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에서 보낸 열흘
카지노 쿠폰 걸음이 못내 아쉬워도
지난 열흘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하늘 위로 날아가고, 빠이를 떠나야 하는 아침이 밝았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더니, 아침밥 먹을 시간인지 아기고양이 둘이 화단에 놓아둔 빈 사료그릇을 사이에 두고 오매불망 주인장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싱글벙글 주인장이 와서 커다란 포대에서 사료를 한 바가지 듬뿍 퍼서 와르르 그릇에 쏟아 부어주니,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릇 속에 고개를 콕 박고 오로지 아침밥 먹기에만 전념하는 녀석들. 동네맛집 문 여는 시간에 딱 맞춰서 가려고 서둘러 길을 나섰던 것도 잊고, 화단 앞에 쪼그리고 앉아 오도독- 오도독- 아기고양이들 사료 먹는 모습을 한참동안 구경했다.
수북이 쌓여있던 사료가 절반 이상 사라지고 나니 치즈 아기고양이는 점잖게 밥그릇에서 물러나고, 이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하얀 아기고양이는 아예 사료그릇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마지막 한 톨까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 하얀 아기고양이는 그릇에 코를 박고 계속 아침식사에 여념이 없고, 치즈 아기고양이는 식곤증이 몰려오는지 따스하게 내리쬐는 아침햇살 속에서 살포시 두 눈을 감는다.
이렇게 귀여운 아기들을 여기 두고 어떻게 가... 오늘 버스는 취소야...!!!
눈물을 한 바가지 머금고 마음속으로 외쳐봤자, 오늘은 카지노 쿠폰야하는 날. 며칠간 서로 얼굴이 익고 정도 들었지만, 내가 떠난 뒤에도 이곳의 일상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얘들아, 지금처럼 매일매일 배부르게 먹고, 밥 먹고 나면 나무도 열심히 타고, 나중에 스무 살이 되어 대학도 가고 학사모도 꼭 쓰렴! 그럼 너희들 집사도 정말 행복할 거야!
리조트를 나와 <Wellness in the Valley에 묵는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이 지나다니던 길로 마지막 산책을 나섰다. 황소들은 오늘도 서로 정답고, 마지막으로 찾은 사원의 물가엔 내가 카지노 쿠폰 걸 알기라도 한 듯, 누렁이가 배웅을 나왔다.
들판엔 동네 소들이 모조리 다 나와서 풀을 뜯는 중. ‘너희들, 혹시 오늘 내가 카지노 쿠폰 날이라는 소식을 듣기라도 한 거니? 어떻게 이렇게 다들 나와 있어?’ 잠시 멈춰 서서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부지런히 걸어 모퉁이를 도는데, 잡화점엔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강아지들이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고 철퍼덕 누워서 한갓진 아침을 보내고 있다.
매일 새로운 여행객을 실은 버스가 수 대씩 도착하고, 또 카지노 쿠폰 빠이. 이곳의 털북숭이 동네친구들에겐, 사람이란 그저 매일 같이 떠나고 또 새로이 도착하는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마주치면 반갑게 환대하지만, 떠난다 하여 슬퍼할 이유도 없는. 누군가가 떠나도 일상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떠나간 그 자리는 금세 새로운 사람이 찾아와 채운다.
인생이란, 카지노 쿠폰까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마지막 식사 장소는 일찌감치 이곳으로 정해두고 있었다. 유쾌한 세 여인들이 운영하는 동네맛집! 그런데, 성대한 만찬을 즐기려했던 계획은 ‘오늘은 쏨땀 만드는 요리사가 휴일’이라는 통보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이럴 수가... 하늘이 무너진 듯 낙담한 내게 카운터를 보는 여인이 밝게 웃으며 ‘내일은 나올 거야!’라고 위로를 건넸지만, 나는 잠시 후면 빠이를 영영 카지노 쿠폰야 한다.
하는 수 없이 계란후라이 올린 오징어덮밥 하나만 달랑 주문을 했다. 인생이란, 계획대로는 절대 되지 않는 것. 그래서, 늘 아쉬움이 남는 것.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게 되는 것. 그 수많은 기약들로 인해서, 허허벌판 속에서 이곳저곳 더듬으며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
인생을 다 살고 떠날 때에도, ‘다음에 인생이란 여행을 또 하게 된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까. 아니면, ‘그래, 그래도 이 정도면 어찌저찌 목적지까지 잘 왔다!’ 하며 홀가분하게 사는 동안 스스로 어깨에 지웠던 짐들을 툭툭 털어낼 수 있을까.
떠나는 날의 싱숭생숭함도 잠시, 곧 따끈따끈 갓 볶아낸 오징어덮밥이 내 앞에 놓였다. 딱 적당하게 매콤한 양념에 부드럽고 탱탱한 오징어가 절로 ‘그래, 이 맛이야!’하는 감탄사를 부른다. 쏨땀이 없어 조금 아쉽지만, 딱 기대했던 그대로의 마지막 식사였다.
그동안 맛있는 음식들을 요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빠이의 첫 단골식당을 나왔다. 동네고양이 강아지들의 핫플레이스인 물가가 있는 카페에서 마지막으로 차 한 잔 하고 싶지만, 오늘 휴무. 해서, 단골식당을 가는 길에 늘 지나치며 궁금해 했던 카페에 갔다. 마차스트로베리, 스트로베리초콜릿, 민트초콜릿 등 화려한 음료들 중에 고민하다가, 뜨거운 빠이의 아침햇살 속에서 마지막으로 뜨거운 음료 한 잔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심플하게 핫초콜릿 한 잔을 주문했다.
가게 밖으로 나와 나무그늘 아래 놓아둔 의자에 앉았다.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멍하니 빠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카지노 쿠폰 날엔 항상 거짓말처럼 하늘이 파랗다. 날씨가 맑고 화창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곧 떠나야하기 때문인지. 눈에 들어오는 그 모든 풍경들이 야속할 정도로 아름답다.
곧이어 나온 핫초콜릿을 보고 잠시 당황. 이거 어째, 어린 시절 밤에 불 꺼진 부엌에서 우유에 핫초콜릿 한 숟가락 우르르 쏟아 넣고 대강 휘휘 저어서 먹던 바로 그 비주얼인데. 한 입 먹어보니 맛 역시 정직하게 오트밀크를 따뜻하게 데워서 카카오가루를 탄 바로 그 맛인데, 다른 첨가물 없는 100% 카카오의 쌉싸름한 맛이 잘 살아있어서, 어쨌든 만족했다!
카지노 쿠폰 식사도 카지노 쿠폰 음료도, 공교롭게도 모두 조금의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지만. 어쩌면 카지노 쿠폰이란, 어떻게든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이기에 빛카지노 쿠폰
부지런히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제 정말 빠이에서의 마지막 산책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는 슬픔과 아쉬움이 깃들기 때문인지, 카지노 쿠폰 날이 되면 항상 마주치는 그 모든 것들이 평소보다 빛나 보인다. 아름다움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온전히 아름다울 수만은 없기에, 그 슬픔과 서글픔 속에서 더욱 빛나나 보다.
‘안녕, 나는 이제 빠이를 카지노 쿠폰야 해.’
달마시안을 닮은 동네 얼룩이에게도 카지노 쿠폰 인사를 건네고. 돌담길 걷는 동안 늘 조용히 곁에 함께 해주었던 사원의 석상들 앞에도 잠시 멈춰 서서 카지노 쿠폰 기도를 한다. 들판의 소들은 아까와 다를 것 없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가까이 다가온 황소 한 마리에게 ‘이게 정말 카지노 쿠폰이야. 잘 있어.’ 작게 손을 흔들었다.
지난 이틀 밤을 작은 마법 속에서 보내게 해준 정든 숲속 오두막에도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여행가방을 양손에 끌고 나왔더니, ‘보초전문요원’ 치즈고양이가 헐레벌떡 달려와 내 앞을 가로막는다. ‘밥은 어쩌고 벌써 가?’ 라고 묻는 듯 반짝이는 호박색 눈망울에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아침밥을 딴 데서 먹고 왔다고? 우리집에서 안 먹고? 왜애? 내가 밥 먹는 동안에 안전하게 보초도 서주는데!?’
‘미안, 미안. 다음에 다시 오면, 꼭 네가 보초 서주는 뒤에서 매일매일 아침밥을 먹을게!’
다음 여행은 이번 여행보다 모든 것이 조금 더 익숙해지기를. 그래서 밤낮 한결같이 가장 가까운 곁을 지켜주는 따뜻한 친구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기를.
구불구불 산 넘고 또 넘어
싱글벙글 주인장이 터미널까지 차를 태워주었다. 너무 단숨에 도착해버린 탓에 승합차에 여행가방을 싣는 동안에도 좀처럼 실감이 나질 않았다.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하고 나서야 아차-하며 어젯밤 편의점에서 산 멀미약을 삼켰다.
멀미약을 너무 늦게 먹은 탓인지, 아니면 운전석 옆자리는 흔들림이 더 심한 건지, 출발하자마자 차가 미친 듯이 굽이굽이 곡예를 하는 바람에 그만 잠들 새도 없이 휴게소에 도착할 때까지 약 한 시간을 고스란히 멀미와 사투를 벌여야했다.
빠이에 올 때는 정말 운이 좋았던 거구나... 이 멀미를 피해갔었다니.
그래도 성인이 된 후엔 차멀미로 고생한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구불구불 뱀이 지나간 자리처럼 연신 꺾어지는 산길은 정말 지옥으로 가는 길이 따로 없었다.
휴게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더니, 땅이 눈앞에 일어서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파란 하늘과 초록빛 잎사귀들은 한 데 뒤섞여 뱅뱅 돌고. 와중에 그 나무에 파아란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곤 무의식중에 핸드폰을 꺼내어 셔터를 누른 모양이다.
휴게소에 지역특산물과 기념품들을 모아놓은 제법 큰 상점이 있었는데, 머릿속이 뱅글뱅글 도는 바람에 안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상점 앞 가판대에서 3봉지에 100바트에 팔고 있는 바나나칩을 혼신의 힘을 다해 종류별로 골라서 계산을 했다. 흔히 보던 바나나를 있는 그대로 얇게 썰어낸 것이 아니라, 짓이겨서 반죽을 만든 뒤 다시 성형을 해서 튀겨냈는지, 바나나칩이 감자튀김처럼 네모난 스틱모양이었다.
그리곤 차로 돌아오자마자 기절. 멀미 때문에 바이킹도 롤러코스터도 못 타는 ‘예민한 세반고리관 협회인’ 중의 하나로서 –세반고리관은 척추동물이 갖고 있는 평형을 주관하는 기관인데, 이것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되면 조금의 변화에도 새로이 평형을 찾으려고 해서 어지럼증을 남들보다 자주 느낀다고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다- 직접 찾아낸 멀미예방법이 있다면, 배, 자동차, 비행기, 종류를 불문하고 무조건 출발 전에 깊이 잠들어버리는 것이다.
다행히 차가 다시 출발하기 전에 잠이 들어서, 이후 치앙마이에 도착할 때까지는 그럭저럭 무난하게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흔들려버린 세반고리관은 좀처럼 회복되질 않고, 터미널에 내려서도 계속 세상이 뱅글뱅글 도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같이 내린 사람들은 다 카지노 쿠폰버린 빈 터미널에 홀로 앉아 휴게소에서 산 바나나칩을 뜯어서 우걱우걱 씹으며 가출한 정신을 다시 불러들이는 의식을 거행했다.
당류는 보통 건강의 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위급사태엔 당분만큼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없다. 휴게소에서 산 바나나칩은 바나나를 으깨어 설탕을 잔뜩 가미했는지 빠이에서 즐겨먹던 바나나를 그대로 튀겨낸 담백함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지만, 바삭바삭함 속에 잔뜩 스며있는 기름과 서로 범벅이 된 속세의 달콤함은 머릿속에 떡하니 똬리를 틀고 앉아 쉼 없이 들썩거리던 멀미녀석을 썩 밖으로 쫓아내버리는 데는 직빵이었다.
핸드폰화면을 볼 수 있는 정도가 되어 택시어플을 켜보니, 터미널 부근의 극심한 교통혼잡으로 택시는 20분 후에나 도착할 예정. 와, 태국에서 이런 대기시간은 처음인데, 오늘만은 교통체증이 오히려 좋아! 택시를 호출하고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는 동안, 다행히 약간 남아있던 어지럼증도 완전히 가라앉았다.
무사히 택시에 타기는 했는데, 진이 완전히 다 빠져버린 몸은 그저 짐짝처럼 실려 갈 뿐이다. ‘아이고, 나이가 더 들면 빠이는 못 가겠구나’ 서글픈 생각을 하다가, ‘아니야, 올 때 멀미약을 너무 늦게 먹은 탓이야. 다음엔 차에 타기 삼십 분 전에는 꼭 먹어야지.’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카지노 쿠폰 날은 곧, 새롭게 도착하는 날!
날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고, 택시는 앞으로 일주일동안 쉬어갈 새 보금자리에 닿았다. 창문 너머로 멀리 산이 보이는 7층 아파트. 4도 6도 다 그냥 숫자일 뿐이잖아? 생각하면서도, 막상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숫자 7의 마중을 받으니, 앞으로 보낼 일주일에 대한 기대감이 퐁퐁 샘솟으며 막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가방을 대강 내려놓고, 근처 시장이 문을 닫기 전에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후다닥 다시 길을 나섰다.
빠이를 카지노 쿠폰온 그리움과 아쉬움은, 새로운 길에 내딛는 걸음마다 새로운 날들에 대한 설렘이 되었다.
익숙한 곳을 카지노 쿠폰 날은 곧, 새로운 곳에 도착하는 날. 떠나고 또 도착하고는 반복하는 것이, 어쩌면 인생. 영영 카지노 쿠폰 마음은, 정말로 인생을 완전히 카지노 쿠폰 그날에야 알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날에도, 새로이 도착할 어딘가에 대한 설렘이, 그리움과 아쉬움을 살포시 덮어줄까.
아직은 알 수 없는 먼 훗날.
오늘은 오늘 도착한 새로움에 설레며 다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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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어서 살 곳을 찾아요! 3권 <빠이에서 보낸 열흘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 4권에서는 <창푸악에서 보낸 일주일이 이어집니다. 사정상 댓글에 답장은 바로바로 못하지만 틈나는 대로 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