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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pr 15. 2025

남편과 아이는 내 카지노 쿠폰

아이를 재우려고 침대에 같이 누워 있던 며칠 전 밤이었다. 수지는 자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 날은 택배 기사님과 오토바이 배달 기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오토바이 아저씨는 왜 오토바이로 배달해?"

"엄마, 택배 아저씨는 왜 오토바이로 안 해?"


두 분 다 뭔가 배송해주는 건 비슷한데 뭐가 어떻게 다른 건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는 수지에게 간단히 말해줬다.


오토바이 배달 기사님은 음식을 갖다 주시는데 오토바이로 빨리 전해주고, 택배 기사님은 택배를 배송해 주는데 물건이 많아서 큰 차로 오신다고. 그래도 우리에게 필요한 걸 갖다 주는 건 같다고.


이렇게 이야기하니 수지가 알았다는 듯이 "아~"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럼 택배 아저씨랑 오토바이 아저씨랑 카지노 쿠폰야?"


아이의 귀여운 이 말에 웃음이 터졌다.

'카지노 쿠폰' 란 말 자체가 너무 귀엽기도 했고 그 말을 오랜만에 들어 반갑기도 했다.


"하하~ 응. 택배 아저씨랑 오토바이 아저씨랑 카지노 쿠폰인가봐."


유치원을 다니면서 '카지노 쿠폰'의 개념을 알게 된 수지가 택배기사님과 배달 기사님을 카지노 쿠폰로 칭했다. 두분 다 비슷한 일을 하는 게 카지노 쿠폰처럼 친하고, 가까워 보였나 보다.


그리고 나는 수지에게 수지는 카지노 쿠폰가 누구냐고 물어봤다. 수지는 친한 친구 한명의 이름을 말했다.


유치원 같은 반에 많은 친구가 있지만 그 친구 모두를 짝지라고 하지 않는다. 그 많은 친구들 중에서도 같이 놀면 제일 재밌고, 가장 자주 노는 친구 단 한명을 콕 찍어 말한다. 이런걸 보면 짝지의 개념을 아이가 안다는 게 신기하다.


그리고 문득 수지가 엄마 카지노 쿠폰는 누구라고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수지야, 그럼 엄마 카지노 쿠폰는 누굴까?"


수지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


이 말을 듣는데 수지의 눈에 엄마랑 아빠가 짝지처럼 보인다는 게 좋았다. 나도 이렇게 물으면서 내 짝지는 남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지도 이렇게 생각한다는 게 기분 좋았다.


나는 "맞아!"라고 크게 대답했다.


그런데 수지가 곧바로 답을 바꿨다.

"아! 아빠랑 수지!"


엄마 카지노 쿠폰를 아빠라고 말하자마자 자기도 엄마 카지노 쿠폰란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아빠'에서 '아빠랑 수지'로 정정했다.


이런 수지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다.

"맞아 맞아, 엄마 카지노 쿠폰는 아빠랑 수지야!"


이 날 저녁 우리는 침대에 누워서 카지노 쿠폰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나에겐 너무나 든든하고 사랑스러운 짝지가 둘이나 있다. 남편과 수지. 이 짝지들이 내 곁에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나의 인생길에 남편과 수지가 내 옆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인생을 산다. 부모 자식 간이라 해도, 부부라고 해도, 아무리 가까운 관계여도 이 모두는 각자다. 내가 아이 인생을 대신 살 수 없고, 부모 인생을 대신 살 수도 없다.


모두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렇다고 혼자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각자의 길을 가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가면 쓰러지거나 지칠 수도 있는데 내 옆에서 나를 응원해 주며 믿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힘을 내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그 힘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이렇게 나를 믿어주고 내편인 사람들이 '나의 카지노 쿠폰' 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줄 거란 확신이 드는 사람들,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거란 믿음이 드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내 카지노 쿠폰' 다.


이 카지노 쿠폰들 덕분에 마음이 허기지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는 것 같다. 늘 마음에 따스한 온기가 있고 든든한 느낌이 든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인 남편과 아이가 내 짝지라는 게 새삼 무척 고맙고 행복하게 느껴졌던 따뜻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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