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은 오늘도 인간의 치맛자락 속이 궁금해!
나만의 푸드버킷리스트
오리고기 맛집을 찾아왔다. 앉자마자 분홍색 컵에 얼음과 물을 담아내어 준다. 30분가량 땡볕 속을 걸어온 사람에겐 반갑기 그지없는 환대. 벌컥벌컥 들이켜고 주변을 둘러보니, 과연 소문난 식당답게 이른 카지노 게임 추천부터 북적북적 손님이 많다.
오리카지노 게임 추천 덮밥을 주문하니 길쭉한 쌀밥에 껍질이 붙은 도톰한 오리카지노 게임 추천를 큼직하게 썰어 올려준다. 보통은 익힌 청경채를 곁들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직접 만든 걸로 보이는 투박하게 썰린 오이와 생강피클을 함께 내주었다.
달구어지고 또 달구어져 기름기는 쪽 빠지고 불그스름한 윤기만 파삭하게 남은 껍질, 인심 넉넉하게 잘라준 도톰한 살코기, 자박하게 쌀밥에 스며든 소스에, 빛깔만 보아도 아삭한 피클까지, 30분을 꼬박 걸어온 수고가 아깝지 않은 모습이다.
태국은 식문화가 워낙에 풍부해서 여행 도중 꼭 먹어볼 음식들이 차고 넘치는데, 이 ‘오리고기덮밥’은 태국 동네식당이나 야시장에서 은근 흔히 발견되는 메뉴이지만 여행객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인기 있는 음식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외국식 ‘오리요리’라고 하면 중국의 북경오리나 프랑스식 콩피요리 정도가 잘 알려져 있는 듯한데, 태국식 오리카지노 게임 추천 덮밥은 북경오리처럼 껍질이 살짝 바삭해지도록 통째로 구운 오리를 적당히 잘라서 밥 위에 올린 뒤 푹 졸인 간장소스를 곁들여 내어 준다.
취향이 만들어지기까지
보통의 관광객들에겐 ‘비주류’에 속할 ‘오리카지노 게임 추천덮밥’을 태국여행 때마다 왜 부러 찾게 되었는고 하니, 그 뒤엔 조금 길다면 긴 이야기가 있다.
어릴 때부터 난 고기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는데, 북유럽에서 유학을 시작하며 직접 장을 봐서 음식을 하다 보니 야채와 쌀, 해산물이 주였던 한국에서의 식생활과는 정반대로 가격이 저렴한 밀가루와 돼지고기, 소고기 등을 주로 먹게 되었다. 주말저녁엔 한국음식을 요리해먹기도 했지만, 주중 낮에는 대부분 눈 뜨자마자 수업 가기에 바빠서 소고기 간 것을 토마토소스에 왕창 볶아놓고 휘리릭 파스타를 만들거나, 아니면 소고기나 돼지고기햄을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도시락을 싸는 것이 일상이었다. 게다가, 추운 나라들은 하나 같이 밀가루와 설탕, 버터를 듬뿍 때려넣고 만드는 과자와 빵, 케이크가 왜 그렇게 맛있는지!
그렇게 6개월 정도 육류와 밀가루로 범벅이 된 식생활을 하고 나니 온몸에 아토피가 생겼다. 심지어 두피에까지 빽빽하게! 동기들이 전부 내 얼굴을 보곤 ‘너 처음 봤을 땐 역시 한국인은 피부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됐냐’고 걱정할 정도였다. 처음엔 물이 맞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을 했다. 스웨덴은 호수가 많아 그로부터 공급되는 수돗물도 깨끗해 보통은 그냥 음용해도 괜찮지만, 문제가 생겼으니 식수를 전부 슈퍼마켓에서 파는 미네랄워터와 탄산수로 바꿨다. 하지만 피부는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졌고, 특히 얼굴에 울퉁불퉁한 염증이 많이 생겨서 아프고 가렵기도 하고, 외관도 도무지 눈 뜨고는 못 봐줄 지경이 되어버렸다.
한국에서 말린 어성초 등을 공수해 달여 먹었지만 큰 차도가 없던 중, 현지인 친구가 ‘채식’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함께 알려준 팁이 ‘밀가루는 끊고, 우유 대신 발효한 요거트를 먹고, 치즈는 생치즈 말고 최소 3개월 이상 숙성된 것을 먹어라’는 것이었다. 주식을 초록잎사귀로 만든 샐러드로 바꾸고 독한 마음으로 매일 먹던 커피와 밀가루간식들까지 끊고 한 달 정도 지나자 피부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난 그간 내가 음식은 뭐든 다 잘 먹는 ‘알러지’ 따윈 없는 건강체질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던 거다.
도서관에서 알러지를 오래 연구하고 치료해 온 서양의사들이 쓴 책을 빌려서 탐독해 보았더니, 아마도 난 밀가루와 우유, 소, 닭, 돼지고기 등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몸에서 충분히 분비되지 않고, 그래서 이런 음식들을 섭취하게 되면 완전히 분해가 되지 않아 독소가 발생하는데, 하필 그 독소를 처리하는 간기능이 약하고, 피부가 매우 약하게 태어난 관계로 결과적으로 피부에 염증을 동반한 다양한 아토피 반응들이 나타나는 듯했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요거트나 3개월 이상 숙성된 치즈는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몸에 유익한 유산균들이 풍부해져, 체내의 소화효소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수월하게 소화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섭취하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아토피가 생긴 원인은 의사들이 쓴 책을 보고 혼자 추측했을 뿐이지만, 어쨌든 소, 닭, 돼지, 밀가루, 우유, 생치즈, 커피, 특정 견과류 등을 모두 끊고 난 뒤엔 예전처럼 심한 아토피 반응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서 ‘가끔 한 번씩은 먹어도 되겠지’하고 케이크나 빵, 우유를 먹은 적이 있는데 –인간적으로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을 어떻게 안 먹고 사냐고요- 그때마다 밤에 심하게 배앓이를 하거나 얼굴에 염증이 생기거나를 반복하게 되었다. 딱 한 번 소카지노 게임 추천를 왕창 먹었을 땐, 다음날 바로 뺨에 오돌토돌한 편평사마귀가 돋아나기도 했었다.
이런 건강상의 이유와, ‘인류가 고기를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고 있고, 공장식 사육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이 결합해 몇 년 전부터 ‘어차피 소화도 못 시키는 음식, 나 하나라도 덜 먹자’는 생각으로 밀가루와 고기류를 전혀 먹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 해에 몸을 너무 혹사하다 쓰러지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뜨자마자 무슨 신들린 사람처럼 ‘고기를 먹고 싶다, 지금 고기를 먹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소, 닭, 돼지의 대안으로 부랴부랴 오리와 칠면조를 찾아먹었는데, 정말로 카지노 게임 추천 덕분에 기력을 회복한 건지 한 달 내내 누워서 쉬다 보니 기력이 돌아온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건강을 되찾게 되었고, 이후로는 ‘그때처럼 또 배터리가 완전히 닳아서 나가버리기 전에 미리미리 기력을 보충해주자’는 생각으로 때마다 한 번씩 오리카지노 게임 추천를 찾아 먹고 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값
한국에서는 여름이 절정에 이르면 한 번씩 오리백숙집을 찾아가고, 아니면 친구들과 여럿이 모이는 날 불판에 둘러앉아 와글와글 떠들며 오리로스를 구워 먹거나 하는데, 간혹 조금 특별하게 먹고 싶은 날엔 북경오리나 프랑스식 오리콩피 따위를 찾기도 하지만, 혼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오리요리는 아직까지는 샐러드에 곁들여주는 훈제오리 정도뿐인 것 같다.
특히나 통째로 요리한 오리를 먹기란 어쨌든 혼자서는 쉽지 않은 일인데, 태국의 작은 식당들에선 언제 어느 때나 잘 구워진 오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혼자 온 손님들에게도 얼마든지 한 끼 덮밥으로 내어주고 있으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여럿이 불판에 둘러앉아 와글와글 떠들며 먹는 구이도 좋고, 어느 요리에나 깔끔하게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훈제도 좋지만, 따끈따끈한 쌀밥에 담백하게 구운 오리 도톰하게 썰어 올리고 자작하게 국물을 부어주는 덮밥엔 소소하면서도 중후한 상반된 매력들이 듬뿍 깃들어있다.
태국에 오면 꼭 한 번씩 찾게 되는 이 오리카지노 게임 추천 덮밥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큰 솥에 종일 푹 졸여낸 소스!
같은 레시피와 계량법을 사용해도, 1인분을 냄비에 졸여내는 것과 10인분 이상을 커다란 솥에 넣고 졸여내는 건, 그 결과물이 완전히 다르다. 작은 냄비에 가해지는 화력과 큰 냄비에 가해지는 화력은 크기가 엄연히 다르고, 그에 따라 뭉글뭉글 끓는 냄비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새겨지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값 역시도 달라지기 때문인 것 같다.
집에서 카레 따위를 잔뜩 만들어두고 끼니때마다 다시 냄비를 달구며 데우다 보면 나중엔 카지노 게임 추천의 감칠맛이 꾸덕꾸덕 잔뜩 스며드는데, 배달과 간편식이 보편적인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직 카지노 게임 추천만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그 맛을 접할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다.
주문하자마자 팬을 불 위에 올리고 치이이익- 경쾌한 소리를 내며 신선한 재료들을 갓 볶아내주는 식당들도 좋지만, 이렇게 커다란 냄비를 종일 달궈두는 식당의 음식들엔, 가정용과는 사뭇 다른 냄비크기만큼이나 뭉근하고도 푸근한 시간의 맛이 깃들어있다.
특히나 간장을 베이스로 한 이 짭짤한 국물은, 한국인이라면 좀처럼 싫어할 수가 카지노 게임 추천 너무나도 잘 ‘아는 맛’! 요 녀석은 도톰하게 썬 살코기에도,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껍질에도 딱 적당히 부드럽게 스며들어 감칠맛나게 어우러지는데, 무엇보다, 길쭉하고 포실포실한 태국쌀은 수분을 잘 머금기 때문에 이 짭조름한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덮밥으로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고기와 쌀밥을 차례로 맛보고 나면 곁에 함께 내어준 오이와 생강피클이 상큼하고 아삭아삭한 맛으로 고기잡내를 말끔히 잡아주어, 끝맛까지 애매함 없이 산뜻하다.
요 한 접시는 단돈 60바트지만 -한화로 2500원도 채 하지 않는다-
껍질이 달구어지고 또 달구어지며 마침내 바삭해지고 국물이 뭉근하게 끓고 또 끓으며 진국의 깊이를 품어낼 때까지 지그시 지나온 그 카지노 게임 추천들엔, 쉽사리 값을 매길 수 없을 것 같다.
거짓 없는 카지노 게임 추천
하루 중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난 뒤, 절반쯤은 익숙해진,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낯선 거리를 걷는 시간!
정오를 갓 넘긴 이 카지노 게임 추천엔 태양도 하루 중 가장 건재해서, 햇볕이 다정하게 어루만진 거리의 그 모든 것들이 거짓 없는 자신의 색채로 당당하게 빛난다.
담벼락엔 오늘도 가느다란 줄기와 초록색 잎사귀들이 단단한 시멘트를 끈질기게 움켜쥔 채로 또 하루를 거침없이 살아내는 중이다. 그 살벌하지만 아름다운 전쟁터 한가운데 누군가 위트 넘치게 빚어 놓아둔 도마뱀 한 마리에서 불쑥, 태국사람들의 삶에 정오의 빛처럼 또렷이 자리하고 있는 여유를 엿보게 된다.
이윽고 마주친 더운 나라의 발코니. 인생의 풍파를 온몸으로 견뎌낸 듯 낡은 모습을 보며 ‘이런 건 대체 어느 나라에서 온 건축양식일까?’ 궁금해하다가, ‘어느 나라긴! 치앙마이양식이지!’하고 홀로 결론을 내린다.
저 발코니에 서서 내다보는 바깥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에선 삶의 대부분을 섀시를 갑옷처럼 두른 아파트들이 밀집된 지역에서 살아오다 보니, 제각각의 모습으로 한낮의 햇살을 환영하는 치앙마이의 ‘여름의 집들’과 맞닥뜨릴 때마다 마치 동화 속의 과자로 만든 집과 마주한 듯, 호기심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한낮이 따스하게 데운 동네어귀엔 ‘우리 집사는 이런 패션이 취향이랍니다’를 만천하게 전시하듯 꼬까옷을 차려입은 누렁이 한 마리가 늠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치앙마이의 길에서 이따금 마주치는 고양이나 강아지들은 대부분 이렇게 옷을 입거나 목걸이를 하고 있어 ‘보살펴주는 가족이 있구나’ 하고 금세 안심하게 되는데,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사소한 감각들이 쌓여서 공동체 전체의 ‘신뢰’라는 자산이 되는 것 같다. 길 위의 작은 생명들도 모두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보살핌 받는 세상에서라면, 나 역시도 그 속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하지만 그래서 더 튼튼한 ‘보이지 않는 서로를 향한 믿음’ 말이다.
한낮이란, 태양이 조용히 마법을 거는 카지노 게임 추천. 찬란한 빛 속을 타박타박 걷고 있으면, 눈에 담기는 그 모든 풍경들이 특별해진다.
고양이들은 오늘도 인간의 치맛자락 속이 궁금해!
저녁엔 까만 고양이의 안내를 받으며 새로운 식당으로 향했다. 주문한 음식은 새우팟타이. 절반을 뚝 잘라서 함께 내어준 라임을 보자마자 무심코 ‘역시 팟타이는 새콤한 라임맛이지!’ 하고 생각해버렸다.
치앙마이에 와서 보니, 팟타이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은 다름 아닌 접시 가장자리에 놓아주는 싱싱한 라임인 것 같다. 예전엔 팟타이의 매력이 볶음요리 특유의 기름진 넉넉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위에 이렇게 통째로 통 크게 내어주는 라임의 즙을 듬뿍 짜내어 숙주와 파 등 익히지 않은 야채를 곁들이면, 치앙마이의 거리 곳곳에 무성한 초록들만큼이나 싱그러운 맛이 가득해진다.
세 달의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아직 알지 못하는 미지의 맛들에 당연한 듯 이끌려갔었는데, 치앙마이를 구석구석 누비며 내 마음속에 단골가게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는 요즘, 전혀 몰랐던 특별한 맛보다는 ‘이미 아는 바로 그 맛’들로부터 매일의 안정과 살가운 풍요로움을 얻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익숙한 식당가를 걷던 중 저 멀리에 오도카니 앉아있던 카오스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치앙마이의 고양이들이 으레 그렇듯, 눈을 마주치자마자 쪼르르 달려오는 녀석. 야수 같은 코트를 입었지만 성격은 아주 상냥하다. 마치 예전부터 서로 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치맛자락에 몸을 이리저리 스치며 친밀함을 한껏 표시하더니, 녀석은 이내 내 발밑에 턱-하니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아버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발목까지 오는 긴치마를 입었을 때 유독 동네고양이들이 반기며 달려오는데, 찰랑거리는 치맛자락이 녀석들의 눈엔 거대한 놀이공원처럼 보이나 보다.
‘아유, 오늘 저녁은 이 천막 밑에서 한숨 쉬어야겠다!’는 듯 내 발밑에서 두 다리를 쭉 뻗어버린 넉살 좋은 고양이 덕분에, 저녁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가 한복판에서 나도 덩달아 작은 휴식카지노 게임 추천을 보냈다.
고양이들에겐 아마도 ‘카지노 게임 추천을 굽이굽이 접어내는’ 능력 같은 게 있는 거 아닐까? 전혀 모르는 사람 치맛자락 밑에서 아무 스스럼없이 늘어져있는 고양이를 보며 잠시 미소 지었을 뿐인데, 밤이 어느새 칠흑처럼 사방에 내려앉았다.
Copyright 2025 by 여름햇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