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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Apr 01. 2025

두려움에, 증오에, 광기와 죽음에 카지노 쿠폰

실비 제르맹 <카지노 쿠폰 책

​실비 제르맹이라는 작가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을 때 만나서 몰래 혼자 욕망했던 <카지노 쿠폰 책을 다시 만나 데려오기까지 10개월쯤 걸렸다. 당장 읽을 건 아니지만 <호박색 밤과 나란히 꽂혀있는 모습을 발견한 건 운명 같아서 놓칠 수 없었던 날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가 한국에 다녀가는 동안 <카지노 쿠폰 책 한 권을 끝내지 못했다. 사실 <카지노 쿠폰 책은 <호박색 카지노 쿠폰 거대한 프롤로그였다. 동시에 이제는 한국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작가의 화려한 데뷔작이었다.


​실비 제르맹은 <호박색 밤을 쓰기 위해 샤를빅토르의 가계도를 만드는 차원에서 <카지노 쿠폰 책을 썼다고 한다. 한편 그 자체로 역작인 <카지노 쿠폰 책의 주인공 빅토르플랑드랭의 탄생 배경이자 <카지노 쿠폰 책 만의 프롤로그가 첫 번째 챕터인 ‘물의 밤’이다.


<카지노 쿠폰 책의 말미에 도톰하게 실린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밤과 페니엘 등 이 시리즈에서 강조하는 어휘에는 신화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백 년의 고독이나 복잡한 가계도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라면 조금 흙맛나는 막장드라마처럼 읽어볼 수도 있겠다.



읽던 흐름이 종종 끊기다보니 읽을 때마다 리마인드를 하는 고생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매번 빠져들고, 그럼에도 하룻밤에 너무 많은 양을 소화할 수는 없던 책이다. 다만 프롤로그답게, 본편을 향한 안내는 확실하다. <호박색 밤을 미리 마련해두길 잘했다. <카지노 쿠폰 책에서 더욱 간절하게 찾게 되는 ‘가계도’는 <호박색 밤에만 있으니 마술적 사실주의 애호가라면 가급적 두 권을 나란히 보관하기를 권한다.




그는 혼자 돌아왔다. 떠날 때 함께 갔던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남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다수가 죽었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에 가족들 품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혼자서, 뒤늦게 돌아왔다. 그는 귀향길에 접어든다는 기쁨을 느낄 수 없었고 서두르지도 않았다.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의 뒤늦음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그는 영원히, 너무 늦은 것이었다. -54p, 물의 밤


처음에는 자기의 혈육, 가족과 쥘리에트를 위해서,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려고, 병사의 신분으로 지내면서도 무엇보다 아들로, 형제로, 약혼자로-사랑의 힘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한 인간으로 계속 남아 있으려고 일기를 썼다. 그러나 끊임없이 삶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희망이 희박해지면서 분노가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미 그는 더이상 가족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공연한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는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항해서 썼다. 두려움에, 증오에, 광기와 죽음에 카지노 쿠폰. -210p, 장미들의 밤


그는 절대적인 밤, 모든 것이 사라진 ’밤‘의 시련을 당하고 있었다. 파괴된 것의 밤. 그리하여 그는 순전한 불면에-부재로 가득한 광란의 현존에 맡겨졌다. 거기, 아무 곳도 아닌 거기서, 시간 시간마다. 시간이 아닌 시간에, 불가능 속에, 그는 깨어 있지 않을 수 없었다. 보이게 하지 않는 바로 그것을 보지 않을 수가, 모든 것을 보는 무 그 자체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밤을, 캄캄하면서도 동시에 투명한 잉크-모든 글쓰기 이전, 혹은 이후의 잉크 같은 밤을 보았다. 더이상 아무것도 쓰이지 않고 말해지지 않고 읽히지 않는 검은 잉크의 밤, 더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몽매한 잉크의 밤. -441p, 재의 밤


책은 되돌아오고 있었다. 책은 꽃잎 지듯 거꾸로 넘겨지고. 뜯겨 해체되고, 그런 다음 다시 시작할 것이었다. 다른 단어들, 새로운 얼굴들로.

-463p, 밤 밤 그 밤



재앙과 침묵, 빛과 그림자, 무엇보다도 전쟁과 사랑이 끊이지 않는 20세기 역사의 무게를 학습하기보다는 추상화처럼 감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주 처절한(혹은 상세한) 텍스트에 자료적 혹은 심리적 문턱을 자주 느끼는 편이라 시적이고 철학적인 이 작품에 상당한 애착을 갖게 되었다.


(후속작 <호박색 밤리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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