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팡 글·그림 / 김지은 옮김 / 56쪽 / 17,500원 / 위즈덤하우스
검은색 표지에 결연한 표정으로 우주선과 함께 우주를 부유하는 세 명의 외계인이 보인다. “우리는 진짜 진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듯 제목이 이들의 몸을 가로지른다. 『우리는 진짜 진짜 사람입니다』는 표지만 보면 마치 SF 장르가 떠오르지만 아묻따(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않는) ‘친절함’으로 모든 것에 대한 포용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모두가 자는 한밤중, ‘쾅’ 하고 부딪히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깬 리 아저씨의 눈앞에 자신들을 “우리는 진짜 진짜 사람입니다”라고 소개하는 세 명의 낯선 이들이 서있다. 자신을 ‘진짜 진짜’라는 수식어로 강조하며 소개하는 모습이 어딘가 수상쩍다. 아주 커다란 눈에, 피부는 아주 파랗고, 요상한 형광 분홍색의 옷을 입고 있는 이들은 누가 보아도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지 ‘진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양쪽 화면 가득, 줌인된 서로를 한참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에 복잡한 심리가 뒤엉켜 묘한 정적을 만들어낸다. 의심의 눈초리는 뒤로한 채, 아저씨는 그들이 말하는 고장 난 ‘차’를 당장 고칠 수 있도록 돕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다음 날 필요한 부품을 함께 사러 가자며, 낯선 이들에게 하룻밤 머물 곳으로 자신의 집을 내어준다.
점입가경. 집에서 벌이는 진짜 사람들의 행동이 가관이다. 소파에 머리를 거꾸로 박고 잠을 청하고, 식사 자리에서 우유를 머리에 붓고 시리얼 상자를 머리에 뒤집어쓴다. 우스꽝스럽고 황당하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묘한 세 명의 이방인을 맞닥뜨린 리 아주머니도, 아저씨가 데려간 상점에서 만난 마을 사람들도 모두가 그들의 다름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을 돕는 데 힘을 모은다.우주선(차)을 고치고 음식을 나누고 음악으로 흥을 돋우며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카지노 게임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한다.
드디어 우주선 수리가 완성되고 외계인들은 다시 떠난다. 그런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하염없이 손을 흔드는 온 마을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노란빛이 인다. 친절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온기일 터. 그리고 자신들이 지구에서 받은 친절을 기억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
카지노 게임한 행동은 거창한 게 아니다. 느릿느릿 건널목을 건너는 어르신과 함께 걸어주거나,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는 작은 행동으로도 충분하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작은 카지노 게임들이 모여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내가 베푼 카지노 게임이 우주인에게까지 전해지고 그 카지노 게임이 지구인들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카지노 게임의 힘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커서 시공간을 뛰어넘을 만하다고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채송아_그림책테라피스트, 그림책 연구가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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