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카지노 쿠폰 여행
# 물빛
: 물의 빛깔과 같은 연한 파란빛.
길을 잘못 들었다고 낙담했다가 되레 인생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에서도 샛길에 빠진 주인공의 성장 서사를 흔히 접할 수 있지요. 그런데 ‘샛길로 빠지다’라는 말은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정도에서 벗어난 일을 한다는 부정적 관용구로 쓰이는 편이에요. 비슷한 말인 ‘샛길로 새다’도 마찬가지고요. 성과만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수의 가치를 벗어난 길은 세상의 흐름에 도태되거나 낙오자가 되는 지름길로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쿠폰’이 좋습니다. 성공이라는 틀 안에서 빠르게 내달려야 하는 길은 우리로 하여금 제빛을 잃은 채 무채색의 삶을 살아가게 하니까요. 이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길에서 숨 쉴 여유와 살아감에 에너지를 주는 것이 카지노 쿠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릴 적 자전거 대여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처럼 놀잇감이 많지 않았던 그때는 자전거를 갖고 있는 아이들보다 자전거포에 줄 서 있는 아이들이 더 많았지요. 정적인 놀이를 즐기던 내게도 자전거는 새로운 세계와 동굴 속 자아를 이어주는 설레는 메신저였습니다. 정해진 도착점까지 먼저 가는 놀이도 재미있었지만, 그보다는 카지노 쿠폰 탐험이 흥미로웠어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길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막다른 길을 만나게 해 두렵기도 했지만, 이미 알고 있던 길과의 조우로 인한 반가움은 친구들이 알지 못하는 길을 발견했다는 으쓱함이 더해져 그 시절의 나를 영웅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공부할 때는 샛길로 새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오히려 ‘샛길 공부법’의 효과를 이야기 한 작가도 있습니다. 하시모토 다케시의 『슬로리딩』에는 변변찮은 학교를 일본 최고의 명문고로 만들어 준 슬로리딩 독서 교육법이 소개되는데, 그에 따르면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고민의 순간에서 ‘샛길’에 빠져 본 경험이 많을수록 다양한 사태에 대한 대응력도 커진다고 해요. 취미도 없고 오로지 한 가지, 예를 들어 일에만 빠져 지낸다면 그만큼 그 사람의 세계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카지노 쿠폰이라는 것은 결국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를 말한다."
유대인에게는 아이의 이야기가 카지노 쿠폰로 빠지더라도 결코 쓸데없다고 멈추게 하지 않는 ‘카지노 쿠폰 사고’ 교육이 있다고 합니다.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에는 시간적 투자를 아끼는 우리에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 교육법이야말로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유대인 인재 양성에 든든한 씨앗이 되었던 게 아닐까요.
이것은 독서와 글쓰기에 있어서도 적용됩니다. 더 많은 책이라는, 책의 권수만을 위한 미션 수행처럼 속독하는 게 아닌, 문장에 머무르며 깊은 사색에 잠기기.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기. 그러다가 메모나 짧은 글 등을 쓰기. 글을 쓰다가도 잠시 멈추고 산책을 하거나 차 한 잔의 향기로 마음 도닥이기. 이러한 것들이 바로 창조적 영감으로 더 좋은 글을 만나고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니 나의 인생도 그러했습니다. 정해진 길을 향해 계획하고 걸을 때보다 어느 날 갑자기 샛길처럼 접어든 길이 내 세계를 확장하고 공고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이십 대 때는 글을 쓰고 싶었으나 감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가두며 경제적으로안정적인일을 찾았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쓰고 싶었던 거예요. 내가 쓸 수 없다면 쓰는 일 언저리에라도 머물고 싶었던 마음이 아르바이트도 논술 첨삭으로 이끌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한 길들은 끝내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논술 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했습니다.
그 후 마흔 중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용기 내어 독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나이 들수록 휘발되는 독서를 기록해 두기 위함이었지만 마음은, 쓰고 싶었던 거예요. 그렇게 해서 부족한 첫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3년이 흐르고 에세이 출간을 준비하던 어느 날, 대학교 때 써두었던 동화를 우연히 책장 속에서 발견했습니다. 고교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동화로 남겨 두었던 것을 또다시 묻어두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해서 생각지 못했던 동화 작가로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등단을 하더라도 에세이로 하고 싶었어요. 창작에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누군가의 인정은 또 다른 문을 열어 주었고, 코로나로 일을 쉬는 동안 장편 동화 초고를 완성하며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지요. 그 후 한 달의 퇴고 끝에 공모전 접수를 시작해 수년 째 여러 작품들을 노력해가고 있습니다.
생업에만 매진하면 더 좋은 성과로 경제적으로도 편할 수 있을 텐데, 여전히 쓰지 못해 불안한 날들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불편한 마음이 다시 노트북 앞에 앉게 하고요. 그리하여 오늘도 쓰고 나면 후련하다가도 이내 쓰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싶다는 안갯속을 걷고 있습니다.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습니다. 누구 하나 피해 갈 수 없는 만고의 진리라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생의 어둠이 해일처럼 밀려오면 주체할 수 없이 흔들립니다. 그럴 때는 그 흐름 속에 나를 맡겨야겠지요. 샛길이 주는 반짝임처럼 윤슬 가득한 물빛을 바라보면가만히 말을 건네주는 것 같아요.잠식되지 말고 물 흐르듯순리에 따르라고요.
기대하고 실망하다 또다시 시작하는 나는 무모하고 잘못된 샛길을 걷고 있을까요. 비록 헛된 희망이라 해도 그 덕분에 단단해지는 마음을 쌓고 있으니 괜찮아요. 걷다가 멈추고 싶을 때가 찾아오면 또 다른 샛길 여행을 할 거예요. 여행에서 마주한 샛길이 찬탄할 만한 풍경을 선물해 주는 것처럼 삶의 샛길이 인생을 아름답게 안아주리라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