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물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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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Nov 28. 2022

쓸 수 있을 때까지 무료 카지노 게임

무료 카지노 게임


거실에 새 무료 카지노 게임을 깔았다. 베이지색. 산뜻하다 못해 상큼하다. 무늬가 없어 더욱. 아주 짧은 털이 보드랍다. 적확하게 말하면 실이. 거슬리는 게 하나도 없는, 입에 혀 같은 사람처럼 새로 산 무료 카지노 게임도 그렇다. 마음에 쏙 든다.


그런데도 쓰던 무료 카지노 게임을 금방 걷어내지 못했다. 나에게 있는 벽(癖) 같은 것이다. 무엇이든 오래 쓰고 쉽게 버리지 못하는. 십 년 동안 쓴 무료 카지노 게임이었다. 새것으로 바꾸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닷새 정도 지나, 쓰던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무언으로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 새것을 깔았다.


십 년 전, 이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산 무료 카지노 게임이었다. 생애 첫 주택마련이었는데, 내 생애의 가장 슬픈 일과 맞물려, 기쁜 줄도 행복한 줄도 모르고 입주한 터였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을 구입하는 데에도 신경 쓰지 못하고 샀다. 그래도 십 년이 되었다. 쓰다 보니 정이 들었나 보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하게 긴 털이 모두 뭉쳐서 보기 흉했다. 해마다 가을에 무료 카지노 게임을 깔면서, 이번만 쓰고 새로 사야지 마음먹지만 빨아 두었다 다시 깔게 되곤 했다.


오래 쓰는 게 꼭 좋은 것 아닌 줄 안다. 자동차만 해도 20년 쓰고 바꿨는데, 새 차를 사용하다 보니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유류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게 들고, 운행 중 어디서 서 버릴까 봐 걱정할 일 없어 참 좋다. 차가 작으니 주차하기 편하고 기능이 보완되었으니 더 안전해서 마음까지 편하고.


그런데도 물건은 사용할 수 무료 카지노 게임 데까지 최대한 사용한다. 가격의 고하를 막론하고.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도 있지만 내게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동차뿐 만이 아니다. 휴대전화도 7년 정도를 쓴다. 살 때는 가장 성능 좋은 신제품인데, 그만큼 시간이 흐르면 가장 낙후된 물품이 되고 만다. 그래도 고장 나거나 꼭 새것으로 교체할 상황이 되어야 바꾼다. 컴퓨터도 보통 10년을 쓰는 것 같다. 그래도 솔직히 크게 불편하지 않다. 필요하면 업그레이드하거나 부품을 갈아 쓰면 되니까.


이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깜짝 놀란 것이, 멀쩡한 가구를 뜯어내거나 버리고 새로 설치하는 거였다. 취향에 맞도록 자기 비용 들여 하는 것이니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집안 디자인도 다시 하는 집들이 많았다. 나는 지어진 그대로 지금까지 쓰고 있다. 가장 실리적으로 설계된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니면 나의 삶의 방식 때문에 자연스레 그리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사용하자는 주의다. 물건은 그렇다. 단, 쓰지 못하게 되었을 때는 다른 활용방법을 모색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에 무료 카지노 게임 물건은 모두 오래된 것들이다. 장롱은 30년이 넘었고, 가전제품도 거의 15년이 되어간다. 이제 가전제품들 고장 날 때가 되었다. 가끔 살펴본다. 어디서 신호를 보내는지. 그릇도 시어머님이 쓰던 것까지 버리지 않고 쓴다. 책꽂이는 40년 된 것도 있다. 책은 더하다. 결혼 전에 보던 책들도 몇 권 있으니까. 그건 물건들에 스며들어 무료 카지노 게임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몇 날 며칠 보고 고민해서 샀던 장롱, 당시에는 고가였다. 양문 냉장고를 처음 샀을 때 함함했던 마음, 시어머님이 겉절이 무쳐주시던 양푼, 소나무 향이 은은하게 나는 책꽂이에 책을 가지런히 꽂으며 행복했던 순간, 행간에 줄이 쳐지고 몇 줄 감상도 적혀 무료 카지노 게임 책들.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버린단 말인가.


무료 카지노 게임을 새로 바꾼 것도 내 의지는 아니었다. 얼마 전에 딸과 백화점에 갔다가 딸이 산 것이었다.

“엄마, 아무 말 마세요. 우리 집에서 가장 바꾸고 싶었던 게 무료 카지노 게임이에요. 지금 깔려 있는 건 진짜 마음에 안 들어요. 색깔부터.”

“아니야, 더 써도 돼. 바꿔도 내가 바꿀 테니 그냥 둬. 그리고 뭐 넌 오지도 않으면서. 내가 쓰는 거지.”

“안 돼! 이거 바로 깔아야 해요. 깔고 인증 샷 보내세요.”


딸이 하도 눈을 부릅뜨고 말하기에 군말 못하고 가져왔다. 뭐든 잘 바꾸지 않는 내 삶의 방식이 딸이나 아들에게는 맞지 않았을 수 있다. 결혼 전에는 그냥 순응하고 살더니, 자꾸 뭐 바꿔라, 새로 사라, 잔소리가 많다.


새 무료 카지노 게임을 깔아놓고 보니 집안이 다 산뜻하다. 먼저 사진을 찍어 딸에게 보냈다. 흡족해한다. 이제 막 입주한 딸의 집에 가보면, 모든 게 고급스러워 보인다. 우리 집과 비교되기도 한다. 딸은 1주일만 시간 주면 집안을 새로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거절했다. 그건 내 색깔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무척 진취적이고 변화에 적응을 잘하는 편인데, 물건에 대한 것은 그렇지 않다. 쓸 수 있는 데까지 쓰자는 게 내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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