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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지노 게임 Mar 14. 2025

치유소설. 카지노 게임의 거울가게 (21)

제21 화.‘좋다’의 감정은 ‘좋다’

불독할매의 리즈갱신은 계속된다.

오늘 거울가게 건물 3층에서는 유난히 큰 노랫가락이 창을 넘어 상가골목에 울려퍼지고 있다.불독할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되는대로 따라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음정, 박자, 가사는 비록 종적을 감췄지만 ‘흥’만큼은 3층 건물을 들었다 놨다 한다. 불독할매 기분이 이만큼 하늘을 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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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불독할매는 그날도 1층 카지노 게임의 가게 앞을 기웃거리고 있었다.괜히 상가 계단을 쓱쓱 빗자루질을 하기도 하고, 골목 어귀에 있는 슈퍼에 두어 번 자잘한 물건을 사러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상가 앞 골목길에 놓여있는 화분의 마른 잎사귀들을 버리기도 하고.물론 그 와중에 불독할매의 레이더는 늘 카지노 게임의 거울가게 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던가!

바로 그때,멋진 재우님이 바바리 자락을 휘날리며 골목어귀에 등장해서는 참으로 멋지게 옷깃을 여미며 카지노 게임의 가게로 들어가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뛰어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나름 요즘 ‘우아함’을 훈련 중인 불독할매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딱 10분’만 기다렸다가 여유 있는 모습으로 모른 채 들어가서는, 마음속으로 연습한 대로 ‘어머, 안녕하세요. 와 계신지 몰랐네요.’라고 우아하게(!) 말을 건넬 작정이었다.이리도 10분이 길고 길었던가. 불독할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손목시계를 연신 들여다보았다.


7분, 8분, 9분, 드디어 지금이야!


불독할매는 걸음걸이부터 나름 우아하게 사뿐사뿐(실제로는 살짝 뒤뚱거리며 춤을 추는 몸짓에 가깝기는 하지만) 내딛으며 카지노 게임의 거울가게 문을 살며시 열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멋쟁이 재우님과 우아한 카지노 게임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앞에 두고 초록 벨벳소파에 마주 앉아 있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불독할매의 눈에도 너무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순간 불독할매는 잘 어울리는 둘의 모습에 전의를 상실할 뻔했다. 그러나 그렇게 나약한 불독할매가 아니었기에 정신을 퍼뜩 차리고 준비한 멘트를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읊기 시작했다.


“어머, 안녕하세요. 와 계신지 몰랐네요.”

불독할매는 준비한 멘트를 막힘없이 해 낸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재우님이 활동하는 사진작가 동호회에서 하는 사진 전시회 초대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운 좋게도 마침 그 순간에 재우님이 사진전시회 티켓을 탁자에 꺼내놓은 순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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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친절한 카지노 게임와 젠틀맨 재우님은 당연히 불독할매에게도 ‘관심 있으시면 오시라’, ‘시간 되시면 같이 가보자’고 한 번 권했고(사실, 정말 딱 한 번 권했을 뿐이다) 불독할매는 ‘사진 관심 무지 많으며’, ‘뽀득사장님과 꼭 같이 가보겠다’며 정말 딱 한번 권했을 뿐인 절호의 기회를 냉큼 잡은 것이었다.




그렇게 되어서 바로 오늘 아침부터 상가골목에는 흥에 겨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오늘 불독할매는 꽤 근사 해 보인다. 며칠 째 밤마다 붙인 팩 덕분인지 얼굴에 윤기가 싹 도는 것이 혈색도 좋아 보이고 평소보다 젊어 보인다.

앙고라가 섞인 퍼플 모직 카디건에 같은 색 벨벳 모자까지 쓰고는 거울 앞에 서보니 불독할매가 보기에도 ‘이게 누구다냐’ 싶었다.그러고 보니 평소 카지노 게임가 즐겨 입는 스타일과 뭔가 모르게 상당히 닮은 꼴이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불독할매는 혼자 중얼거렸다.


“나 따라한 거 아니여. 암만!”



“뽀득사장님, 슬슬 출발해야지.”

불독할매는 영 모자가 어색한지 모자를 만지작 거리며 카지노 게임의 거울가게 문을 열었다.


“어머!”
“뭐여!”


카지노 게임와 불독할매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고는 순간 두 눈이 동그래졌다.카지노 게임와 불독할매의 오늘의 의상이 마치 듀엣가수마냥 상당히 비슷해버린 것이다.카지노 게임도 앙고라 섞인 연카키색 모직 카디건에 벨벳모자를 쓴 것이었다. 사실 카지노 게임는 평소에 즐겨 입는 스타일이라 특별히 다르게 멋을 낸 것은 아니었다.


“맹사장님, 오늘따라 뭐랄까, 음, 더 멋지시네요.”

어색함을 털어내려는 듯 카지노 게임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


“아니, 요즘에는 이런 게 유행이라고 하더라고. 유행 좀 따라 해 봤어유.”

은방울 자매 같으면 어떻고, 토끼 자매 같으면 어떠랴. 카지노 게임와 불독할매는 그렇게 마치 엄청 사이가 좋은 친구마냥 재우님의 사진 전시회가 열리는 미술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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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리고 나무’를 주제로 한 전시회였다.


재우의 작품 중에는 호주에 있을 때의 사진들도 여러 장 있었다. 아름드리나무의 장대함과 색감은 상당히 이국적이면서도 신비로웠다. 그리고 호수공원의 익숙하고도 따뜻한 나무 작품들도 많았다. 가을을 유난히 사랑하는 카지노 게임는 지난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져서 한참이고 작품들을 감상했다. 작품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을 나무들이 뿜어내는 짙고 깊은 가을 내음이 느껴졌다.


한편, 불독할매는 상황이 좀 달랐다.

겉으로는 옷까지 비슷하게 입었겠다, 카지노 게임의 우아한 걸음걸이며 말씨 그리고 작품을 감상하는 우아한 모습까지 따라 해 보려 애를 쓰기는 했지만 생전 이런 전시회는 처음인 데다가 잘 신지도 않은 구두까지 신고 걸어온 터라 발바닥도 욱신거리고 슬슬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그 나무가 그 나무’인 사진들을 계속 입 꾹 다물고 보는 것이 여간 지루하고 답답할 노릇이었다.


동호회 간부를 맡고 있는 재우님은 이리저리 전시회를 주최하느라 말동무를 해 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 와중에도 젠틀맨 재우님은 미소를 보내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여 주기도 하면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기에 불독할매는 더더욱 애써서 ‘무지 감상을 잘하는 척’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불독할매는 부어오른 발바닥을 꾹꾹 주무르며 연신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역시 애쓴 보람이 있었다. 전시회를 주최하느라 카지노 게임와 불독할매를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재우님이 며칠 뒤에 점심을 사겠다고 한 것이었다.



자세히 그 상황을 살펴보자면, 재우님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온통 담겨있는 얼굴표정으로 카지노 게임를 주로 바라보며 ‘점심 약속’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귀여운 행동파 불독할매가 먼저 ‘네 좋아요. 기대할게요.’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답을 한 것이었다. 친절한 카지노 게임도, 젠틀한 재우님도 같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불독할매는 푹신하게 깔려있는 이불 위에 벌렁 누우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내가 이 나이에 뭐 창피할 게 있남. 이리 재고 저리 재다 쫑 난다니께. 까짓 거 좋으면 좋은 거지. 암만.”


좋으면 좋은 거다. 이 얼마나 명쾌하고 유쾌한 정의인가.


카지노 게임는 불독할매가 싫지 않다. 불독할매의 솔직함과 씩씩함 그리고 단순함이 귀엽기조차 했다.그리고 씩씩해 보이지만 한편에 외로움이 오래도록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느껴져서 불독할매의 적극적인 태도를 따뜻하게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한편으로는불독할매의 성격 탓에'불독할매의재우님에대한마음'이너무 티가 나버린것이다.그 점에서는카지노 게임의마음이살짝복잡하기는 하지만, 오늘카지노 게임도 재우님도 불독할매도 행복해 보였다. 카지노 게임는그냥 오늘의 행복에만 마음을 쏟기로 작정한다. 그리고 재우님의 감정도 불독할매의 감정도 또 카지노 게임의 감정도 모두 귀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기에 뭐라 마음을 정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마음이 살짝 복잡해지려 하는데, 발밑에서 귀여운 아가가 엉덩이를 카지노 게임의 발등에 비비며 아는 체를 해 달란다. 카지노 게임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아가의 토실한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 주었다.


“아가야, 좋아한다는 것은 좋은 거지?”

‘제가 할머니가 데워주신 우유를 좋아하는 거, 막 쪄낸 고구마를 좋아하는 거를 상상해 보자면요. 당연히 최고지요. 좋아한다는 거, 막 코가 이렇게 벌름벌름 해지고 발끝으로 톡톡 걷게 되고 꼬리가 이렇게 마구마구 돌아가는 거요.’


아가는 정말로 분홍코를 벌름벌름, 발끝을 톡톡, 꼬리를 빙글빙글 돌리는 것이었다. 카지노 게임는 웃으며 얼른 따끈한 우유와 레인지에 돌린 고구마를 대령해 주었다.

“그래, 그렇구나. 아가야. 이렇게 좋은 거구나. 아가 지금 엄청 행복해 보인다.”

‘냠냠, 할머니 맞아요. 저 지금 아주 행복해요. 좋아하는 거는 행복한 건가 봐요.’

아가는 입가에 하얀 우유를 동그랗게 묻히고는 ‘꾸이잉’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그래, 좋다의 감정은 참 좋은 것. 그러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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