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티나 Jan 11. 2025

6번째 사표

“이 과장! ”

나는 마지막으로 그 이름을 들었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최대 7시간을 제외하고,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 그 이름은 더 이상 나를 부르는 이름이 아니다.


나는 사표를 냈다. 내 인생 마지막 사표를...




그날은 평소보다 사무실 공기가 더 차가웠던 것 같다.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시간이었는데 그날따라 내 자리 주변의 다른 팀들이 외근을 많이 나가서 특히 조용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런 분위기 탓이었을까? 아니면 창문 밖으로 보였던 한강이 강한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바람에 별이 쏟아지는 듯한 착각에 빠진 탓이었나? 나른한 것이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때였다.


잠을 쫓기 위해 열심히 쳐대던 타닥타닥 타자 소리만 내 귀에 깊게 울려 퍼질 정도로 그렇게 사무실은 조용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이 차장 어디 있어? 이 차장 들어오라 그래!”


새로 부임한 박 대표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박 대표는 평소 차분하게 말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흥분된 목소리로 여러 사람을 찾기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심장이 떨려 왔다. 분명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분위기를 한 순간에 얼어붙게 만든 박 대표의 고성은 갑자기 머리까지 지끈거리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큰소리가 오가는 상황이 견딜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사무실 앞까지 걸어갔다. 사무실 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원 모두가 들으라는 듯 박 대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다음 날, 이 차장은 대기발령을 받았다. 대표실 앞자리로 모든 짐을 옮겼으나 그다음 뜬금없이 자택 대기발령으로 변경되며 그는 집으로 발길을 옮겨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애석하게도 징계위원회는 열리지도 않았다. 그러니 그의 징계사유도 알 수 없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갑작스럽게 사모펀드에 매각되었다. 임직원 누구도 이를 알지 못온라인 카지노 게임. 단, 경영기획실의 김 실장, 나 대리, 유 사원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들 셋은 특별한 관계였다. 김 실장은 회장과 MBA 동문이고, 나 대리는 김 실장의 아내와 절친한 사이이다. 유 사원은 처음엔 회장 친구 딸로 소개되었지만, 사실은 가까운 친척이었다.


나 역시 경영기획실 소속이었지만, 그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회장의 개인 업무, IR, 공시 업무를 맡았고, 나는 회사의 대표 브랜드를 해외로 진출시키는 일을 담당했다. 업무가 달랐기에 그들과 충돌할 일은 거의 없었다.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한 모든 윤곽이 다 그려졌을 때, 김 실장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이 과장님! 이건 비밀입니다.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요."


나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사모펀드 매각이 회사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장 사장 같은 주요 인물에게 이 사실을 전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남는다.


얼마 뒤, 회장은 임원들과 골프를 치며 이 사실을 알렸다. 회장을 제외한 모든 임원들은 길길이 날뛰었다. 그들은 회사가 생기기 전부터 젊은 시절을 회장과 같이 일하며 연을 이어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엔 회사가 적자에 시달릴 때 개인 돈을 보태 어려움을 같이 타개한 사람도 있었다. 회사가 매각되면 임원들은 모두 물러나야 할 것이고 오랫동안 거래하며 그동안 많은 이익을 챙겼던 거래처 사장들, 성과 없는 부서들 모두 다 어떻게 될지 미지수였다.


거래처 사장 한 분은 회사에 찾아와 이 매각을 주도했던 김 실장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치기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 자식아! 내 처자식들은 어떻게 먹여 살리라고! 네가 뭔데 회사를 팔아!”


나는 멱살을 잡히는 그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손이 다 떨렸는데, 김 실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영웅담을 털어놓듯 다른 직원들 앞에서 그 일을 떠벌렸다.


경영기획실의 김 실장, 나 대리, 유사원 그리고 회사의 주인이었던, 회장을 제외하고 이 매각을 반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모펀드에 매각된 회사는 겉으로는 변화하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직원들에게 혼란과 불안을 안겨줬다. 직원들은 급격히 악화되는 환경에 맞서 노조를 결성했지만, 회사는 점점 더 시끄러워졌다.


새로운 주인인 사모펀드 측의 목적은 단순온라인 카지노 게임. 비용을 최대한 줄여 회사의 영업이익을 부풀린 뒤, 더 높은 가격에 회사를 되팔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다. 노조가 존재하면 회사를 되팔 때 협상력이 약해져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다. 사모펀드가 노조를 극도로 싫어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아르바이트생때부터 청춘을 모두 이 회사에 다 바쳤던 이 차장은 노조의 핵심 임원이었다. 그는 사모펀드 측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이 차장을 몰래 감시하기 위해 다른 팀 직원을 동원했고, 그의 CCTV 기록까지 확인온라인 카지노 게임. 결국, 이 차장은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 상담까지 받아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모펀드 측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무척 과감한 행동을 취온라인 카지노 게임. 노조 관련 정보를 넘긴 직원들은 능력과 상관없이 모두 승진했고, 인사발령이 나자마자 노조를 탈퇴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 대리와 유 사원은 원래 진급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과장과 대리로 승진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모펀드 측의 최대 아군이자 노조의 염탐꾼은 김 실장을 포함한 나 대리와 유 사원임은 자명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들은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각 팀에 프락치를 심었고, 노조 임원들은 그들에게 항상 감시당하는 기분으로 일해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중 가장 이해할 수 없던 인물은 회장의 딸이었다. 그녀는 마케팅팀 대리로 일하면서 같은 팀의 노조 임원인 남 과장을 끊임없이 감시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가 남 과장과 업무로 만났을 때도 그녀는 흘깃거리며 우리를 지켜보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알리는 듯한 행동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남 과장은 그녀가 김 실장에게 보고하는 것 같다고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노조도 아니었고, 이 차장처럼 부당한 일을 크게 당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걸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소리 없이 무너져 갔다. 부당함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그리고 나 자신이 그저 이 상황에 휩쓸리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결국, 자발적으로 사표를 냈다. 그 덕에 나는 실업수당도 받을 수 없었고, 근무 기간도 짧았었기 때문에 퇴직금도 적었다. 앞이 캄캄했다. 늦은 후회도 소용없었다. 그래도 다시 되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직을 반복하며 늘 회사의 문제를 탓했던 나.


"조직이 잘못됐다.", "사람들이 문제다.", 같은 생각만을 반복온라인 카지노 게임.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결론에 도달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무력감에 갇혀 있지 않기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 경험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데 필요한 값진 통찰이 되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던 나는 이 과장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갈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 6번째 사표를 내던 날, 나는 이 과장에게 작별을 고하며 조용히 속삭였다.


"Good-bye, 이 과장"


온라인 카지노 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