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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Apr 20. 2025

빛 카지노 게임 있느냐 어둠 카지노 게임 있느냐

윤소희 <사이코드라마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지 않고 사는 것. 강수영이 그걸 얼마나 원하는지 안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강수영에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안다. -최은미, ‘나와 내담자’,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 중에서


연출자가 이끌었다기보다 예주가 마음대로 연출하고 리드한, 예주의 사이코드라마. 그 드라마를 통해 억압해 누르려 했던 내 안의 나와 만났고, 작고 폐쇄된 상담실 공간을 뛰어넘어 예주와 만났다.

-21p, 사이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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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들어오는 신간 덕분에 계획한 정독 기간을 훌쩍 뛰어넘은 최은미 카지노 게임의 <눈으로 만든 사람에는 연작으로 감히 넘겨짚게 되는 트라우마에 관한 단편들이 있다. 표제작인 ‘눈으로 만든 사람’을 읽고 충격에 빠지는 동시에 해방감을 느꼈던 날을 기억한다. ‘나와 내담자’에서 더 모호해진, 기호가 된 암시들은 제목이 보여주듯 당사자(내담자)가 아닌 관찰자(상담자)의 시점으로 언듯 엿보일 뿐이다.


결말 보호가 중요한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의 도입부를 최은미 작가와 함께 소개하는 것은 윤소희 작가의 ‘소설’ 중에서 처음 등장한 이 책을 어떻게 접근해야 친근하면서도 진지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다. 작중 화자가 직접 언급한 연관추천작(?)들은 스포일러이기에 그것이 궁금하다면 <사이코드라마를 직접 읽어봐야만 한다. 직접 읽는 동안에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당부할 수 밖에 없다.


외래어이자 전문용어인 ‘서스펜스’를 그저 허세용 단어로 치부했었는데, <사이코드라마를 읽는 내내 서스펜스를 온몸으로 들이마셔야 했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의 불쾌하기 그지없는 시선, 저자에 대한 신뢰와 상반되는 구간에서 과각성 모드로 허우적거렸다. ‘이게 그거일 리가 없어!’라고 속으로 외치며 최은미 작가의 소설 속으로 타임슬립한 듯한 꿈을 꾸고(꿈에 등장한 인물은 이 작품들의 ‘교집합’과 긴밀한 연관이 없으면서도 있다.) 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사이코드라마로 돌아왔다.




내담자, 사이코패스처럼 다년간의 데이터가 누적되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용어를 포함하는 이 책은 저자의 전공을 살린 심리학 서적으로 봐도 좋겠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데 비문학의 딱딱하고 조밀한 서술이 버거운 사람에게는 <사이코드라마가 재미와 지적 쾌락을 겸비한 작품으로 다가온다.


소설의 형식을 취한만큼 소설적 미덕이 돋보이는 것이 조금은 더 중요하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발표해야 하는 카지노 게임의 책이다. 이 작품부터 읽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대목, 독자의 심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면모가 소설가에 대한 기대심으로 환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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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마치 그런 것처럼‘에 충실한 나 자신이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상담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 자신이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예주의 눈물을 바라보는 순간, 넘을 수 없는 이 ’거리‘가 내담자를 돕기 위한 장치라기보다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 같다고 느꼈다.

-41p, 상담: 엘렉트라


어쩌면 예주는 배를 잘못 탔는지도 모른다. 부지런히 정서를 정돈하는 건강한 상담자의 견고하고 흔들림 없는 배에 탔더라면 좀 더 안전했을 텐데.

-110p, 상담: 페르메이르의 ‘음악 수업’


”사랑이냐 아니냐보다 중요한 건 ’생명‘인지 ’죽음‘인지야, 사람을 살리지 못하면 아무리 사랑, 사랑 떠들어도 소용없는 거지. 좀 더 신부 같은 표현을 쓰자면, 빛 카지노 게임 있느냐 어둠 카지노 게임 있느냐, 이게 중요하단 말씀.“ -130p, 깊고 불안한 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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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도 사람이기에 저자의 마음이 짐작되는 곳-카지노 게임의 말, 프로필-에서 향기가 나기도 한다. 나와의 연이 특히 중요한(했던) 저자들이 있다. 작품 위주로 언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잘 안될 때가 많다. 그러다보면 어떤 카지노 게임에게는 과하게 냉정했나하는 생각도 든다.


오랜 인친이자 뒤늦게 밝혀진(?) 동문인 윤소희 작가의 오랜 미발표작 출간을 기념해 서평단 모집을 시작으로 북투어를 함께하고 있다. 서평단 모집을 하던 날처럼 북토크를 앞둔 지금도 (예비)독자들의 참여가 기대된다. 책덕후는 저자를 각자의 농도로 애정하되 같은 책을 나눌 수 있는 독자 친구 역시 사랑하니까.



* 4월 20일, 21일 양일간 <사이코드라마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댓글, 작가에게 제안하기, 인스타 DM으로 문의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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