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에 티를 찾아라
막내는 사랑이야
몇 시일까요?으응? 이상하다.
대체 몇 시야?
아차차차 이 녀석들이 또!
얼마 전 둘째 무료 카지노 게임가 그저 지나갔을 뿐인데 바람이 불었는지, 옷이 스쳤는지 시계가 떨어져서 깨졌단다. 높이 걸려있던 시계가 갑자기? 키 130cm인 네가 그저 지나갔을 뿐인데 시계가 그냥 떨어졌다고? 못이 빠진 건가?
다칠 수 있으니 그 방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당부해 놓고 집에 가서 보니 유리가 조각조각 파편으로, 심지어 멀리 이불까지 튀어있다. 대관절 무슨 일이냐.
손가락 유리에 찔려가며 고무장갑, 청소기, 걸레, 물티슈 총 동원하고 혹시 모를 유리 파편에 대비해 이불 빨래까지 하는 등 한바탕 청소한 후 한시름 놓고 나서 시계가 걸려있던 자리를 보니 못이 튼튼하게 그대로 박혀있다. 왜 시계가 갑자기 떨어졌을까?
의심병이 발동한다. 범죄 현장을 샅샅이 뒤져보는 형사의 눈으로 스윽 훑어보니 아니다 다를까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야구공이 사고현장 끄트머리에 덩그마니 놓여있다. 완전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나이. 안 다쳤으면 다행이지. 휴. 사내 녀석들이란.
나무 시계는 이 사건 이후로 새로 산 시계였다. 혹시나 싶어 유리가 아닌 소재로 골랐다. 깨질 일은 없겠지, 했는데 난데없이 이게 무슨 일인가? 뭔가 이상하다. 틀린 그림 찾기도 아니고, 옥에 티도 아니고 뭐냐! 범인 검거를 위해 세 녀석을 불러들였다. 그다지 오래 걸리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표정에서 범인은 금세 검거된다. 막내의 배시시 웃는 얼굴 + 약간의 눈물 어린 얼굴은 '내가 범인'이라는 단서를 담고 있었다. 막내가 던진 얌체공에 분침이 떨어진 것.
"집에서 공놀이하면 층간소음도 있고 위험해. 다시는 안돼" 다짐을 받는데 막내가 수줍음과 긴장을 함께 섞어놓은 묘한 표정을 짓다가는 내게 풀썩 안긴다. 울고 있다. 나도 모르게 눈매가 순해지고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입술을 꾹 다물고 웃음을 감추려 애쓴다. 막내에겐 마성의 매력이 있다.
막내는 방학 중에도 학교에 간다. 머리가 제법 큰 첫째, 둘째는 돌봄을 애진작 졸업했다. 떠밀어도 절대 안 가는,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나이. 늦잠 자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빼앗길 수 없기 때문. 물론 아침 일찍 아이들 깨워서 밥 먹이고 옷 챙기고 학교 보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말도 안 되는 협상의 기술로 너희들은 집에 고이 모셔두는 것으로. 하지만 막내까지 놀자판으로 흑화하게 둘 순 없다.
우선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의사는 물어봐야 하니
"방학 동안에 돌봄이 있대. 공부하는 거 절대 아니고 친구들이랑 노는 거야. 신청할까?
"그래요?"
"그럴까?"
옳거니~ 걸려들었구나. 어렵지 않게 돌봄의 세상으로 들어온 막내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나와 함께 나선다.
"넌 학교 가서 좋겠다. 친구들도 만나서 놀 수 있고. 어제는 뭐 했어?"
"클레이 했어요!"
"와! 클레이라니! 집에 있던 것은 다 굳었던데? 정말 좋았겠다"
내 반응에 무료 카지노 게임 얼굴에 자신감이 뿜뿜 새어 나온다.
"오늘은 뭐 한대?"
"줄넘기한대요"
"줄넘기를 한다고? 부럽다아아! 엄마도 줄넘기하고 싶은데, 엄마는 사무실에서 줄넘기 못하는데 우리 막냉이는 진짜 진짜 좋겠다"
이 정도면 내 마음에도 살짝 찔리는 가스라이팅인데 막내아이는 그대로 흡수한다. 행복이 충만한 얼굴로 집을 나선다. 아이의 마음이 다른 데로 새지 못하도록 단단히 붙잡아두는 것도 워킹맘의 역할.
"엄마는 쉬는 시간 없어요?"
"엄마는 쉬는 시간 없지. 막냉이는 쉬는 시간까지 있구나. 대단한데? "
한술 더 떠 쉬는 시간도 있다고 자랑하며 종알종알 산새처럼 재잘댄다. 추운 날 일찍 따라나서는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한파주의보라서 오늘만 형들이랑 집에서 놀게 할까? 마음이 살짝 흔들리기도 했지만 어차피 3, 4학년 되면 돌봄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려고 할걸. 1, 2학년때만이라도 돌봄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의 손을 잡고 나선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형들보다 엄마가 데려다주는 것을 더 좋아해서 아침 일찍 따라나서는 편이다.
너도 엄마 충전 시간이 필요한 거지?
나도 네 충전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야.
아침 아홉 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나는, 늦어도 무료 카지노 게임를 8시 30분에는 학교 앞에 내려줘야 한다. 문제는 너무 일찍 가면 아무도 없다는 것. 선생님께서는 안전상 아무리 빨라도 8시 40분까지 보내라고 했는데, 40분에 데려다주면 나는 지각이다. 어쩔 수 없이 양해를 구해야만 했다. 오늘따라 학교에 도착하니 25분. 하, 너무 이르다.
"너무 일찍 데려다줘서 미안. 근데 엄마는 9시까지 출근해야 하고 지금 안 데려다주면 엄마도 엄마네 선생님한테 혼나. (무료 카지노 게임가 이해하기 쉽게 상사를 선생님이라고 표현함) 오늘 일찍 와서 아무도 없을 수도 있어. 문 앞에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으면 친구들도 오고 선생님도 곧 오실 거야. 저번에는 친구들이 있었어? "
"아니요. 1등 했어요"
"으응? 아... 1등 했구나? 대단한데? 평소에 혼자 있으면 어떻게 해?"
"교실 불 켜고 들어가면 돼요"
"그러고나서는?"
"자리에 앉아있으면 친구들이 와요"
교실 불을 네가 켜야 하는구나. 유독 세 아이 중 겁이 많아 화장실 갈 때도 엄마 부르는 네가, 후다다닥 뛰어서 다녀오는 네가, 그 정도 어둡지는 않았겠지만 교실 불을 직접 켜고 텅 빈 교실에 1등으로 들어가서 혼자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괜스레 마음이 짠하다. 막내라서 어리광도 많지만 반대로 조금 더 빠르고 쉽게 적응하는 것들이 있다. 고마운 일이다.
세 아들맘이 된 사연
두 아들을 연달아 낳게 된 우리는 셋째를 계획할 수가 없었다. 셋 낳는 게 남편과 나의 가족계획에는 있었지만 아들 둘이 연이어 태어나고 나니"아들, 아들 또 아들"이라는 불편한 시나리오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2호까지는 난임병원 다니며 힘들게 가졌던 터라 3호가 무료 카지노 게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 날 농담처럼 우리에게 무료 카지노 게임왔다. 마침 복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일생일대의 변수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렇게 만난 너는 1,2호와 달랐다. 자그맣게 태어난 다른 형제들과 달리 4kg으로 태어나 출산도 힘들었을 뿐 아니라 자기도 세상에 나오기 힘들었는지 푸르뎅뎅 얼굴이 온통 멍든 채로 태어났다. 눈핏줄도 터지고 쇄골뼈도 골절되어 나왔는데 정말 누가 봐도 예쁘지 않은 떡두꺼비상이었다. 게다가 엉덩이 발진도 심해서 기저귀 열어놓고 호호 불어줘야 하는, 조리원에서의 너는진짜 손이 많이 가는 새우깡 애물단지였다.
그런데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자랄수록 막내 유전자를 장착하고 태어났는지 그 누구보다 해맑게 자라났다. 머리 위에 꽃밭이 앉은 듯한 너의 말투와 표정을 보고 있으면(사심을 살짝 섞자면)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아이,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날 게 분명했다.
형들이 다 거쳐간 트니트니, 오감, 마사지, 과학교실 등 문화센터 한번 가본 적도 없이, 주인공이 되어본 적이 없이, 형아들 옷, 신발, 책 물려받아도 그저 '이거 형아가 쓰던 거예요?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 긍정의 아이콘. 이렇게 우리 막내는'쉬운 남자'로 잘 자라주고 있다.
어느 날은 그런 네가 안쓰러웠는지 외할머니께서 새 신발을 선물해 주셨다. 처음 새 신발을 선물 받았을 때의 아이의 반응은 짠할 정도로 폭발적이다. 하루종일 집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고, 신발 신고 잘 뿐만 아니라 그림까지 그렸다. 선물할 맛 나는 아이. 아이의 행복은 소소한 데서 시작됐다.
밑바닥 물결 수 세는 방법은 숫자 쓰기
색칠까지 하는 너내 바람은 그저 푼수 없고 눈치 없는 아이로는 자라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그래도 막내끼가 오래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널 만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니?
혼나고 울고 나서는 바로 내 무릎에 앉아 책 읽어달라고 하는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면 그저 좋은 무료 카지노 게임내가 언제 이런 사랑을 받아볼 수 있을까? 내가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우리에게 주는 네가 참 고맙고 예쁘다. 엄마, 아빠는 네 꾸밈없는 웃음을 오래오래 보고 싶고,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어느 부모든 같은 마음일 테지만
오늘 아침, 무료 카지노 게임는 내게 묻는다.
"엄마 저도 하루 정도는 형아들처럼 학교 안 가고 쉴 수 있나요?"
아, 너도 학교 가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구나.
"그러자. 엄마가 하루 잡아볼게"
신나서 뛰어가는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오늘 너의 순간순간이 바람 없는 맑은 날의 호수처럼 안온하기를 기도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