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는 곧 이방인이다. 이 말은 즉, 이방인의 신분은 여행자가 되기 위한 자격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여행을 계획하며 한 틈의 오차와 변수를 허락하지 않는 철두철미한 태도에 진절머리가 난다. 무無계획은 여행자를 자유롭게 할지는 몰라도 목적성을 잃게 한다. 유有계획은 목적성은 뚜렷하지만 변수와 만나 다음의 일정을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망가뜨린다. 여행 본래의 성질을 알지 못하는 이에게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여행 계획자의 두발을 꽁꽁 묶는다.
이방인은 자체의 신분적 특성으로 자주 허둥대며 자주 길을 잃는다. 계획의 속내에는 이방인이라는 신분을 감추고 현지인으로 탈바꿈하고 싶어 하는 꿍꿍이가 숨어있는 듯하다. 이방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현지인이라도 되는 건가. 그렇다면 진정한 현지인이란 존재하긴 하는가.
자주 오래 멈춰 서야 여행이다. 그래서 이방인은 자주 멈추고 자주 머리를 싸잡는다. 맘껏 헤매다가 돌아온 고향이 다시 이국으로 바뀌어 버린 아이러니는 흔하다. 내 집이 내 집이면서도 내 집이 아니다. 아예 고향을 거부하고 모든 곳의 자녀가 되어버릴까. 다 캐고 덩그러니 남은 황토 고구마 밭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빌딩 숲 사이사이에, 그리고 그 사이 곳곳에 적을 두면서 모든 곳을 고향을 삼아 버릴까.
길을 이어가기도 하고, 돌아가 헤매기도 한다. 저 멀리 우주 밖의 시선에서는 멈춘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그래도 멈춘 것은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뿐 느리게 나아가고 무료 카지노 게임 중이다. 아기의 옹알이가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어 나오는 것처럼, 무료 카지노 게임의 언어가 그렇게 하늘에 닿아가는 중이다.
에덴동산을 떠난 날부터 시작한 나그네 삶이다. 매끈하게 미끄러지는 여행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불성설이다. 신이 만들어 놓은 계획에 인간은 꼼짝도 할 수 없다. 같은 지붕 아래 아버지보다 온 우주를 자신의 지붕으로 삼은 아버지가 훨씬 억압적이다. 되는 일 하나도 없다는 푸념은 무지無智로 비롯한 습관일 뿐이다. 모든 것은 적절한 때에 이르러 사필귀정事必歸正한다. 조물주께서 만들어 놓은 삶이 본래 그러하다. 지극히 정상적인 삶이 바로 나그네 삶, 즉 무료 카지노 게임의 삶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