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아이브-Kitsch
난 생겨 먹은 대로 사는 애야, 뭘 더 바래
That's my style (That's my style)
우리만의 자유로운 nineteen's kitsch
지금까지 한적 없는 custom fit
올려 대는 나의 feed엔 like it
홀린 듯이 눌러 모두 다 like it
내가 추는 춤을 다들 따라 춰
매일 너의 알고리즘에 난 떠
걷잡을 수 없이 올라 미친 score
그 누구도 예상 못할 nineteen's kitsch
우리만의 자유로운 nineteen's kitsch
케이팝 댄스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에는 무엇이 있을까? 재능? 성실함? 외모? 기본기? 아이돌이 되려면 이 모든 게 다 필요하겠지만, 일반인에겐 무엇 하나 갖추기 쉬운 게 없다. 그리고 꼭 갖출 필요도 없다. ‘무기력한 삶에 활력을 선물할 취미로 즐기는 거라면 잘 못해도 상관없다. 남들 눈엔 막춤으로 보이더라도 나만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보통은 생각하겠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아마 취미에 진심인 분들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못해도 그냥 즐기라고? 웃기는 소리 마라. 못하면 즐기기가 힘들다. 수영을 하러 가서 내내 킥판 잡고 발차기만 한다면? 뜨개질하면서 1년 넘게 목도리에서 못 벗어나면? 접영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을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강아지 점프슈트를 뜨는 사람을 시기하며 자신의 망손을 원망하다가 곧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계속하려면, 느려도 조금씩 실력이 늘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자신을 보며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때 드디어 내게 취미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난 정말 잘하고 싶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촬영된 영상을 보며, 시작하길 잘했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다 하고 희망회로를 돌리고 싶었다. 안무를 정확히 외우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연습을 거듭했고, 드디어 촬영할 때 한 번도 틀리지 않은 날이 생겼다. 촬영된 모습이 어떨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학원 유튜브 채널에 영상이 올라오길 기다렸다. 며칠 뒤 올라온 영상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하나도 틀리지 않았는데, 내 모습은 왜 이리 삐걱거리는 걸까? 남편에게 보여주니 내 기를 살려주기는커녕 밉살스럽게도 내 옆 사람을 짚으며 “이 사람 잘하네.”라고 말했다.
“근데 이 사람은 방금 안무 틀렸다. 나는 하나도 안 틀렸는데.”
“틀리고 안 틀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지.”
“정해진 안문데 정확하게 해야지.”
“틀린 지 안 틀린 지 추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말고는 모르지.”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왜 잘 추는 것 같은데?”
“표정이 좋네. 춤은 자신감이지.”
춤이라곤 개다리춤도 못 추는 주제에 말하는 게 오만방자했지만, 일단은 수용하는 자세로 영상을 천천히 다시 보았다. 그 사람은 내내 카메라와 눈을 맞추고 미소를 머금은 채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춤을 추고 있었다. 안무를 틀릴 때도 버벅 대거나 민망한 웃음을 짓지 않았다. 마치 그 노래의 주인공인양 자신만만한 모습이 내가 봐도 멋져 보였다.
케이팝 댄스는 ‘이 무대의 주인공은 나다’라는 자신감과 ‘내가 제일 잘났다’는 기백을 가진 아이돌이 만들어 가는, 가끔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저세상 텐션이 매력적인 춤이다. 무대가 끝났을 때조차 카메라와 눈을 맞추며 헐떡이는 각종 큐티, 섹시, 허세 콘셉트의 엔딩 포즈를 떠올려 보라! 거기서 우물쭈물하며 눈 둘 데를 모르고 머리 긁긁 하고 있는 아이돌은 없다.
같이 촬영할 때 사람들이 나에게 “자신감 가져요!”, “잘할 수 있어요!”라고 응원을 해주곤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 스스로는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틀릴까 봐 긴장한 게 표정으로 다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나이에 이 정도면 못하는 편은 아닌데 난 왜 이렇게 자신감이 안 생길까? 영상을 천천히 돌려보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춤을 추는 모습이 영 멋지지 않았다. 동작은 척척 맞는데도 이상하게 어색했다. 원인을 알기 어려웠다. 어색한 표정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어색하고 뻣뻣한 춤선 만은 어떻게든 고쳐 보고 싶었다.
다음 수업부터 선생님 뒤에 바짝 서서 선생님의 춤선을 따라 해 보려 애썼다. 선생님이 팔을 펴고 다리를 드는 딱 그 각도를 그림자처럼 흉내내다 보면 나도 좀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러나 분명 비슷하게 하는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그 맛이 안 났다. 안무를 완벽히 외워도, 선생님과 디테일을 맞춰 봐도 안 된다면 정말 재능이 없는 건가?
힘 빠진 목소리로 “저는 왜 선생님처럼 멋지게 안 보일까요?”하고 소심하게 투정을 부렸더니, 선생님은 정말 놀랍다는 눈빛으로 “당연하죠! 제가 아니잖아요!”하고 소리쳤다. 자격지심 때문인지 순간적으로 “어머낫! 이렇게 젊고 날씬하고 예쁜 나처럼 보이려고 하다니 말이 되닛!”카지노 게임 사이트 말로 귀에 꽂혔지만, 당연히 그런 뜻이 아니었다.
“저랑 아예 다른 사람이잖아요. 다른 사람이니까 다르게 보이는 게 당연해요. 각자 자기 몸에 맞는 각도와 포즈를 찾아야 해요. 기본 안무는 똑같지만 그걸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댄서마다 다 달라요.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제일 잘 맞는 모습을 찾아보세요.”
어라? 이거 어디서 많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본 말인데. 내가 글쓰기를 가르칠 때 자주 하는 말이잖아!
“사람마다 글에 대한 취향이 달라요. 좋아카지노 게임 사이트 문체나 쓰는 방식이 다 달라요. 잘 쓴다는 사람과 무작정 비슷하게 쓰려고 하지 말고, 여러 가지 읽어 보고 써 본 뒤 내가 제일 잘 쓸 수 있는 방식을 찾아보세요.”
글쓰기 강사가 되어 보겠다고 여기저기 배우러 다니고, 각종 글쓰기 모임을 열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내가 쓸 수 있는 글’이 다르단 걸 깨달았다. 나는 굉장히 진지하고 무겁고 지적인 면이 돋보이는 글을 쓰고 싶었으나, 그런 글을 썼을 때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선생님은 말은 엄청 재밌고 귀에 쏙쏙 박히게 하시는데...... 글이 말보다 못하신 것 같아요.”
천성이 유재석인데 글은 손석희처럼 쓰려고 했으니. 나는 지적인 사람도 아니고, 진지한 사람은 더욱 아니다. 늘 먼지처럼 가볍게 말하고, 아무리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도 웃으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걸 좋아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이다. 가진 게 별로 없으면서 글은 ‘있어 보이게’ 쓰려고 하니 안 맞는 옷을 입을 꼴이었다. 이후 ‘허세’를 버리고 가볍게 쓰기 시작했고, 갈수록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 내 말투로, 내가 가진 것으로 글을 쓸 때 더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춤도 마찬가지다. 남에게 맞출 것이 아니라 내 팔다리의 길이와 두께에 어울리는, 내 몸의 형태에 어울리는, 내 성향에 맞는 몸짓이 무언인지 고민해야 했다. 정해진 안무가 있다고 해서 꼭 똑같이만 출 필요는 없다. 나는 귀엽거나 섹시한 안무를 잘 못했는데, 그런 분위기를 내는 걸 어색해하기 때문이다. 힘이 들어가는 절도 있는 동작이나 설렁설렁 크게 추는 춤이 내게 잘 맞았다. 귀여운 안무라도 좀 파워 있게 소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못하는 것에 억지로 매달리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 이미 나도 알고 있는 것이었는데 춤에는 적용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생각을 고쳐먹은 뒤로는 조금 편안해졌다. 귀엽거나 섹시한 안무를 할 때는 좀 대충대충 하고, 파워 있는 안무를 할 때는 ‘눈 떠보니 뉴욕 타임스퀘어 무대에 선 정국으로 빙의한 나’를 상상하며 격하게 춤을 췄다. 거울에 좀 더 가까이 서서 나를 관찰하면서 일단 움츠린 자세부터 교정하자고 마음먹었다. 선생님은 늘 뒷짐을 지고 다닌다고 하셨다. 어깨와 등이 굽지 않도록 가슴을 펴고 걷는 습관을 들이라고 하셨다. 또, 자신감이 떨어지면 거울 속 나에게 “너 오늘따라 멋진데! 스타일 죽인다.”하면서 과하게 칭찬을 하라고도 하셨다. 난 그것까진 도저히 할 자신이 없었지만, 걸을 때 몸을 수그리지 않도록 의식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어깨가 0.1cm씩 펴질 때마다 자신감이 1cm씩 자랐다. 등을 세우고 가슴을 펴니 자연스럽게 고개도 뒤로 젖혀졌다. 무슨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자세가 거만해질수록 내 맘도 오만해졌다. 고개를 쳐들고 거울을 아래로 깔고 보니 잘 보이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꽤 폼이 잡히는 것 같았다. 이래서 양반들이 뒷짐 지고 엣헴 하며 다녔나 보다.
실력에 비해 다소 거만해진 나는 겁 없이 단독촬영을 하겠다고 말해버렸다. 뉴진스의 ‘하우 스윗’ 후렴 구간을 배웠는데, 안무가 너무 욕심이 나서 혼자 1절 전체를 연습해서 촬영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집에 와서 거만해진 자아를 혼내줬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남편에게 뉴진스 스타일로 의상을 구매해 달라고 부탁하고 연습에 매진했다.
왠지 이걸 해내고 나면 더는 카메라도 거울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아무도 안 보고 있는데도) 겁나지 않을 것 같았다. 보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격한 안무라서 힘들고 외워지지도 않아 그냥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연습 시간이 한 시간, 두 시간 쌓일수록 오기가 생겼다. 다 틀릴지언정 도전은 해보고 싶었다.
촬영 당일까지 10시간을 연습했지만, 단 한 번도 완벽히 해내지 못했다. 자신 없어하는 나에게 동료들은 “어차피 우린 안무 모르니까 틀려도 아무렇지 않게 막 하세요!”하고 응원해 주었다. 결국 인트로부터 끝까지 여러 번 틀리고 말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며 끝까지 멈추지 않고 촬영하는 것에 성공했다. 게다가 카메라를 피하지도 않았고, 표정도 자연스럽게 유지하기까지. 속박 하나를 푼 것 같은 해방감이 들었다.
잘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필수적이다. 남과의 경쟁도 있고, 나와의 경쟁도 있다. 내가 프로라면 둘 다와 경쟁을 해야겠지만, 나는 아마추어이기에 나와의 경쟁에서부터 작은 승리를 쌓아야 했다. 나 자신과 맞다이로 붙을 용기를 얻기 위해 일단은 거울에 비친 나와 싸우고, 카메라에 찍힌 나와 싸우고, 남에 눈에 보일 나와도 싸워야 했다. 누군가 기대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이 없기에 더 그렇다. 지난번의 내 실력은 나만 아는 거니까 스스로 기대하고 그 기대를 채우기 위해 스스로 박차를 가해주어야 했다. 취미를 지속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들이 대단한 이유다. 꼭 취미가 아니라도 오랫동안 무언가를 사랑하고 계속할 힘을 가진 사람들이 단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