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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Feb 21. 2025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문학동네(원제: The Storied Life Of A.J.Fik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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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건이 있고 인물이 그 사건 속에서 고뇌하는 이야기들, 사건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때로 뛰어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들, 노력하고 노력하다 추락하거나, 더욱 절망하거나 혹은 깨달음을 손에 쥐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부터 단편에 매료되었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약해서 긴 호흡의 장편보다는 단편이 쉽고 편했던 탓도 컸지만 뒤에 남겨지는 어마어마한 여운에 사로잡혀 오래도록 뒷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어서였다. 나처럼 단편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독서모임을 하면서 알았다.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고 애매하다, 이야기가 이제 시작될 거 같은데 이미 끝이났다, 등의 이유로 단편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긴 200자 원고지 100매 안팎의 분량으로 어떻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 담을 수가 있을까. 아들만 넷을 둔내 큰어머니는 아들 4형제 키운 얘기를 풀려면 '대하장편소설로도 부족할거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가 된 지금은 안다. 겨우둘을 키우는데도 속터지는 스토리가 이렇게 줄을 서는데, 그 옛날 넷을 키우던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10부작 정도로는 어림없을거라는걸.


긴 호흡으로 보면야 인간의 삶이 장편이지만 기억하는 순간들은 적당히 구간이 나눠져있다. 초등학교때 일이라거나, 재수생 시절, 임신기간동안 태교의 기억, 해외여행의 추억 같이한 때느끼던 감정과 특정 시기에 겪었던 사건과 한 시절 만나는 사람들로 삶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보면 우리의 삶은 단편 단편들이 모여있는 단편집같지 않은가. 에이제이의 저 대사처럼 말이다.섬에 있는 유일한 서점주인이고 카지노 가입 쿠폰소설을 좋아하는 남자에이제이가 그의 마야에게 전해주고싶어했던 마음.


-수록된 작품 하나하나가 완벽한 카지노 가입 쿠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도는 만큼 읽었다. 성공작이 있으면 실패작도 있다. 운이 좋으면 뛰어난 작품도 하나쯤 있겠지. 결국 사람들은 뛰어난 것들만 겨우 기억할 뿐이고, 기억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p 301~302)


사실 나는 오래도록 스스로가 분절되어있다고 느꼈다. 마치 토막낸 생선이나 하나씩 잘라낸 케이크처럼 연결되어있지않고 각 시기별로 단절되어 있다고. 실제로 나는 주기별로 만나던 사람들과 다 인연이 끊어졌다. 학창시절 친구도 없고 성인이 된 이후 깊이 알게 된 사람도 없다. 평생 갈 친구라도 믿었던 이에게서 손절당한 경험만 있다. 내가 부족해서 사람들에게 잊혀졌고, 내가 가진 것이 초라해서 오래 갈 인연을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내 성격이 안 좋아서, 내 외모가 뛰어나지 않아서, 내 성적이 초라해서, 기타 등등.


지나간 시절들이 부끄러웠고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나와 달리 꾸준히 동창모임에 나가는 사람, 아이 유치원때 친구 엄마와 연락하는 사람, 남편 친구들과 부부동반 모임을 하는 사람, 이전 직장 사람들과 종종 연락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러니까 나는 장편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섬에 있는 서점]속에서 에이제이를, 아일랜드 서점을, 앨리스 섬 사람들을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그 시간들이 전부다 엉망인 것은 아니었지. 한 때는 괜찮았던 때도 있었고, 그보다는 조금 나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엉망인 시절도 있었지. 나라는 단편집에서 찢어내고 싶은 시절도 있고, 맨 앞에 두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은 빛나는 시기도 분명있다. 어떻게 모든 순간이 따 탁월할 수 있겠어?이렇게 생각하니 지나간 내 과거를 조금은 편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장편소설은 아니야.

우리는 딱 카지노 가입 쿠폰소설은 아니야.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이전 삶과 이전 삶들을 보내고 간신히 지금 삶을 살고 있는 내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지.


태어나고 말을 배우고 학교를 다니고 사랑과 실패를 겪고 사회를 알고 부모가 되고 늙어가고, 그 모든 과정들은 하나인 것 같지만 나뉘어져 있고, 그 구간들이 모여서 하나의 책이 된다면 그건 카지노 가입 쿠폰소설집이 된다. 거대한 장편소설의 삶을 살지 못해도, 비록 조각난 삶이라도, 충실히 살면 한 시기가 빛나는 단편을 쓰고 그것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든다면 꽤 뿌듯할거 같다.





ps - 기억해두려고 추가하는 글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삶의 어딘가에 금이 가고 있는데 인물들은 그것을 모른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나서야 그들은 파열을 깨닫는다. 카지노 가입 쿠폰소설이란 이런 것이다.'(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라고 했다. 단편은 깨달음의 순간에서 멈추지만 장편은 되돌릴 수 없는 진실에 자신의 삶을 합치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실존적 단절이 시도하기도 한다,(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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