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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정 Dec 15. 2022

술 모자라면 네가 카지노 게임 한다

나의 종주, 그 시작점에 있던 사람

6년 전, 지리산 종주에서 만난 유카지노 게임을 우연히 마주쳤다.


“카지노 게임님! 저예요.”

“이게 누구야. 어떻게 왔어?”
“호남정맥 종주카지노 게임 있어요. 오늘 20km, 대단하죠?”

“왜 이렇게 늙었냐. 볼살이 쏙 빠져버렸네. 피부관리 좀 해라.”

“(무시하고) 제가 글을 쓰는데 첫 지리산 종주에서 대장님 만난 내용 있거든요. 책 나오면 연락해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책 나오면 전화해.”
“글에 카지노 게임님 흉 많이 봤는데 허락하시는 거죠?”
“얼마든지.”


퇴고하는데 지나왔던 산길을 거슬러 오르는 것 같았다. 그 글을 썼을 때 마음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등산한 지 꽉 채워서 6년이다.


마흔 살 1월에 한 지리산 종주를 시작으로 거의 매주 산을 올랐다. 내 앞에는 10살짜리 딸과 둘이 살아야 하는 산이 놓여있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 앞에 어떻게 서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였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길 끝까지 하얗게 눈이 덮여있는 시암재 아래 아스팔트에 혼자 서있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바라보며 휘청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던 순간이 생각났다.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모르는 길을 향해 한 발을 내딛던 일이 이리도 선명히 기억날까.


시작부터 계획대로 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기차에서 졸다가 구례역을 지나쳐서 1시간 30분을 기다려 역방향 기차를 타고 구례역으로 돌아왔고, 택시도 빙판길에 올라가지 못카지노 게임 성삼재 2킬로미터 앞에 있는 시암재에 나를 내려놓고 가버렸다. 나는 집에서 출발부터 돌아오는 것까지 모든 경로를 A4 3장에 적었는데 하나도 맞는 게 없었다.


그때 택시가 서더니 20대 여성 한 명이 내렸고 우리는 동행이 되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50대 산악인을 만났고, 이 분들을 따라가야 완주할 수 있다는 직감이 발동해서 쫓아갔다. 두 분도 각자 따로 온 분들이었다.



유카지노 게임(50대 산악인 중 한 명)이라면 외모 지적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유카지노 게임은 만난 지 두 시간 만에 이렇게 물었다.


“술은 얼마나 가져왔냐?”

나는 반말에 저항할 생각도 못카지노 게임 200cc 팩 와인을 보여줬다.

“그걸 술이라고 가져왔냐? 이따 술 모자라면 네가 카지노 게임 한다.”


편의점도 없는데 어디서 술을 구하라는 건가, 생각하며 유카지노 게임이 주는 술을 마셨다. 술기운이 퍼지자 추위와 긴장이 풀렸고 불과 몇 시간 전 시암재에서 막막했던 기분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2017년은 국립공원 내 음주행위에 대한 금지 규정이 없었다)


술을 카지노 게임오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술이 떨어지자 유대장이 잘 보라며 시에라 컵을 들고 사람들한테 가서 술을 얻어왔다. 그러니까 술 동냥 시범을 보인 거다.


“다음은 네 차례다.”


나는 여기 아무 데나 끼어서 술 먹을 수 있다며 일어섰고 유대장은바로 수긍카지노 게임 나를 말리더니 다시 술 동냥에 나섰다. 유대장이 굽신거리다가 거절당하는 모습을 나를 포함한 세 명은 보면서 깔깔거렸다.


삼일째 천왕봉에서 유카지노 게임과 하카지노 게임은 화대종주를 위해 대원사로, 성중종주를 하는 지희와 나는 중산리로 헤어지는데 눈물이 터졌다.


“서운해서 안 되겠다. 사진이라도 한 번 더 찍자.”


유카지노 게임이 지희와 나를 불러 세워 사진을 찍는 모습을 나는 가슴에 담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계획에 없던 일을 겪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현실은 바뀐 게 없고 몸은 고달픈데 웃을 수 있다는 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이제까지와 다른 기대가 생겼다. 무릎이 아파서 절뚝거리며 내려오면서도 뿌듯함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아주 오랜만에 단순한 행복을 느꼈다. 그 감정은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했다. 남보다 조금 더 앞서려고 카지노 게임 그 길에서 우쭐카지노 게임 좌절했던, 행복이라고 믿었던 모든 순간도 불안이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한참을 걷다 내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아름다운 장면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숨을 몰아쉬고 감탄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게 다였다. 나는 걷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행복은 내 옆에 잠시 왔다가 흩어지는 것이었다. 한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도 없고 다음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다시 걸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글을 쓸 거라고, 산을 하나씩 오르면서 썼던 글을 읽으며 막막카지노 게임 아득했던 감정을 떠올리며 가슴 벅차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내게 일어난 일중에 계획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살아왔고 순간순간 행복이 내 옆에 있다 사라졌고 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내일을 뚜벅뚜벅 걸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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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에서 마지막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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