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Jan 03. 2025

방학식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챙겨 온 물건은

올해는 1월 1일이 지나서야 방학식을 했다. 단축수업까지 하는 하루 수업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사일정이 그렇다 하니 1월 1일의 나태함을 떨쳐내고 아침 일찍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깨워 학교에 보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포근한 잠자리로 풍덩하니 바로 그곳이 천국이다. 더 자고 싶었지만 학교 간지 두 시간 만에 끝나는 방학식날이라 비니 하나 눌러쓰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 일 년 내내 지지고 볶고 싸운 엄마가 싫지도 않은 건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학교 정문 앞으로 자기를 데리러 나오라고 했다. 가끔 이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미안해진다.


1월인데도 맹추위는 어디로 간 건지 흡사 3월의 어느 날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비니 하나 눌러쓴 나와는 다르게 모직코트에 부츠나 또각구두를 신고 컬로 머리카락에 잔뜩 힘을 준 무리들이 삼삼오오 꽃다발을 들고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 나도 내년이면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친다. 나 졸업할 때는 친척들이 많이 왔는데 우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 졸업식에는 나와 신랑, 할머니 정도로 단출할 것 같다는 예상을 슬쩍하며 어느새 교문 앞에 다다른다. 벌써부터 교문 앞에 모여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다. 언제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나올까 하는데 어느 반인지 담임선생님의 인솔하에 한 무더기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우르르 나와 단체로 실내화를 갈아 신는다. 꼼지락거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하나하나가 귀엽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다.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며 잤으면 딱 좋을 시간에 일찌감치 등교해 방학식을 마친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을 보니 좀 더 자고 나온 내가 머쓱해지기도 한다. 그나저나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언제쯤 나올까 하며 두리번거리는데 정문이 아닌 옆문으로 빠져나와 나에게 다가오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보인다. 한눈에 봐도 퉁퉁해진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제법 한 덩치를 하는 6학년이 된 것이 틀림없다.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 하며 챙겨 온 물건들을 슬쩍 보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손에 들린 쇼핑백에 눈에 꽂힌다.

아니 이것들은 다 뭐야. 이거 쓰레기 아니니.

어. 맞아. 쓰레기. 내 자리에 있던 쓰레기 다 모아 온 거야.

버리고 와야지 왜 쓰레기를 모아서 가지고 나온 거야.

그 안에 내 물건들도 있어. 집에 가서 정리할 거야.

순간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구나.


두 달 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짧은 문자가 왔다.

어머니. 연락이 안 되시네요. 연락부탁드립니다.


처음 받아보는 담임선생님의 문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슨 일일까. 설마 나쁜 일은 아니겠지. 그런데도 나는 왜 자꾸 나쁜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인사를 하자마자 울려 퍼지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내가 생각했던 나쁜 생각 이상의 내용이었다.


수업시간에 떠들고 집중을 안 한다. 요즘따라 숙제를 잘 안 해온다. 인기가 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데 요즘 감정의 기복이 심해 주위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친다. 그리고 주변 정리를 안 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대신 쓰레기를 치워주고 있다. 혹시 요즘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 걸까요. 아님 집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안 그러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이렇게 변했다는 이야기가 통화 내내 계속되었다. 네네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었다. 이건 그냥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왜 이따위로 키웠냐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처음엔 어이가 없었고 다음엔 화가 났다. 선생님께는 그저 알려주셔서 고맙다는 이야기밖에 할 말이 없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봤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 스트레스를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풀어버린 것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앙금처럼 내려앉은 것일까. 온갖 자책이 밀려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의문점 하나는 이것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데. 나는 정리왕인데 단 한 번도 흐트러지거나 지저분하게 해 놓은 적이 없는데 그리고 내내 강조하는 이야기가 자기 물건 정리정돈인데. 선생님이 지적하신 내용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그저 나와는 다른 존재이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인정해야 하는 걸까.라는 결론에 다다르면서도 어느새 불같은 화가 일어나 다다다다 잔소리를 해버리기 일쑤다. 그래봐야 드라마틱하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해야 잘하게 할 수 있을지도 알지 못한다. 일단은 잔소리부터 그만하자고 결심한 지 두 달이 지난 어느 날이 오늘이다.


그런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학교에서 들고 온 물건이 쇼핑백에 가득 담긴 쓰레기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래 그 안에 뭐가 들어있나 좀 보자. 여름에 가져갔던 챙 넓은 모자가 하나나왔고 공작에 쓴다며 가져간 스파게티가 줄줄 나왔다. 뒤적거리니 각종 아크릴물감과 뒤섞여 몇 자루의 붓도 나온다. 이 모든 것을 눈에 안 보이게 휘감고 있는 건, 모두쓰레기다. 젤리 포장지도 보이고 휴지도 보이고... 각종 정체불명의 찢어진 종이들...


끝내 심한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제 물건이라고, 쓰레기까지 모두 챙겨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에게 잔소리는 들었겠지만 마지막 제 자리를 말끔하게 치우고 왔다 생각하자. 그리고 오늘을 기념하여 이런 글하나 써놓자 하는 생각이 불현듯 인다. 아침에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던 일인데 가만히 돌이켜보니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은 글감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도 올해의 목표대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싸우지 않고 잘 지냈다. 올해의 목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다시 친해지기이다. 사춘기의 폭풍 속으로 곧 들어갈 녀석을 어떻게든 예쁜 눈으로 바라보고 한 번 더 친해지자는 아주 엄청난 새해 목표를 세웠다. 과연 지켜질까. 다행히도 이틀 동안은 순항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