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첫 직장에 발을 들여놓은 건 24살, 아직 하얀 백지처럼 순수했던 때였다. 그때의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모든 것이 신기했고, 모든 날이 새로웠다. 매일출근길에 마주친 사무실의 소음, 동료들의 대화, 심지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일상까지 모두가 신세계처럼 느껴졌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모험처럼 다가카지노 게임 추천. 그러나 그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직장 생활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 날카롭게 튀어나오는 말 한마디, 경쟁의 긴장감.모두가 서로를 이기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필사적으로 보였다. 직장이라는 이름의 전쟁터에서 내가 배운 한 가지가 있다.바로 "병자 궤도야(兵者詭道也)"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춘추시대의 천재 병법가이자 전략가였던 손무가 지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중요한 법칙으로 전쟁에서는 속임수나 기이한 꾀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그 속임수가 정당화되는 곳은 바로 전쟁터이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적의 눈과 귀를 가려 무력화시킨 뒤, 한 번에 공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작전을 하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위장을 해야 한다.마치 가까운 목표를 노리며 먼 곳을 향해 가고, 멀리 있는 목표를 바라보며 가까운 곳을 향해 가는 것처럼 속여야 한다.
이 병법을 제일 잘 써먹었던 사람은 바로 내 마지막 회사에서 경영기획실을 총괄했던김 실장이었다.
그가 이 병법을 다른 직원들을 이기기 위해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알게 된 순간, 나는 그 어떤 충격보다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김 카지노 게임 추천은 왜소한 체격에 안경을 썼고, 말투는 정중하면서도 차분했다. 겉으로 보기엔 겸양지덕을 갖춘 인물처럼 보였지만, 그가 진짜 내면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알게 된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진짜 특기는 자신을 높이고, 남을 낮추는 일이었다. 어느 누구도 그의 입을 통하면 다 하수가 되곤 일쑤였다.사람들 앞에서는 언제나 예의 바르고 공손한 척했지만, 뒤에서는 뒷말을 옮기고 사람들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단, 그의 아내의 절친인 나 대리는 제외였다.
그는 30대 후반의 나이에실장이 되었다. SKY대를 나와 유명한 회계사무소에서 일하다 스타트업에 들어가 CFO로 일했다. 그리고이 회사에 팀장으로 입사한 지 3년 만에 실장자리까지 올라갔다. 회장의 신임을 듬뿍 받으며 빠르게 자리 잡은 그는, 사실중간 관리직 경험도 리더십도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회계나 재무 외에는 회사 경영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욕심이 많았다. 그는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갈망하고,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밟고 올라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결국 자기 이익을 채우기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김 카지노 게임 추천과의 불화는 회사 내에서 항상 논란이 되었다. 다른 임원들과는 잦은 불화가 있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임원들이 자기를 시기하고 질투하여 싫어한다고 했다. 실제로는 그가 일으킨 갈등이 대부분이었다. 그 결과,임원들은 그만 빼고 골프를 치는가 하면 임원 회의에도 그를 초대하지 않았다. 다른 임원들이 다 받는 소소한 혜택도 그는 받지 못카지노 게임 추천.
이러한 현실탓에 불똥은 항상 경영기획실 팀원들에게 떨어졌다. 업무 시에 다른 부서의 협조를 받지 못했고,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그와 경영기획실 팀원 모두가 동급으로 취급당카지노 게임 추천.
이런 상황에서 김 카지노 게임 추천 회사 매각을 위한 주춧돌 역할을 했다. 그는 회사 매각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모든 임원들에게 매각 사실을 숨기고 사모펀드와의 협상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위치를 강화하기 위해 다른 임원들을 모두 무능하게 보이도록 만들어버렸다. 매각이 완료된 후에 회사에 남은 임원은 김 실장 하나였다.
매각이 결정되고 회사 직원들은 노조를 결성했다. 그 이유는 고용 안정 때문이었는데, 노조 결성으로 김카지노 게임 추천의 입지가 흔들리는 듯했다. 그가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승진을 오랫동안 못했던 직원들과 무능한 부서의 부서장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한 명씩 불러서 설득해 프락치가 되도록 했다.
그러는 사이에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김 카지노 게임 추천 직원들을 이간질한 사실이 퍼져나갔다.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노조위원장은 이 모든 내용을 취합하여 장 사장한테 보여줬고, 화가 난 장 사장은 자신이 회사를 떠나는 대신에 김 실장도 사직하게 만들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던 12월.. 그는 바로 회사에서 내쳐졌다. 사직이 결정되던 날, 그는 바로 모든 짐을 뺐고 업무 시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쓸쓸히 회사를 떠나야 카지노 게임 추천.
노조원들은 승리를 만끽했다. 김 카지노 게임 추천 떠난 후로 노조 활동도 힘을 얻는 듯 보였다. 나는 불길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 대리가 매일 김 실장에게 연락하여 회사 동향을 알려주는 듯한 모습을 여러 번 포착했기 때문이다. 노조에도 이 사실을 알렸지만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그가 끈 떨어진 뒤웅박이라고 했다.
김 카지노 게임 추천떠나고 며칠 뒤, 회사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가 회사 매각 성공으로 60억을 수수료로 받았다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그 돈의 얼마를 떼서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눠줬고, 나 대리도 3억을 받았다고 했다. 그 당시에 나 대리는 새로운 아파트를 매입했고, 김실장은 수원에서 서울로 이사했다. 나 대리는 부족한 돈을 대출받느라 힘들었다며 나에게도 집값이 계속 오르니 얼른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사라고 권유했다. 이사한 후에 그녀는 파리로 결혼 1주년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몇 천을 썼다며 자랑한 얘기는 차후에 내 귀에도 들려왔다.
이런저런 소문이 돌긴 했지만, 나는 평소처럼 일했다. 김 카지노 게임 추천 떠난 뒤 하루하루가 평화로웠다. 어떤 어려움도 없었고, 업무도 차질 없이 잘 이어갔다.
그리고 두 달이 좀 지났다.
나는 평소처럼 커피 한 잔을 테이크 아웃해서 사무실로 카지노 게임 추천.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확인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이 흘렀을까? 적막한 사무실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카지노 게임 추천.
"이 과장님, 안녕하세요!"
김 카지노 게임 추천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하던 업무를 계속했다. 그는 뺐던 짐을 그대로 다시 가지고 와 책상 위에 올려놓았고 다른 부서를 돌아다니며 여유로운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소름이 끼치는 순간이었다.
그가 온 회사를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통에 회사는 발칵 뒤집어졌다. 특히 노조원들에게는 그가 회사에 다시 돌아카지노 게임 추천는 소식이 눈이 뒤집힐 만큼 화나는 일이었다. 몇 분이 지나자 그룹웨어에 공지 하나가 떴다.
'아래와 같이 변경된 사항을 공지합니다.
김 OO 카지노 게임 추천은 오늘부로 상무로 승진되었습니다.'
다른 임원들은 모두 개별 방이 있었는데, 그는 없었다. 상무가 되자 그는 제일 좋은 방 하나를 선택했다. 그리고 회장실에 있던 커다란 TV도 자신의 방에 옮겨 놓았다. 그가 다시 카지노 게임 추천온 날, 그의 승진을 축하하는 화한이 온 방을 꽉 채웠다.
그가 복귀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박 차장을 불러들이는 일이었다. 박 차장은 김카지노 게임 추천 60억을 받았다는 소문을 노조원들의 단체 카톡에 남긴 사람이었다. 프락치의 제보였다. 몇 시간의 대화 끝에 박 차장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방을 빠져나왔다. 그런 일이 있고 바로 다음 날, 그룹웨어에 '사실을 바로 잡습니다'라는 공지가 하나 떴다. 박 차장이 올린 글이었다. 박 차장은 김카지노 게임 추천 60억을 받았다는 소문을 자기가 퍼뜨렸으며, 이는 사실이 아니고 이 일로 인해 상처받았을 김실장과 그의 가족에게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렇게 김 카지노 게임 추천은 김 상무로 돌아왔다.
박 차장에 대한 소식은자세히 듣지는 못했으나, 그 일이 있은 후 그의 머리는 허옇게 세었다고 한다. 그는 또한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었다.
회사는 회사의 이익을 최대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 안에 모인 직원들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는 동료이지 싸워야 하는 적군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쟁터 같다.
전쟁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병자 궤도야"는 적을 기만하는 병법이다. 전쟁터에서는 적을 물리치고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는 안 된다. 현실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동료를 밟고 무너뜨리는 속임수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김 카지노 게임 추천 상무로 돌아오기까지 그가 펼친 병법은 성공적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병자 궤도야"를 펼치기 전에먼저전쟁터에서 이기기 위한 기본적인 자질을갖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장자 지신인용엄야 (將者 智信仁勇嚴也)
장수는 지혜와 신의, 어짊, 용기, 위엄을 갖춰야 한다.
지혜란 단순히 똑똑한 머리가 아니라타인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생긴다. 신의는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장수가 솔선수범하며 자신의 행동으로 신뢰를 쌓을 때 생긴다. 어짊은 타인과 노고를 함께 나누는 것, 그들의 수고를 인정하고 함께 고난을 나누는 것이다. 용기는 기회를 포착하고, 적과 마주할 때는 앞장서서 싸우는 것이다. 엄정함은 스스로를 엄격하게 다스리며 리더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때 만들어진다.
김 카지노 게임 추천은 진정한 장수가 아니다. 그는 타인의 신뢰를 얻는 데 필요한 덕목을 갖추지 않았으며, 그의 승리는 속임수와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승리는 결국 오래가지 않으며, 그가 진정으로 이끌어야 할 사람들은 언제나 상처를 입고 말 것이다.
병법을 쓸 것이라면, 그전에 먼저 장수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장수는 전쟁터에서 싸우는 기술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어 나가는 지혜와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김 실장이 깨닫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