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살아낼 궁리만 하기에도 벅찬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한고비 넘으면 또 한고비 매일이 챌린지 같다고, 너무 피곤하고 스트레스받는다고..
12.3 내란 사태 이후 종일 뉴스를 틀어두고 지냈더니 아이가 너무 불안함을 많이 느껴 윤의 체포 이후로는 한동안 뉴스를 멀리했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주장들에 머리가 시끄러웠다. 일상의 에너지를 분노하거나 무력감을 느끼는 데에 뺏기고 싶지 않았다. 모른 척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죽는다.
산에 화마가 덮치고 바람이 부니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간다. 그 불을 잡으려다 사람이 죽고, 또 많은 이가 터전을 잃는다. 소중한 것이 사라진다. 그런 소식들이 자꾸만 들려온다. 외면할 수가 없다. 그들의 불행이 완전히 내 선 밖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언젠가 불시에 내게도 그런 불행이 닥칠 것만 같아서 불안하다.
어제는 결혼기념일이었다. 남편은 오후 반차를 낼 테니 내가 좋아하는 양꼬치집에 가자고 했다. 잔뜩 기대하며 아침 운동을 마치고 그를 기다렸으나 일이 많아 잠깐 나와서 밥만 먹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겠다는 남편의 말에 나는 빈정이 팍, 상했다. 그럼 그냥 하던 일 마저 다 하라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갈 거라면 같이 밥 먹는 내가 마음이 편하겠느냐고 퉁명스레 답했다. 일이 많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알면서도 기분은 별로였다.
'내가 양꼬치 못 먹어서 죽은 귀신 붙었나? 결혼기념일날 밥만 띡 먹고 들어가서 볼일 보게?'
속 좁은 생각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고이면서 은근 약이 올랐다. 먼저 말이나 말지, 바람 잔뜩 넣어놓고서.
에라 모르겠다. 해야 할 많은 일을 제쳐두고 TV를 켰다.
화면 가득 불구덩이였다. 실시간으로 번지고 있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안전모와 마스크를 쓴 기자는 매캐한 연기 속에서 현장의 상황을 알렸다. 천년을 버텨온 사찰도 전소 됐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미처 대피하지 못한 80대 여성은 불탄 채 발견됐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끝도 없이 잔인한 뉴스들이 이어졌다.
방금 전까지 결혼기념일을 운운하며 일이 많아 일찍 나오지 못한다는 남편에게 부루퉁했던 나였다.
그 시각 누군가는 불타는 집을 뒤로한 채 피난을 떠나고, 재난의 한가운데에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내 결혼기념일 따위는 너무나 배부른 사치였다. 그러나 화가 났다. 세상이 대체 왜 이런 건지 대상도 없이 원망할 사람도 없는 채로 그냥 내 속이 활활 달아올랐다.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대단한 정의감도 이타심도 많지 않다. 그냥 찌질하고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냥 그렇게 적당히 살고 싶다.내 인생을 토닥이기에도 벅찬 와중에 자꾸만 나보다 더 큰 불행을 안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들 앞에 나는 작아지고, 철없어진다. 미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저녁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양꼬치를 보며 군침을 꼴깍 삼켰다.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기름기가 좔좔 도는 양고기의 맛은 눈치 없이 좋았다. 2인분에 1인분을 더 추가하고, 꿔바로우에 가지튀김까지 배 터지게 먹었다. 복잡한 마음과는 달리 입맛만은 단순해서 허기와 스트레스를 핑계 삼아 음식들을 먹었다.
잘못한 게 없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만 이런 것일까.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평범함을 필사적으로 지켜내야 한다. 아이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이는 묻는다.
"엄마 불이 우리 집까지 오면 어떻게 해?" 그러지 않을 거라고,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태연한 듯 답했지만 실은 불안하다. 우리 모두 예고된 불행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옛날에 어른들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고 장담하며 우리를 키웠는데, 나는 딸에게 그런 확신을 줄 수 있을까. 하루하루가 너무나 불확실하다. 나도 이렇게 겁이 나는데, 아이에겐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아이가 그 말을 믿을까.
스마트폰의 터치 몇 번, 가장 쉬운 방식으로 산불 피해 긴급 모금에 작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보낸 뒤, 구구절절 떠도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여기에 적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전하는 방식이 너무 쉬워서 또 미안하다. 작아진다.
모두의 염원을 받아 비라도 좀 시원하게 내려주기를, 그리하여 그 무시무시한 산불이 이제는 좀 사그라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