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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다 Mar 05. 2025

단둘이 응원단

따뜻한 밑거름, 엄마와 딸.

<생각이 켜진 집 리샤르 마르니에 저자(글) · 박선주 번역 · 오드 모렐 그림/만화, 책과콩나무 · 2017년 03월 25일


그래, 바로 이거야. 나도 해볼래. 열정이 타올랐다.

<단둘이 북클럽의 첫 장을 읽자마자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우리 딸 카지노 가입 쿠폰를 불렀다.


“할로, 이 책 봐봐. 이게 뭐냐면, 엄마랑 딸이랑 같은 책을 함께 읽고 그 느낌을 서로 편지로 얘기하는 거야. 정말 멋지지? ”


“아, 그래? 그 딸은 몇 살인데? ”


“열 살. 할로보다 나이가 많긴 한데. 엄마도 이런 거 해보고 싶은데 할로는 어때? ”


“좋은 생각이긴 한데, 나 할 일 많아. ”


“알아. 너 바쁜 거. 엄마가 편지 쓰면 꼭 답장해주기야. 할로는 어떤 책 읽고 싶어? ”


“아, 나중에. ”


떨떠름한 할로의 반응. 마냥 신나기만 한 엄마. 얼마 전 임경선 작가와 요조 작가가 함께 엮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읽으면서 나도 누군가와 저런 이야기를 글로 나눠보면 좋겠다 싶어 어디 누구 없나, 하고 물색하던 중이었는데. 우연찮게 무지개 모임 3월 도서가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책이 채택되면서 나의 타깃이 자연스럽게 정해진 것이다.


그날 저녁, 잠자리 독서 타임.


“할로, 읽고 싶은 책 가져와. 같이 읽자. “(번역: 엄마가 아침에 말한 거 기억하지? 엄마랑 편지로 독후감 쓸 책, 선택권은 너에게 줄게.)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딸, 신나서 책을 들고 온다. <생각이 켜진 집. 그 어느 때보다 더 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할로도 편지를 잘 쓸 수 있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었다. 물론, 티 나지 않게. (번역: 이만큼 정성 들여 읽어주었으니 너도 나만큼 할 말이 많이 생겼지? 편지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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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내가 살고 싶은 집 1.(2025‘) 작가: 카지노 가입 쿠폰

문구점에 들려 편지지를 샀다. 얼마 만에 편지지인가. 종류가 많지 않아 고르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후에 할로를 학원에 보내고 기다리는 동안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열심히 편지를 썼다. 이 또한 얼마 만에 쓰는 글씨인가. 오랜만에 잡은 펜이 어색하다. 어찌나 꾹꾹 눌러썼는지 손가락이 저려왔다.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봉투 겉에 스티커까지 붙였다. 아. 우리 할로의 답장이 너무 기대된다. 설렌다. 앗싸. 신난다.


다음 날 아침, 할로 책상 위에 책과 편지를 올려두고 출근을 했다. 퇴근해서 돌아왔는데 할로가 조용하다. 편지를 안 읽었나.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왜 아무 말이 없지. 일단 좀 기다려보자.


평소 책상 위를 늘 깨끗하게 정리하는 할로인데, 이틀이 지나도록 <생각이 켜진 집과 별책부록 엄마의 편지는 계속 그 자리였다. 봉투에 붙여 둔 스티커가 떨어져 봉투가 열려 있는 걸로 봐선 편지를 읽은 게 분명한데. 거참. 기다림에 지친 조급증 엄마는 3일째 되는 날, 할로에게 물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답장 안 줘? ”


“아, 엄마. 나 답장 썼어. “


“그래? 그럼 보여줘야지. “


“아, 지금 보여줄게. 근데, 엄마 그거 알아? 엄마가 너무 많은 걸 물어봐서 집중이 안 됐어. ”


방으로 조르르 달려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평소 좋아하는 무지개 색 가득 넣어 화려하고 귀여운 편지를 썼을 거야. 내가 그동안 사준 색연필과 볼펜이 몇 자루인데. 스티커도 붙여져 있으려나. 내가 특별히 그림도 그려달라고 부탁한 거 잊지 않았겠지. 얼마나 깜찍한 그림을 그렸으려나. 아 떨린다. 빨리 할로 편지 자랑하고 싶다.


할로의 편지를 받고 나서 한참을 웃었다. 흰 종이에 연필로 끄적거린 흑백의 답장. 마치 답안지 같다. 내가 편지로 물어본 질문의 답들이 적혀 있는 종이를 보고 있자니, 아. 이런. 할로야. 너의 사랑스러움이 차고 넘치는구나.


“엄마, 어때? ”


“응. 사랑스럽고 귀여운 편지야. 고마워. ”


“편지가 너무 길어서 힘들었어. 이거 다른 사람한테 자랑할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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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내가 살고 싶은 집 2.(2025‘) 작가: 카지노 가입 쿠폰


내가 쓴 편지를 다시 읽고 보니 길긴 참 길구나. 그나저나 나는 내가 했던 저 질문에 얼마나 훌륭한 답변을 할 수 있는 걸까. 고민이 되었다. 나는 내 질문에 대답을 생각하지도 않고 무작정 아이에게 먼저 질문을 쏟아부었구나. 그리고 엄마 욕심에, 아이의 답장을 제 멋대로 상상해 버렸다.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가 8살이라는 걸 깜빡할 때가 많다. 이제는 이 정도의 책을 읽을 수 있겠지, 이제는 이 정도의 대답은 할 수 있겠지, 이제는 이 정도는 혼자 해낼 수 있겠지. 물론, 나의 8살 삶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내가 8살 아이를 처음 키우니 어쩔 수 없는 것도 변명 같은 사실이다. 그리고 가끔 내 예상보다 훨씬 잘 해내는 아이가 기특하고 대견해서 또다시 도전하게끔 만드는 것도 사실이고.


내가 우리 아이의 나이를 깜빡하는 게 이런 이유뿐인 걸까.

나는 그 누구보다 카지노 가입 쿠폰랑 함께 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 몸도 마음도 편하다. 내 딸이니 얼마간의 시간과 돈을 써도 아깝지 않다. 특유의 귀여운 웃음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장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걸까.

아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육아를 하면서 나는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이를 통해 나의 작고 연약함을 깨닫는다. 아이를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깨우친다. 내가 아이의 성장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만큼 나 역시 힘을 얻고 있다. 생물학적, 연대기적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할로의 마음과 생각을 단순히 ‘아이‘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소중하고 귀하다. 아직은 엄마의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라는 나의 책임과 의무를 잊었다는 게 아니다. 내가 할로를 대하는 마음자세에 단순히 보호자와 미성년자의 관계를 넘어선 특별함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이에는 아름다운 유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 자라고 있다는 걸 우리 할로도 알고 있을까. 우리 서로 아낌없이 응원하는, ‘단둘이 응원단’이 되어 보자. 엄마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너의 삶의 따뜻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나에게도 그렇듯이. 우리가 <생각의 켜진 집을 읽고 나눈 편지를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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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내가 살고 싶은 동네(2025‘) 작가: 카지노 가입 쿠폰



할로야, 안녕. 짧은 편지는 자주 썼었지만 이렇게 긴 편지는 처음인 것 같아. 얼마 전, 엄마가 오랜만에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라고 했을 때 할로가 이 책을 가져와서 엄마는 깜짝 놀랐어. 어렸을 때 자주 읽었지만 한동안 읽지 않아서 잊혔던 책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 이 책을 가져온 특별한 이유가 있었니?


모두 제각각이라는 건 참 재밌는 일이야. 우리는 모두 다른 집을 보고 즐거워했잖아. 그래서 ‘다름’은 중요한 것 같아. 사람들은 비슷하면서도 모두 다른 점들을 가지고 있어. 할로랑 엄마만 봐도 그렇잖아. 사람이고, 여자이고, 눈코입이 있다는 건 같지만 크기와 모양, 위치가 조금씩 다르고. 우리는 정말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다르잖아. 짧은 책이지만 우리는 이 책을 함께 읽고 서로 취향이 많이 다름을 한 번 더 알게 되었지. 매번 할로가 마음에 든다고 하는 집과 엄마가 마음에 든다고 하는 집이 같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 이 집은 이래서 좋고, 저 집은 저래서 좋고. 그냥 좋을 때도 있고. 할로는 할로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할로는 할로의 어떤 점이 가장 좋아?


처음에 이 동네에는 모두 똑같은 모양의 집만 있었잖아. 그리고 문을 열고 닫는 것도 모두들 같은 시간에 했어. 똑같은 것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사람들은 수군거렸지. 처음에 새로운 집을 지은 사람도, 덧창을 파란색으로 바꾼 사람도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했잖아. 처음으로 다른 집을 지었던 사람은 아마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거야.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똑같은 모양의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도 갑자기 생긴 변화에 많이 놀라진 않았을까? 새로운 변화는 신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긴장되고 겁이 나는 일이기도 하거든. 엄마도 그렇지만 할로도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주저하게 될 때가 있잖아. 우리는 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어려울까? 변화를 겪을 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좋을까?


엄마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할로와 함께 나중에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다음에 그려서 보여줄게. 할로도 그림 그려서 보여줄 수 있니? 아마, 엄마는 전혀 상상하지 못할 만한 집을 그릴 것 같아서 기대되는구나. 아빠에게도 말하면 아빠도 우리가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의 집을 그려 올 거야.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참 달라. 그치? 저녁 메뉴 하나를 정할 때에도 서로 원하는 게 다르잖아. 할로도 학교나 학원에서 다른 친구들과 생활하다 보면 의견이 좀 다를 때가 있지? 예를 들면, 놀이 시간에 무얼 하고 놀지 정하거나 할 때 말이야. 서로 의견이 다를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왜 사람은 모두 다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완전히 똑같진 않더라도 비슷하게 생기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면 다툼도 없고 평화롭지 않을까? 할로의 생각은 어때? 모두 다른 얼굴, 다른 생각, 다른 특징들(잘하거나 못하는 것들이 사람마다 다르잖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 점이 많을까? 나쁜 점이 많을까?


우리는 평소에도 책을 함께 자주 읽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이렇게 편지로 쓰니까 더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야. 할로의 표정과 얼굴이 상상되고 재밌어. 엄마는 귀여운 너의 글씨가 참 좋아! 답장 기다릴게. 엄마가.




엄마! 난 그 책을 봐서 옛날 생각이 났어. 그리고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종이에 색다른 것을 그리고 싶었어. 다 다르게 그릴 거야. 엄마도 그림 그려서 보여줘! 엄마도 다른 걸 그리려고 해 봐.


똑같은 집만 있으면 시시해. 똑같으면 새로운 걸 못 알게 되잖아. 하지만 새로운 집을 처음 봤을 때 그 사람들은 “수상해”라고 생각했을거야. 갑자기 다른 게 있으면 받아들이기 어렵거든. 용기가 필요해. 좋은 마음을 가지면 좋은데.


만약 세상에 모든 사람이 다 여자이고, 핑크 드레스를 입고, 모두 백인인걸 생각하면 이상하잖아. 다르면 좋은 점이 더 많아.


만약 친구랑 의견이 다르다면 배려해야지. 아니면 예를 들어 우리 가족이 여행을 갈 때 엄마는 중국, 아빠는 인도, 나는 일본에 가고 싶다고 하면 아예 다른 장소로 여행을 결정하는 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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