대장 경비견이었더군.
조: 연애는 또 뭐야?
캘: 붙어 다니는 암컷 경비견이 있어. 딱 봐도 알겠던데. 물고 빠는 게 딱 사귀는 폼이야. 그런 걸 강제로 민간 분양시켜서 떼어 놨으니 짝을 찾아 돌아갈 밖에.
동: 구라 치지 마. 다른 사람이 죽든 말든 아무 관심 없는 당신이 개가 연애하는 것을 안다고?
캘: 믿든가 말든가.
조: 아무튼, 찾았으면 데리고 와야지 왜 그냥 왔어?
캘: 싫어서.
조: 왜? 왜 싫은데?
캘: 그냥.
조: 흥! 거짓말. 돈에 환장한 녀석이 카지노 게임 연애 사정을 봐줬을 리는 없고. 군부대라서 못 찾아온 거야? 쫄았구나! 몰래 들어갔다가 총 맞을까 봐.
캘: 맘만 먹으면 군부대쯤이야.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긴 해도 솔직히 몰래 데리고 나오는 건 확실히 쉽지 않겠더라. 개가 보통 뚱견이 아니야. 처음에는 개가 아니라 흑돼지인 줄.
동: 무슨 소리야? 나도 사진 봤는데. 좀 크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닐 텐데.
캘: 그건 현역 시절 사진이었어. 사진만 아니었어도 더 빨리 찾았을 텐데. 됐고, 이젠 관심 없어. 150킬로가 넘는 걸 마취시킨다고 해도 어떻게 몰래 끌고 나와?
동: 그럼 최소한 의뢰인에게 어디 있는지는 알려줬어야지!
조: 맞아! 착수금도 받았는데 그 정도는 해야… 그러면 개주인이 군부대에 말해서 정상적으로 데려갈 수도 있고.
캘: 돈 더 줄 것도 아닌데 귀찮게. (관심 없다며 계속 치킨만 집어 먹는다)
박: 카지노 게임 입장에서는 거기 있는 게 낫겠다. 카지노 게임가 스케일링받다가 도망쳤다고 했지? 내가 개라도 싫겠다. 맛없는 사료 먹으면서 인간도 아닌데 스케일링받아야 하고, 운동도 못해서 비만에 심장병까지 걸렸다면서? 그게 정말 카지노 게임를 위한 걸까? 캘러한도 그걸 생각해서 그냥 왔겠지. 카지노 게임 연애도 응원하고. 맞죠?
캘: (대답 안 함)
조: 설마 이 인간이… 인간 생각도 안 하는데 개 생각을 해서.. 절대 아니야. 그치?
동: 당연히 아니죠. 개 주인이 책임지고 찾아오라고 할까 봐 애초에 귀찮아서 안 알려주는 겁니다. 뻔하죠. 맞지? 카지노 게임.
캘: 맘대로 생각해. 그런데 그거는 맞아. 난 인간 생각은 물론 개 생각도 안 해. 내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귀찮아.
이상, 어느 평범한 야식데이에서 벌어진 수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