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때를 떠올려보면 막바지에 이른 탈고로 진이 다 빠졌었다. 내 글이 별로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이런저런 훈수를 듣다 보니 자존감은 다 무너졌다. 수정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보내도 번번이 신통치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난 대형출판사 테레랑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목소리에 저항할 힘이 없었다. 아직 출간하기 전 유일한 독자이기도 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그는 나보다 더 많은 성공과 실패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봤을 테니까. 퇴직하고 힘든 시기였던 만큼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님 말씀 잘 들으면 우리 베스트셀러 되는 거죠? 아뇨 그럴 확률은 희박해요. 네 알겠습니다. (그의 노고 덕분에 책은 이제 2쇄를 거의 다 팔았다)
그때쯤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는 독서모임을 만들려고 부동산과 함께 근처 오피스텔을 뒤지고 다녔다. 내 삶의 일생일대의 변화가 출간과 창업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려서 날 초조하게 만들었다. 낮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밤에는 모임을 준비하여 하루를 쪼개서 썼다. 미칠 노릇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절을 긍정하지는 못하겠다. 무모한 선택을 하고 벌벌 떠는 내 모습이라니. 저녁에 침대에 누우면 난 왜 편안하고 든든한 직장을 버리고 나왔는가.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생각했다.얼마 남지 않은 통장 잔고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더 미칠 노릇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10시 정도에 북성로 쪽으로 나가서 아무 카페에나 들어갔다. 샷 추가한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신 뒤 정신없이 글을 고쳤다. 한 꼭지를 고치고 나면 외쳤다. 사장님 에스프레소로 한 잔 더 주세요. 네 샷도 추가요. (에스프레소는 아메리카노 보다 삼백원 쌌다. 마치 미국과 이태리 물가 차이처럼) 충혈된 눈에 커피 크레마가 올라왔다. 가끔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가면 며칠째 같은 후드티를 입은 내 모습이 보였다. 왼쪽 구석 갭의 G자에 커피 얼룩이 져 있었다. 오 작가 같아. 뻗친 머리에 헐렁거리는 반바지. 이게 무슨 작가야? 짜증 가득한 얼굴, 자판 두드리는 공장노동자. 이걸 위해 여기까지 온 거야? 퇴직 전 내가 그리던 일상은 이게 아닌데. 어깨와 목이 굳어서 편두통이 귀신처럼 따라붙었다. 그래 한잔 더!
그때 이후로 2년이 지났다. 내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작업이 아니라 다른 사람 모임 열어주려고 혈안이다. 클럽이 44개까지 늘어났다. 4는 불길한데 1개 더 만들걸. 조바심은 그때보다 더 커졌다. 그 후드티도 그대로다. 품질이 좋아서 매일 입어도 멀쩡하다. 주말마다 잘 차려입고 안국역으로 가던 난 사라졌다. 카페 화장실에서 백탁크림을 바르면서 눈을 똑바로 쳐다보던 난 잊혔다. 군복은 쓰레기 수거장에 버려졌고, 라코스테 피케티는 옷장에 처박혀서 누레졌다. 한때 주름 하나 없던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괜찮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미간 사이의 슬픔의 삼각형만 더 진한 윤곽을 드러낸다.
옷을 입을 여유도, 머리에 무스를 바를 시간도 없다. 나의 지난한 삶이 언젠가 나를 구출해 주기를 바란다. 청승을 떠는 글들이 모여 또 다른 기틀이 되기를 바란다. 과잉된 자의식에 사로잡힌 채 글을 쓰는 나는 여전히 커피를 옷에 묻히고 다닌다. 회색 후드티를 모자까지쓰고 동네 노숙자처럼 돌아다니는 나를 보거든 한 마디 보태줬으면 싶다. 거 거울 좀 보고 사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그게 뭡니까. 그래봤자 난 헤드폰을 써서 듣지도 못할 것이다.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되뇌겠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고 뭐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요. 내 삶을 편집하기도 바쁘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