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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20. 2018

무료 카지노 게임 삶과 주관식 삶


6개월을 여행하듯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그런 삶을 꿈꾼다. 그런 삶을 만들 수 있도록 당신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싶다. 당신에게 위로를 주고, 당신에게 바람을 넣어주고 싶다.
-식스먼스오픈


내 안에 에너지를 채워야 하는 시기가 또 왔나 보다. 가게의 메뉴판을 봐도 다 나에게 위로하는 말처럼 들리니.

어렸을 땐 몰랐다. 나이 서른 하나가 되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할 줄은. 그래서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린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진로 고민에 엄청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어. 어차피 커서도 그 고민은 하게 될 거거든. 하하.”




이번 주 토요일이면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열린다. 시험이 다가오니 사람들이 다양한 질문을 했다. 어제 누군가 물었다.


“시험은 무료 카지노 게임인가요?”

“네. 시험은 무료 카지노 게임만 있어요. 모르면 찍으면 돼요.”


나의 대답에 질문을 한 사람의 표정이 밝아졌다.

무료 카지노 게임2017년 기출문제


‘하긴, 주관식보다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시험을 보는 사람 입장에선 덜 부담스럽긴 하지.’


무료 카지노 게임은 정해진 선택지 안에서 고르기만 하면 된다. 보기 안에 정답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푸는 사람도 보기 안에 정답이 있다고 믿는다. 답을 모를 때면, 내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정답을 고르면 된다. 무책임해 보일 수 있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안에선 안전하다.


치믈리에 자격시험처럼 내 인생이 객관식 같았으면 좋겠다. 보기 안에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나열되어있고 그 안에서 답을 찾고, 번호를 고르고 OMR카드에 옮긴 뒤 다 풀었다며 엎드려있을 수 있는 그런 삶이었으면 좋겠다. 뭐, 가끔씩 수정테이프로 답을 수정 한다한들 괜찮잖아.


하지만 보기 좋게도 나의 인생은 늘 무료 카지노 게임이었다. 아, 하늘의 장난이신가요, 제 주변의 몇몇은 부모님에 의해 무료 카지노 게임 같은 삶을 살기도 하던데 왜 저에겐 보기 따윈 없나요!!!

생각해보니 한번 있었다. 고3 때 수능시험이 끝난 뒤 아빠가 치기공과 돈 잘 번다고 슬며시 보기를 주셨었다. 그걸 덥석 물었다가 다니는 내내 후회했지만.


아무튼 나의 인생은 늘 주관식처럼 정해진 답은 없었고 혼자 고민하고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항상 오래 걸렸으며, 어려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서술해보시오.
( )

괄호를 보면 아득해진다. 어렵게 답을 써 내려가고, 그 답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신나게 살다 보면 또 어느 순간 시험을 볼 시간이 다가온다. 그러면 그 괄호 앞에서 난 또 어떤 정답을 써야 할지 고민한다. 내가 살면서 써 내려갔던 나의 답안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 만류, 불안감을 심어줬었다. 나의 답들은 늘 예측할 수 없고 불완전했으니까. 그럴 때면 청개구리 심보처럼 더 밀어붙인다.


지금의 나는 아주 안전한 삶을 살고 있다. 좋은 직장, 좋아하는 직업, 좋은 사람들. 생각해보면 현재의 내 주변에는 좋은 것들이 참 많다. 지난번 주관식에 써 내려갔던 나의 답이, 나를 행복하고 안전한 삶으로 이끌어준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또 질문지가 와있다는 것은 지난번 답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도 무료 카지노 게임이 아니라 주관식이라니.

다시 한번 답을 써 내려가 봐야겠다.


하지만 지난번 답에서 확실히 깨달은 것은 있다.

안전한 곳엔 재미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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