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과 표현을 모두 담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학창 시절을 제외하고 성인이 된 후 나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들이다. 아마 그 이유로는 동생들을 만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접했다는 게 가장 크겠다. 1년 재수를 한 후에 대학교에 입학해서 그때부터 1살 어린 동생들과 동기로 친하게 지냈었다. 그리고 대학교 졸업한 후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도, 회사에 다닐 때에도 이상하게 내 주변에는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많았고 그들이 나를 잘 따라줬다. 그리고 동생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던 환경 중에 최고는 호주 워킹 홀리데이 때였다.
나이 제한이 만 30세까지 정해져 있는 호주 워홀 비자 덕분에 당시 만 27세던 나는 처음으로 7~8살 어린아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동고동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세컨드 비자를 따기 위해 들어갔던 공장은 일하고, 자고, 모든 생활을 같은 공장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 공장의 분위기에 적응을 하고 내 방식대로 동생들에게 편하게 대했더니 이미 동생들은 내게 "슬기이이~"라고 부르며 나를 좋아해 줬다. 그렇게 8살, 5살, 3살, 2살 차이 나는 동생들과 함께 지낸 지 3개월이 지났을 때쯤이었다. (그래도 나도 1살, 2살 터울 언니 오빠들이 있었다.) 같은 숙소에서 지내는 8살 어린 동생은 종종 맥주 한 캔을 들고 찾아와 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그 동생은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내 방에 노크를 했다.
"누나. 시간 괜찮아? 잠깐 나가서 나랑 산책하면서 얘기할 수 있어?"
심상치 않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표정을 감지한 나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길을 나섰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앞으로 남은 워홀 비자 기간과 대학교 복학 시기가 애매하게 엇갈린다면서 생각보다 한국을 빨리 가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만 해도 워홀 비자 기간을 모두 꽉 채우고 간다고 말했었기에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물었다.
"너 원래는 10월까지 다 꽉 채우고 한국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나..? 그때는 복학 계획이 없었던 거야?"
"아.. 원래는 그러려고 했지.. 근데 요즘 일도 너무 힘들고.. 음. 한국도 가고 싶기도 하고.. 후.. 사실 좀 아직 고민 중이긴 해.. 나 어떻게 하는 게 날 것 같아? 만약에 지금 누나가 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요즘 일이 너무 힘들다'라는 동생의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동생은 얼마 전 우리가 함께 일하는 파트의 팀장 같은 역할을 우연히 맡게 되었다. 평균 나이보다도 어린 그 친구가 나이 많은 (한국인) 팀원들과 함께 팀을 이끌어간다는 게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원래 계획이 있었는데 그 역할이 힘들다고 더 버텨보지 않고 복학이라는 이유로 중도에 떠난다는 것 또한 아쉬웠다.
그날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어려웠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말했다.
"00아. 음. 이런 말을 하면 네가 나한테 너무 냉정하다 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나는 네가 맡은 역할 끝까지 다 완수하고 원래 계획대로 돈도 더 모은 후에, 그다음에 한국 돌아갔으면 좋겠어. 원래 너의 계획이 있었잖아. 지금 네가 겪는 일들이 얼마나 너한테 압박을 주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봐서 잘 알지만.. 이거 견뎌내면 한국 돌아가서 네가 더 무슨 일을 하든 더 자신 있을 것 같아. 지금 네가 맡은 일이 네 나이라서, 네 경험이라서 힘든 게 아니라 지금 그 역할을 내가 당장 해도 힘들어. 그만큼 힘든 일인데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나는 지금 관두기엔 너무 아까운 것 같아. 선택도 그 후에 책임지는 것도 모두 네 몫이지만 내 생각은 이래.. 잘 생각해봐."
그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몇 번의 깊은 한 숨을 더 쉬고, 동네를 돌고 돌다가 결국 더 생각을 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밤,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도 한참 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그 동생에게 해준 말 중에 혹여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될 만한 말은 없었는지, 동생의 마음을 더 들어주고 헤아려줬었어야 했는데 내 생각만 이야기했던 건 아닌지 마음에 걸렸다. 특히나 그 동생은 내가 살면서 본 사람 중 정말 '착한 사람' 중 한 명이었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문득 그 동생은 어쩌면 정말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게 그저 어떤 '공감', '위로'를 받고 싶어서 나를 찾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동생에게도공감하는 말도 하긴 했지만 그건 일종의 내 의견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도구 같았다. 진심보다는 표현을 위한 표현 같았다. 곧이어 내가 어렸을 때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 오빠들이 내게 해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하고 답답할 때가 생각났다. 그때 그들은 늘 내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바빴다.
물론 그 동생에게 직접적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되는 말은 되도록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오늘 나는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생에 대한, 동생의 이야기에 대한 공감이 담긴 말을 했다기보다 그저 속이 텅 빈 공감을 보여준 후 내 이야기만 한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렇게 겉으로라도 공감해주고, 상처 주지 않는 말을 안 하는 게 어디냐고. 그것도 배려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원래 진심보다 표현이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늘 그 표현에진심을 담는 게 더 힘들다. 보기만 좋고 듣기만 좋은 표현이 아니라 묵직함이 있는, 온기가 있는 표현을 담아서 전달하고 싶다. 특히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그날 밤, 나는 다시 불을 켜고 일어나 부랴부랴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진심과 표현,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대화가 최상이라면 차상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진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표현 없는 진심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나는 진심보다는 표현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진심을 담고 싶다.
진심을 담는 것이 어색하고 힘들지만, 솔직하고 싶다.
그것도 또 노력해야 하는 것도 안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또, 다시 뒤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일기를 쓰는 거고.
매일 적으면서 오늘의 나를, 나의 말을 되돌아본다.
생각 없이 행동했던, 뱉었던 말들이 혹은 다른 사람에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주지 않았을까.
내가 그러지 말자고, 저런 사람은 되지 말자고 해놓고 그런 사람과 같지는 않았을까.
한국에서의 사회생활이 지치고 힘들었다. 특히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래서 나는 피해 주고 싶지 않았고, 차가워지고 싶지 않았다.
지금 다행히 내 마음은 많이 녹았고 또 따뜻해졌다. 또다시 차가워지지 말자.
미리 겁먹고 도망가지도 말고, 남에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주지 말자.
따뜻함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왜냐면 사람들은 늘 따뜻함을 갈망하니까.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싶어 하니까."
오늘도 제 이야기를 기다려주시고,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이야기와 점점 닮아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쓰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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