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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난다 Feb 13. 2025

카지노 게임

백설기, 엄밀하게 말해 백설기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릴 적 기억 때문이었다.

시골마을마다 하나씩 밖에 없었던 낡은 점빵의 빵 선반에 있던 카지노 게임은 갈색인 다른 빵들과 달리 이름 그대로유일하게 흰색이어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 단팥빵이나 식빵처럼 결대로 찢어지는 것도 아니고, 달고 촉촉한 보름달빵이 스르르 갈라지는 느낌과도달랐다. 다른 빵보다 훨씬 가벼웠고, 더 잘 부스러진 것으로 기억한다. 고슬고슬하고 달달한 하얀색 빵 군데군데 박혀 있는 검은 단팥은 어린아이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맛이 있었다.


추억의 더듬어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온라인 검색을 해 보니 예전의 그 백설기빵을 만들던 회사에서 브랜드를 리뉴얼한 제품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편의점을 여러 군데 다녀보았지만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는물론 백년가게 같은 개인빵집을돌아다녀보았지만 백설기빵을 찾을수 없었다. 인근광역시 세 곳에 있는 빵집을 어지간히 훑고 다닌 후에야 대구와 부산에서카지노 게임 파는 곳을찾았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화려한 제과점이 아니라 시장 입구와 평범한 동네에 있는 작고 오래된 빵집이었는데, 카지노 게임 전문점은 아니었다.온라인에서 백설기 빵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지만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한 카지노 게임 한 점을 뚝 잘라 입 안에 넣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빵을 굽는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웠고,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추억을 떠올리며감상에 젖었다.이제 입 안에서 그때의 기억을 확인하는 순간 완전히 카지노 게임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다.




어릴 적 그대로였다.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갈색빛을 띠는 일반적인 빵과는 달리 카지노 게임은비릿한(?)특유의 냄새가 있다. 그리고 카스텔라처럼 입 안에서 완전히 녹아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미세한 알갱이들이 혓바닥에 굴러다니는 질감이 있는데, 그게 완전히 그대로였다.어릴 먹었던 라면 맛은 지금 먹는 라면과는 분명히다른 맛인데, 카지노 게임은 똑같다는 게너무신기했다.


행복한 순간을 잠시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카지노 게임 개발을 위한 전략을 세웠다.구입한 백설기빵을 검토해 보니 다음과 같은 점이 눈에 띄었다.


1. 흰색이 아니었나?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백설기빵을 본 순간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색이었다. 기억 속에는 순백색으로 남아있었는데 다시 만난 카지노 게임은아주 하얗다고 말할 수는없었다. 성분 때문인지 아니면 오븐의 열기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누런 빛이 돌았다.


2. 밀가루?

설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쌀로 만든 떡이다. 그래서 나는카지노 게임도 당연히 쌀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물론, 100% 쌀가루로 만드는 제품이 하나있었지만,성분을 찾아보니 대부분밀가루가 주성분이었고 쌀가루는 3% 정도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빵가게에서 구입한 제품도 유난히쫄깃한 질감이 느껴졌는데아무래도 밀가루가 주재료인 것 같았다.


3. 첨가물 덩어리?

빵집에서 판매하는 카지노 게임은 함량표시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모든 첨가물을 알 수 없었지만, 온라인에서 유통 중인 제품들을 살펴보니고슬고슬하고, 부드럽고, 가벼운 질감식품용 팽창제유화제를 첨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을알 수 있었다. 솔직히 이 사실은 좀 충격이었다. 일반적인 제빵학원에서 빵 만드는 것을 배웠다면 기름덩어리 같은 첨가물들이익숙한 재료로 느껴졌을지 몰라도 나름 건강하고 맛없는(?) 깜빠뉴를먹어 온 나로서는거부감이 들었다.


내가 어릴 적에는 특정 음식이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소비의식과식품에 대한 인식이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기 때문에나는백설기빵을 만드는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1. 100% 쌀가루로 만든다

카스텔라.

포르투갈 카스티야 지방(Castile)의 스펀지케이크가 일본에서 카스텔라(カステラ, Castella)로 발전한 후 대만은 물론 우리나라 전 지역에 카스텔라 전문점이 생길 만큼 유명해진 빵이다. 달고, 부드럽고, 촉촉한 빵의 대명사가 카스텔라다. 카스텔라가대단하고 부러운게 사실이지만 우리에겐 백설기가 있다.설기는 우리 민족이 석기시대 때부터 시루에 쪄서 먹던 음식이다. 흰색, 백의민족, 신성함, 순수함이 깃든 백설기가 한국의 떡이라면 카지노 게임은 한국의 빵이다.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서양의 빵이 대중화되기까지 우리는 왜 백설기빵을 한국의 빵으로 발전시키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백설기처럼 쌀가루를 100% 사용하고 밀가루는 전혀 사용하지 않기로했다.


2. 누가 봐도 흰색이어야 한다.

이름이 카지노 게임이니까 당연히 순백색에 가까워야 한다. 따져볼 것도 없이실력이 있다면 무조건 흰색으로 구워내야 한다.


3. 유화제, 팽창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설기는 쌀과 소금, 설탕이 주재료다. 합성첨가물 없이 가볍고 부드러운 백설기빵을 만들어보자!


4. 오븐에 굽는다.

찐빵이 아니라 빵이다. 설기는 증기로 쪄서 무겁고 쫀득하지만 카지노 게임은 고슬고슬하고 건조하고 가벼워야 한다.


정리를 해 놓고 보니 카스텔라보다 더 어려워 보였다.가장 큰 난관은 색이었다. 쌀가루만으로 마야르 반응없이빵을 굽는다는 게 과연 가능한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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