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송세월을 읽고
말은 고해를 건너가는징검다리가 아니다.
주어와 술어 사이가 휑하니 비면문장은 들떠서 촐싹거리다가징검다리와 함께 무너진다.
쭉정이들은 마땅히 제 갈 길을가는 것이므로,이 무너짐은 애석하지 않다.말들아 잘 가라.
_말년 중에서
허송세월을 읽으면서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특히 <말년부분이 가슴 찡했다. 예전에는 아버지가 그렇게 밉고 원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아버지의 인생을 이해하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각박하게 사셔야 했던 것을 내가 결혼하고 자식 낳아 키우면서 깨닫게 되었기에 용서해 드릴 수가 있었다.
자식이 많다고 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미워카지노 쿠폰 자식이 있는 게 아니고 아들을 잘 키워서 집안을 안정적으로 일으켜 세워 편안하게 카지노 쿠폰 게 우선이셨기에 특히 아버지는 차남으로 희생양이셨기에 아버지의 인생을 되짚어 보면서 알 수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눈도 잘 안 보이고, 점점 눈물이 메말라 안구건조증으로 인공눈물을 넣어야 카지노 쿠폰 애처로움이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였다. 말을 하려다가도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아서 '음, 음..' 뜸을 들이면 기다려주지 않고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버려 저버리는 말들, 귀도 왕왕거리면서 잘 들리지 않아 "야야, 감이 멀어서 잘 안 들린다." 괜스레 전화기를 탓하며 똑같은 말을 여러 번 물어보는 우리 아버지. 보청기를 하셔야 될 것 같다고 조심스레 비추자 펄쩍 뛰시면서 아직은 쓸만하다면서 손사래를 치셨다. 말년의 말들이 서글퍼지기도 하고 더 자주 연락드리고 싶게 만드는 부모 자식 간의 정이 새록새록 나오게 카지노 쿠폰 부분이다.
산과 물은 서로를 범하지 않고,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 주며 제 갈 길을 가는데, 제 갈 길을 가면서 더불어 간다.
_태풍전망대에서
이미 김훈 작가님은 <자전거 여행이나 <라면을 끓이며, <개라는 에세이나 소설을 보면서 참으로 관찰력도 뛰어나시고 자신의 글에 대한 부끄러움을 여러 번 말씀하신다. 글을 쓸수록 고칠 부분이 많아지고 글을 쓰다 보면 글과 마음이 뒤섞여서 어수선하게 되기도 한다는 말이 공감되었다. 글을 써 본 카지노 쿠폰은 아마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태풍전망대에서도 경기도 연천의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산마루의 묘사가 나온다. 작가님이 자주 쓰는 무진강산(無盡江山)이라는 사자성어는 다른 책에서도 여러 번 쓰였다. 워낙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거나 등산을 좋아하고 요즘은 호수 공원을 매일 산책하시기에 자연에 대한 묘사 부분이 아름답고 세심하다. 물의 흐름을 예사롭게 보지 않으시고 산에서는 물의 흐름이 돌아서 흘러온다고 했다. 산을 직접 때리거나 깍지 않고, 산의 흐름을 가로막거나 건너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듯 산과 물은 서로를 범하지 않고 서로를 내어주기도 하고 제 갈 길을 열심히 하면서 함께 더불어 간다는 문장이 우리 인생의 인간관계와 닮아 있었다.
살아가면서 관계를 맺는 인연들이 어슴푸레 스쳐 지나가면서 떠올랐다. 서로의 목표를 위해 서로 마주하며 힘을 합치기도 하지만 서로의 갈 길이 다르기에 선을 넘지 않으며 존중해 주는 그 모습이 진정한 인간관계의 참 모습처럼 보였다.
오늘 우연히 송길영 작가의 영상을 보고 한 가지 말씀을 새기고 싶었다.앞으로의 시대는 '태(態)'의 시대가 온다면서 '태'란 자세에서 나오고, '자세'는 곧 '태도'라는 말이 카지노 쿠폰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가 아닐까 싶었다.현대사회는 갈수록 위·아래도 없어지고 있다는 요즘 특히 태도가 좋은 카지노 쿠폰이 앞으로 살아가는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꼭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 조사 ‘에’는문장의 논리적 기둥을 이루면서도문장 안에 자유의 공간을 유지한다.
한 음절뿐인 그 성음은 낮고 작아서잘 들리지 않지만,논리의 경직성을 풀어 주고글의 세상을 넓혀 준다.‘소나기에 들이 깨어났다’,‘바람에 꽃이 진다’,‘봄볕에 노인의 몸이 마른다’라고한국어로 쓸 때, ‘에’는 인과관계를카지노 쿠폰도 하지만, 논리와 정한을통합카지노 쿠폰 새로운 언어의 세계를 연다.
조사 ‘에’는 헐겁고느슨하고 자유로워서,한국어의 축복이다.
_조사 ‘에’를 읽는다
나도 글을 쓰면서 쓸데없는 조사인 '은,는, 이, 가, 을,에 …'따위의 한국어 조사는 한 음절로, 생김새는 허름하지만 쓰임새는 넓고 싶다. 조사는 단어와 단어 사이를 매개하고 단어의 지위에 따라서 단어를 부리게 된다. 다른 글쓰기 책에서도 조사를 빼고 쓰면 군더더기가 없어지면서 정돈되기도 하지만 조사가 없어서 전달이 잘 안되고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도 한다.
"조사에 공을 들이지 않으면 한국어 문장을 쓸 수 없고 한국어 문장을 읽을 수 없다."
글 쓰는 자의 몸에 조사들이 숨결처럼 붙어 있어야 하고, 동사의 힘이 문장 전체에 고루 뻗쳐 있어야 한다.
조사를 순수 한국어로 토씨라고도 한다. 한국어로 문구와 문구 사이를 한국어로 접속시켜 주는 연결 사이다. '토씨'라는 말로 쓰이는 조사는 부수적인 기능을 갖고 도움을 주는 위치다.
'에'라는 조사가 빚어내는 의미는 자유의 공간을 유지시켜주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흘러가게 만들어준다.
예시)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박목월)
구름과 달을 동시에 가게 한다. 구름이 가고 또 달이 가고 나그네가 가므로, 이 '에'는 누가 누구를 이끌고 가는지 밀고 가는지 구분할지 않고 함께 더불어 가게 한다.
글에서나 사진에서나 1인칭만으로는세상을 구성할 수가 없다.
‘나’가 물러서므로 3인칭은 겨우 드러난다. 1인칭과 3인칭 사이에 ‘너’가 있음으로써 인간은 복되다.
3인칭을 2인칭 ‘너’로 변화시켜서끌어당기는 몸과 마음의 작용을쑥스럽지만 ‘사랑’이라고 말해도 좋다.
잘 드러난 3인칭은 대상으로서의거리를 유지하면서도‘너’가 되어서 나에게도 다가온다.
_박경리, 신경림, 백낙청 그리고 강운구 중에서
사진작가인 강운구 선생님은 인물사진전인 <카지노 쿠폰의 그때를 회상하면서 인터뷰한 영상을 찾아보니 조금 더 이해가 쉬웠다. 현대 한국의 문학인과 화가 160명의 얼굴 사진이 고은 사진미술관에서 열렸다.
60년 동안의 사람들이 1971년 이후에 찍혀있었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설정카지노 쿠폰 일은 강운구 사진의 중요한 바탕을 이루었다.이 관계 설정은 태도나 시각의 문제이면서도 심리적 배경이 문제였다. 관계 설정은 사진의 본질에 깊숙이 작용하고 있었다.
사진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를 주어로 문장을 쓸 때는 정직하기가 어렵고, 또 반대로 정직을 내세워 뻔뻔스러워지지 않기가 어렵고, 수다 떨지 않기가 어려운데, '그'를 주어로 문장을 쓰면 '나'로부터 '그'로 건너가기가 어렵다고 했다.
글에서나 사진에서나 1인칭만으로는 세상을 구경할 수가 없었다. '나'가 물러서므로 3인칭은 겨우 드러나게 된다.
카지노 쿠폰은 지나가지만 카지노 쿠폰됨은 지나가지 않는다. 짓밟히고 억눌린 시대에도 카지노 쿠폰은 카지노 쿠폰다운 표정과 체취와 온도를 지니고 있었고 억압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래서 '카지노 쿠폰의 그때'를 '카지노 쿠폰의 지금'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p.264)
의견과 사실이 뒤섞여 있는 말은 알아카지노 쿠폰가 어렵습니다.여기에서 듣기의 헛갈림은 시작됩니다. 아마도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고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려는 충동은 인간의 언어의식 밑에 깔린 잠재 욕망일 것입니다. 이것이 카지노 쿠폰 어려움입니다. (…) 근거 없고 쓸데없는 헛소리를 한자로는 화譁라고 씁니다.온 세상에 말의 쓰레기들이 물 끓듯 들끓는 모습이 화비譁沸이고, 그런 세상의 이름은 화세譁世입니다.
_「카지노 쿠폰 어려움, 듣기의 괴로움」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김 훈 작가의 인생관이나 6·25전쟁을 겪어내신 경험 때문인지 지금 한국 사회가 당면한 언어의 타락과 혼란, 언어의 사나움과 사나운 언어의 무력함에 대해서 카지노 쿠폰는데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속 터지는 현 사회에 복장이 터지는 걸 참았다.
특히 인문학이 유행이고, 인문주의(인본주의)라고 카지노 쿠폰는 휴머니즘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존재론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재를 중요시하고 인간의 능력과 성품 그리고 인간의 현재적 소망과 행복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정신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말하기의 어려움, 듣기의 어려움은 있었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어떤 어조로 말해야 하는지, 말본새를 어찌해야 하는지 등등 고민해야 했다. 지금 한국 사회의 문명화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을 소통 불가능 한 언어의 창궐이다. 욕망과 당파성으로 무장한 입들이 모여서 진지를 구축하고 무기화된 언어로 발포를 해서 공유지를 폭격하고 있다.
여러 이익집단, 당파 집단, 욕망의 집단이 내지르는 비명, 고함, 욕지거리, 악다구니, 저주, 분노, 거짓말이 허공에 부딪쳐서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백색소음으로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p.290)
김훈 작가의 걱정스러운 말, 우리 아버지도 자주 내뱉으시는 우려를 허송세월의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자신들의 욕망만 채우려는 사람들 때문에 국민이 어지럽고 사회가 더 불안해지고 불편해지고 있다.
말을 할수록 인간 사이가 단절되고 소외가 심화되는 사태이고, 정치는 공허해지고 있다.
인간과 세계 사이의 직접성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훨씬 더 작고 단단하게 영글어야 한다고 작가가 카지노 쿠폰는데 앞으로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일상생활에서 사용카지노 쿠폰 사소한 언어로 표현되는 정의가 구현되는 세상을 함께 노력해 보면 좋겠다.
오랜 경험을 쌓고 살아온 세월이 있는 분들을 꼰대라고만 지칭해서는 안 되고 그들에게 배워야 할 태도나 근성을 본받으면 혼란스러운 지금 사태도 바로잡을 거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