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고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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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초록빛.
살아가면서 문득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나간 모임에서 공감할 수 없는 그들만의 화제가 이어질 때. 가고 싶지 않은 회식이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의 어쩔 수 없는 만남 속에서 애써 웃음 지을 때. 지인과의 대화 속에서 낯설고 커다란 벽을 마주할 때. 그런 날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도 허하고 쓸쓸합니다.
버거운 관계로 혼자 있는 시간을 그리면서도 여전히 사람을 그리워카지노 게임 우리는 서로에게 이방인이 되지 않고자 애씁니다. 학창 시절 때는 새 학년이 되면 어딘가의 무리에 속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고, 그렇게 되지 못했을 때의 소외감으로 학교생활이 힘들어지기도 하지요. 그것은 성인이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곳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자연스레 집단이 형성되고 그렇게 이루어진 그들만의 결속력은 타 집단이나 개인에게 보이지 않는 견고한 벽을 지니니까요.
가끔은 식물을 닮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햇빛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잠연히 제 몫을 지켜내는 사람들. 그들은 철학자처럼 외로워 보이는 상황에서도 고독을 향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요.『조르바의 인생 수업』에서 장석주 작가는 고독은 험한 파도가 치는 암흑의 바다이지만 범인은 고독을 두려워하고 천재들은 그것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고독은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립에 처했을 때 오는 것이며 지금 내가 여기서 살아간다는 실감 속에서 획득하는 능동적인 행위라고 합니다. 수동적으로 처해지는외로움과 달리고독은 자신을 발견해가는 의미 깊은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몇년 전부터 꽃과 나무에 유난히도 눈길이 머뭅니다. 그런데도 식물 기르기는 달가워하지 않아요. 어쩌다 아름답게 가꿔진 실내 정원 사진을 보면 마음이 동하다가도 이내 포기하게 되지요. 봄꽃 화분과 건강에 좋다는 화초를 여러 번 사온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키우기 쉽다는 꽃가게 주인 말과 달리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시들어 버렸기 때문이에요. 더 이상 살려낼 수 없는 식물을 흙과 함께 버릴 때면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생명을 살려내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 그것이 나로 하여금 다시는 식물을 집에서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을 불러왔습니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처럼 식물 역시 함께 관계함이 쉽지 않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서로에게 길들여갈 수 없다면 아예 시도조차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중학생이었던 막내 장군이가 학교에서 행운목 묘목을 가져왔어요. 투명한 플라스틱 받침 속 물에서 자라던 조그마한 묘목이 언제 흙 화분으로 옮겨졌는지는 모릅니다. 장군이가 외할머니와 함께 키우며 옮겨놓았던 거예요.
그 후 내가 직접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 행운목을 가까이에서 만났습니다. 장군이가 힘들었을 때 가져온 묘목이라 더욱 잘 키워내고 싶었어요. 이야기를 건네면 식물이 잘 자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에 잘 먹고 쑥쑥 자라라는 말을 하며 물을 주었고요. 그러다가 그냥 말하기보다 이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행운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행운아...” 라고 말하니 왠지 애틋해졌습니다. 물을 주고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마치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지요. ‘이래서 식물을 키우는구나.’ 하는 생각. 빈집에서 혼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 내가 아니면 이 아이는 시들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물을 주는 짧은 시간 동안 애틋함을 자아냈습니다.
여느 때와 달리 행운이를 잘 지켜내니 잎이 조금 마르는 가 싶으면 카지노 게임 주었는지 물어보는 등 반려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행운이는 아빠의 다정한 보살핌으로 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큰 화분으로 분갈이도 해주었는데 돌아보면 어느새 새잎을 만들어낼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네요. 새 화분에서 적응하지 못할까 봐 염려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러다 거실 한편이 정글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여러 명이 물을 주면 되레 시들까 봐 반려자에게 행운이 아빠 몫을 내어준 후 나는그저 행운이를 바라보며 그 성장 속도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홀로 있는 행운이에게 친구 하나 더 두면 어떨까 생각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행운이만으로 만족합니다. 잘 해낼 자신이 없으니까요. 그러한 나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행운이는 카지노 게임 고독을 즐기는 듯 보입니다.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면 마음이 일렁이다 고요해지는 것처럼 홀로 묵묵히 자라는 식물을 보면 숙연해집니다. 나이 들수록 나무에 마음이 기운다고 하는데 이제 그러한 인생의 계절을 살고 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