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의 온기로 마음의 허기를 채웠다. 자라는 아이는 배고픔도 채워야 했다. 엄마가 집에 있는 동안은 무얼 먹건 배가 따뜻했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면배는 다시차가워졌다. 따뜻한 음식도 차갑게느껴졌다. 엄마의 음식이 그리울 때면 찾아갈 곳이 있었다.
외갓집이 건넛마을에 있었다. 아이 걸음으로 30분은 걸렸지만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외가로 가는 길은 즐거웠다. 마을의 골목골목을 빠져나와굴 다리를 지나면 너른 논들이 펼쳐졌다. 초여름의 논둑길,초록의 여린 벼들이 바람에 한들한들 춤을 추고개구리와 맹꽁이는 연신 합창중이다. 그 아인 오늘도 저만치 떨어져서 내 뒤를 따라왔다. 왜 꼭 저만치에서 따라오는 걸까.
외갓집에 가면 늘 먹거리가 풍족했다. 손이 큰 외숙모는 음식을 넉넉히 했다. 쟁반에는튀김옷을 입은 돈가스가 쌓여 있고,솥에는 한가득 끓여놓은 뼈다귀해장국이 있었다. 갓 튀겨 낸 돈가스는 세상 제일 맛났고, 뼈다귀해장국은 뱃속을든든하게채워 주었다.
뒷마당으로 나가 마을 공터로 갔다. 아름드리나무 아래 평상에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외할머니가 내게 손짓을 했다.
“아가, 많이 먹었니?”
“네. 외숙모가 돈가스랑 뼈다귀해장국 주셨어요.”
“집에 갈 때 많이가져 가.”
“네.”
“이리 와서 하드 먹어.”
외할머니가 내 손에 반은 녹은 쭈쭈바를 쥐어 주었다. 나를 주려고 주머니에 넣고 있었나 보다. 할머니 옆에 앉아 쭈쭈바를 쪽쪽 빨아먹었다. 오렌지 맛이었다. 든든한 뱃속에 상큼하고 미지근한 오렌지가 들어갔다. 책의 온기가좋았지만 사람의 온기만 못했다. 배가차가워지면 언제든달려갈 곳이 있어 다행이었다.
외숙모가 싸 준 돈가스와 뼈다귀해장국을 들고 논둑길에 들어섰을 때 그 아이가어디선가나타났다. 양손에 들고 있는 짐을 보더니 성큼 다가와 들어주었다.
“어디 있다 온 거야?”
그 아인 또 반달 눈웃음만 지었다.
“이 답답아, 말좀 해. 말을 하라고!”
반달 눈웃음은 치명적이었다.마음을 파고 들었다.
1990년대는 종합유선방송이 들어왔다. 우리 동네도 유선방송이 시작되었다. 그 아인 무료 카지노 게임전파사와 함께 나타났다.전학을 오자마자 그달의반 인기투표에서 1등을 했다. 그때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현이는 그 아이를 보자마자 반해 버렸다.
“선호, 너무너무 잘생기지 않았니?”
“그 정도까진 아냐.”
내가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지현이는 내 팔을 때렸다.
“다시봐봐. 얼굴에서 빛이 나.”
지현이는 단단히 홀려 버린 듯했다. 전학생 윤선호. 그 아인 담비를 닮았다. 잘생겼다기보단 귀여운 외모였다. 유난히 새까맣던 눈, 오뚝한 콧날에 작고 동그란 콧방울, 작고 도톰한 입술, 햇볕에 그을린 피부가 건강해 보일 뿐이었다. 우리 마을에서 잘생긴 사람은 훈민정음 삼촌뿐이다. 금성무를 닮은 삼촌을 따라올 사람은 없다.
다락방이 있던 셋방은 1년 남짓을 살고 이사했다. 두 번째 집은 도로가에 있었다. 원래는 상점이었을 것 같은데 가정집으로 세를 놓았다. 길가의 미닫이 문을 열면 바로 부엌이나왔다.좁고 긴 부엌의 미닫이 문을 열면 거실이 나오고, 거실의 미닫이 문을 열면 방이 나오는 여러모로 이상한 집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전파사는 우리 집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학교에 갈 때도 집으로 돌아올 때도 윤선호를 만났다. 그 아인 항상 저만치 떨어져서 졸졸 따라왔다.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꼭 시골 개같았다. 외갓집에 갈 때도 개울에 놀러 갈 때도어디든 졸졸따라왔다. 내가 걷다가 뒤를 돌면 고개를 숙이고 딴청을 부렸다.
하루는 걷다가 멈춰 그 아이를 불렀다.
“야! 너 이리 와.”
무료 카지노 게임가주춤거리며왔다.
“왜 계속 따라다녀?너 개냐?”
또 아무 말 없이 반달 눈웃음만 지었다.
“나랑 놀고 싶어?”
무료 카지노 게임는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따라다니지 말고 옆에서 걸어.”
그날부터 무료 카지노 게임는 옆에서 걸었다. 수줍음이많은 아이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말도 많아졌다. 내가 한마디 하면 열 마디로 답하곤 했다.
“너네 가게 이름이 왜 무료 카지노 게임전파사야?”
“우리 아빠가 지었어. 경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 아니고 우주에 있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야. 아빠가 그러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은 제2의 지구래. 바람도 불고 물이 흐른 흔적도 있고 산소도 조금 있대.아주나중에 인간이 지구에 살 수 없게 되면 무료 카지노 게임으로 가야 할 거래. 그리고 말이야. 우주에는 우리 같은 생명체가 또 있을 거라고 했어. 생명체가 지구에만 사는 건 아주 넓은 우주에서 공간 낭비라고.”
“좀 아네. 마지막말은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한 거야.”
“정말? 난 우리 아빠가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우리 아빠 우주척척박사거든. 근데 너도 모르는 게 없네. 훈민정음에서 책많이 읽어서 그런 거지? 그렇지? 현아, 너 우주 이야기도좋아해? 우리 집에 과학책도 많고 우주 이야기책도엄청 많아.”
“넌 그동안 말하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았니? 너희 집에 놀러 가도 돼?”
“응. 가자.”
나는 그날 무료 카지노 게임전파사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의 아버지, 윤동필 선생님을 만났다.만난 날부터 선생님이라 부르기로 했다. 윤동필 선생님은 과학동아를 5년 읽은 나와비교조차안 되는 우주 척척박사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전파사의 안쪽 서가에는 과학책이 아주 많았다. 내가 태어나기도전에나왔다는 과학 잡지 <사이언스도 있었다. 지면의 대부분이 미색 갱지였다. 신기했다.
“보고 싶은 책 있으면 가져가서 읽어도 돼.”
“고맙습니다.”
나는 윤동필 선생님에게우주에 대해궁금한 것은 모두 물어보았다. 내 비밀도 술술 털어놓았다.
“선생님, 전 별에서 왔어요.”
“현이는 제대로 알고 있구나. 별에서 온 게 맞단다. 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별에서 왔지.”
“모두요?”
“그렇단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이 별에서 왔기 때문이지. 저 우주에서 바라보면 인간은 별 부스러기, 한낱 별 먼지일 뿐이야.별 먼지들 중에 밤하늘의 별을 보고 그리움을 느끼는 이들이 있지.그들은그곳이 근원적 고향이란 걸 알고 있기때문이란다.”
“친구들은 제가 이상하다고 했어요.”
“친구들 말에 속상했겠구나. 전혀 이상하지 않아. 현이는 네가 별이란 걸 잊지 말거라.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별이야.”
윤동필 선생님은별에서 어떻게 생명이 탄생했는지 별이 왜 반짝이는지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내가 어리다고 일부러 쉽게 얘기해 주지 않았다. 모르는 건 찾아보라고책을 골라주었다. 나는 그때 원소가 무엇인지, 근원이라는 말의 뜻도 몰랐지만잘기억하고 있다가 집에 돌아와다시찾아보곤 했다.
윤동필 선생님과 이야기가 길어지면 무료 카지노 게임는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개구리알 보러 가기로 했잖아.”
“아! 맞다. 얼른 가자. 선생님, 또 올게요.”
무료 카지노 게임전파사 문을 열고 나섰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말했다.
“나한테도 물어봐. 난 어디서 왔는지.”
“그걸 꼭 물어봐야 아니? 너도 별에서 왔지.”
“아니. 난 정확히 무료 카지노 게임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 무료 카지노 게임이 너한테 신호를 보내?”
“내 태몽이 무료 카지노 게임이래. 아빠가 그랬어. 무료 카지노 게임 꿈을 꾸고 나서 엄마 뱃속에 내가 찾아온 걸 알았대.난 무료 카지노 게임 별 먼지야.그래서 무료 카지노 게임전파사가 된 거고.”
“멋져. 무료 카지노 게임!”
무료 카지노 게임가 또 반달 눈웃음을 지었다. 햇볕에 그을린 볼은 발그레졌다. 지현이 말이 맞았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빛이 났다.
“너 그만 웃어.”
괜히 심술이 났다. 나는무료 카지노 게임의 빛을 발견했고, 지현이의 가자미눈을 뒤늦게 눈치챘다. 지현이가줄곧 나를 가자미눈으로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