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과 어깨가 닿을 정도로 붐비는 카지노 쿠폰에 탔다. 옷이 두터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문이 열리자 서점 풍경 한 가운데에 네가 보였다. 순간이었다. 나는 잠깐 몸이 굳었지만 앞 사람의 뒤통수를 피해 너를 반만 훔쳐 볼 여유는 있었다. 몇 권의 책을 훑어 보던 네가두리번거렸지만행간 너머의나를 알아봤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나는 몰래 ‘열림’ 버튼을 눌렀다. 이대로 문이 닫히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아서. 아무도 타지 않고 내리지 않는다. 그 어색한 공기를 모른 척 하는 동안 몇 초가 흘렀다.
그 날 네가 카지노 쿠폰에 타지 않아서 나를 보고 싶어하지 않아서 행간의 어떤 의미도 읽으려 하지 않아서 나는 네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나는 네가 자주 가는 서점에도 어느 월간 잡지에도 신문에도 버젓이 걸려 있다. 다만 동시에 그건, 네가 언제든 덮어둘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너는 나를 정말 덮어두었을까. 힐끔펼쳐보기도 어렵게무겁고 뜨거운 것을 올려두었을까.
문이 닫히고 너와 나도 영영 마감되었다. 카지노 쿠폰 너라는 오타를 수정하지 않고 내버려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