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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Mar 23. 2025

여보, 나 카지노 쿠폰 가야돼


민방위도 끝난 카지노 쿠폰의은밀하고 위대한 카지노 쿠폰






퇴근을 하고 동네슈퍼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카지노 쿠폰에게 카톡이 온다. 집에 오는 길에 메가카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달라는 카지노 쿠폰.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푹 자지 못하는 나와 달리 자기 직전에 커피를 마셔도 바로 잠드는 카지노 쿠폰을 부러워하며 커피 한잔을 사들고 집에 들어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주인만난 강아지마냥 방에서 뛰쳐나오는 카지노 쿠폰. 그의 시선은 내 손에 들린 커피로 향해있다. 커피만 쓱 채가서 방으로 들어가려는 카지노 쿠폰을 소파에 앉혀놓고 하루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털어놓는다. 날 화나게 한 상사, 어이없는 동료 이야기등 꺼내놓는데 내 입을 향하던 시선이 자꾸 시계로 향한다.


시선이 시계로 향하든 말든 하룻동안 묵혔던 이야기를 터트리는데 카지노 쿠폰이 도저히 못 듣겠다는 표정으로 “아까 한 말이잖아.”라고 한다. 순간 기분이 나빴지만 “한 이야기 또 할수도 있지. 내가 좀 오늘 속상해서 그러니 좀 들어줘.”라고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로부터 한 10~20분 지났을까. 텅빈 동공으로 건성건성 내 말을 듣던 그가 내 손을 와락 잡으며 비장하게 말한다.


“여보, 미안한데 나 카지노 쿠폰 가야 돼.”


전장에 나가는 장수나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한 말이라면 비장했겠지만 만 40세가 넘어 카지노 쿠폰이 나면 나랑 같이 도망가야하는 신세인 카지노 쿠폰의 말이라 무게감이 없다. 게다가 그가 말하는 카지노 쿠폰은 삶과의 카지노 쿠폰나 자기와의 카지노 쿠폰같은 비유적 의미도 아닌 고작 ’게임 속 카지노 쿠폰‘을 의미한다.


민방위도 끝난 남자의 비장한 문장에 저항없이 웃음이 터진다. 얼마나 게임이 하고 싶었으면 저렇게 간절하게 말할까. 쉬고 싶어, 게임하고 싶어라고 해도 되는데 ’카지노 쿠폰하러 가야한다‘는 말에 그가 얼마나 여가시간에 진심인지 새삼 깨닫는다. 카지노 쿠폰의 손을 놔주고 방에 들어가라는 신호를 주니 어린이날 선물받은 초등학생 같은 표정을 짓고 그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른 부부들도 비슷한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카지노 쿠폰과의 결혼생활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게임과의 카지노 쿠폰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카지노 쿠폰말로는 술도 안먹고 친구도 안 만나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일탈이 게임에 몰입하는 거라고 하는데, 생산적인 일이 아닌 소모적인 (시간을 죽이는) 게임에 시간을 낭비하는 인생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은 게임을 못하게 하고 경제학 책을 읽게 한적이 었었다. 아이의 미디어 노출에 예민하던 시절이었는데 아이 앞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는 카지노 쿠폰 앞에서 사자가 포효하듯 소리를 질렀다. 카지노 쿠폰에게 게임 금지령을 내렸다. 앞으로 게임을 더 하면 나도 진돗개 1호에 준하는 경보를 내릴 거라고 협박하며.


내 성화에 못 이긴 카지노 쿠폰은 게임하던 시간에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며칠 정도 뿌듯했지만 하루이틀 굉장히 불행한 모습으로 책을 읽는 그가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어깨가 축 처진 채로 너나위님의 <월급쟁이 부자들을 읽고 있는 모습은 삶의 모든 걸 포기하고 여생을 보내는 사람 같았다. 무기력하고 절망스러워 보였으며 세상의 근심걱정을 모두 안은 얼굴이었다.


도저히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다시 게임하는 것을 허락했다. 단, 아이가 잠든 뒤에 하라고 했다. 무기력한 얼굴은 다시 생기가 돌았다. 꼭 아이가 잠든 후에 게임을 하겠다는 약속은 한동안 잘 지켜졌다. 그러다 인간의 본성은 선을 넘고 한계를 시험한다는 것을 증명하듯 또 아이가 있는 앞에서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주말, 자신의 방에서 닭다리튀김과 타락한 두꺼비 (게임아이디)와 담소를 나누는 카지노 쿠폰에게 물어봤다.

“저 사람들 누구야?”

“아, 게임에서 같이 팀을 이루는 사람들이야. 다들 나보다 형님들이셔.”


형님들이라고 부르는 존칭에서 화가 올라온다.

“토요일 오후 1시에 저런 게임을 하고 있는 남자는 가정이 정상적일 수 없어.”

“아니지. 외벌이면 누워서 저러고 있을 수도 있지. 애들도 다 컸을 거고.”

“저걸 하라고 놔두는 마누라는 얼마나 속이 터지겠니. 그리고 나는 맞벌이 인데 여보는 왜 그 시간에 카지노 쿠폰을 하러 가니?”


쏘아붙이는 나의 말에 잠시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전투태세를 갖추던 카지노 쿠폰이 내 손을 덥썩 잡으며 말한다.

“나는 와이프를 잘 만났잖아.”


또 입으로 때운다. 그놈의 입입입... 어이없어 실소하고 그를 카지노 쿠폰터로 보내준다. 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주말 낮시간에 그가 방에 안 나오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그 시간에 아이는 주중에 못 본 유투브를 보고, 나는 GD와 세븐틴이 나오는 굿데이를 보며 낄낄대면 되니까.


그나저나 대한민국 아내님들, 다들 카지노 쿠폰 게임을 어디까지 허락해주시나요?







ps. 3월 회사의 인사시즌과 부서이동 등 현생에 치여 업로드가 늦었습니다. 평생 해외영업만 했는데 업무 난이도가 높은 전략관련 부서로이동을 했어요. 새로 하는 업무가 손에 익지 않아 글쓰기가 조금 소홀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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