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나눈 이야기
나른한 일요일 오후. 주섬주섬 각자의 짐을 챙겨 주차장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도서관. 걸어서 7분 정도 거리이지만 노트북이며 책이며 짐이 많아 차를 타고 간다. 도서관 주차장은 역시나 자리가 없다. 운전자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이 각자의 짐을 가지고 내리고 운전자는 빈자리가 생길 때까지주차장을 빙빙 돈다. 운 좋게 바로 주차를 할 때도 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20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어렵사리 주차를 하고 2층 그룹워크실로 올라간다. 대관 예약을 통해 사용하는 이 공간은우리 가족만의 아늑한 회의실이 된다.
아빠는 타닥타닥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아이들은 숙제와 독서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 나 역시 독서나 글쓰기를 한다.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처음 대관을 시작했을 때 아이들은 목이 마르다, 화장실에 간다 하며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했었다. 특히 둘째는 배가 고프다며 간식이 든 보냉백을 들고 공유부엌을 왔다 갔다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기 일쑤였다. 요즘은 도서관에 간식을 챙겨가지 않는다. 두 시간의 배고픔을 견디는 힘도 생기고, 두 시간을 집중하는 힘도 생겼다.
가끔 중한 사안이 있을 때는 가족회의를 하기도 한다. 거실 정리정돈 문제라던가, 용돈 협상 등의 안건이 제기되어 회의를 했었다. 그리고 지난주 첫째 딸의 발상으로 이런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을닮은 음식은 뭘까? 우리 다음 주까지 생각해서 발표해 보자."
첫째는 아빠를, 아빠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둘째를, 둘째는 첫째를 음식에 빗대어 이야기해보는 시간.
첫째가 먼저 발표를 했다.
"아빠는 제육볶음입니다. 제육볶음은 매운데 아빠도 맵게 화를 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육볶음에는 많은 재료가 섞여 있어서 맛있습니다. 아빠는 많은 성격을 갖고 있는데 다 합쳐져서 멋있습니다."
아아, 아빠가 화를 낼 때 아이들은 제육볶음처럼 맵다고 느꼈구나. 그 매콤함에 눈물이 나고 콧물이 났구나. 정말 똑같다. 적절한 비유야.
이번엔 아빠 차례.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닮은 음식은 순대국입니다.순대국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진한 국물입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는여러 베리에이션이 있어요.매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있고, 순대만 들어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있고김치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 여러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나올 수 있지요.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아 오늘은 매운 순대국이네,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 넣은 평범한 순대국이네' 할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이 모든 순대국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그래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순대국입니다."
역시나 화를 내는 내 모습을 매운맛에 비교하는군. 근데 밍밍한 순대국은 맛이 좀 덜하지 않나? 얼큰해야 맛나지. 진국이라는 말이 나의 의미를 깊게 했다. 나를 이 세상의 진리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낯뜨거우면서도 조금은 벅차오르고 아이들에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귀한 값을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다음은 내 차례.
"우리 둘째를 닮은 음식은 라면입니다. 둘째가 라면을 좋아하기도 하고,라면은 한 번씩 우리에게 기쁨을 주니까요. 먹을 게 없어도 우리에게 라면이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급하게 생각하느라 둘째가 좋아하는 라면을 떠올렸지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 둘째가 우리에게 안 좋다는 이미지를 줄까 봐 걱정하면서 기쁨과 만족 고마운 존재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마지막으로 둘째 차례.
"누나는 타코야끼입니다. 누나가 좋아하는 음식은타코야끼입니다. 그것은평범한 빵 안에 특별한 문어가 들어가 있는 음식입니다.우리 누나가 그런 거 같아서 타코야끼입니다."
오호라, 누나가 평범한 거 같지만 사실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구나.
도서관에 있는 두세 시간이 사실 따분할 수도 있다. 각자 자기의 할 일을 하긴 하지만 때로는 대화를 나누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우리 가족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어떤 의미인지 와닿는 것 같다. 진솔한 대화를 통해 가족애가 깊어진다. 매운맛을 내는 화를 좀 줄여보자는 자기반성도 된다. 제육볶음과 순대국, 라면과 타코야끼. 각자의 개성과 매력으로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음식처럼 우리도 각자 역할을 해 나가면서 세상을 풍요롭게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