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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Mar 28. 2025

치유소설. 뽀득여사의 거울가게 (23)

제23화. 로맨스도 좋지만 또 아니면 어때

"왜 이렇게 지지부진 한거여!"

카지노 게임 추천는 누룽지를 꼭꼭 씹으며 혼잣말을 했다. 오도독 오도독 입안에서 야무지게 침샘을 자극하며 물러지는 누룽지의 구수한 맛. 카지노 게임 추천는 또 큼지막한 누룽지 조각을 입에 넣으며 되내었다.


"지지부진해."

이 단어는 사실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는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기에 능숙한 불독할매로서 요사이 불독할매의 최대 관심사인 로맨스가 그야말로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이다.

사실 누가 봐도 짝사랑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겠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는 자존심 상해서 그렇게 이름 붙이기는 싫은 거다.


오도독 오도독. 누룽지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입속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침샘을 폭발시켰다.

오도독 오도독. 누룽지는 단지 침샘만을 폭발시킨 것이 아닌 듯하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두툼한 손바닥을 야무지게 탁탁 마주치며 누룽지 가루는 물론이고 ‘지지부진’이라는 단어도 탈탈 털어내었다. 그리고는 카지노 게임 추천 답게 ‘정면돌파’라는 듣기에도 위풍당당한 단어를 떡하니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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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정면돌파!"

그렇다면 어떻게? 오도독 오도독 오도도도독. 카지노 게임 추천는 다시 누룽지를 한 움큼 입안에 털어 넣고는 옹골차게 누룽지를 씹으며 묘책을 궁리하느라 오전 나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끄어억.

시원한 트림과 함께 카지노 게임 추천의 얼굴에는 비장한 의지와 함께, 믿고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만면에 미소가 퍼졌다.




"자, 그렇다면 행동개시!"

카지노 게임 추천는 돋보기를 쓰고는 서랍을 뒤적여 지난번 재우님의 사진전시회의 팸플릿을 찾아냈다. 그 팸플릿 맨 뒷장에 전시회참가회원들의 전화번호와 메일주소가 있었던 것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아들이 핸드폰문자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몇 번이나 시도했으나 번번이 ‘아이고, 치워라. 머리 아프다. 목소리 듣고 통화하면 되지!’하면서 손사래를 쳤던 것이 후회막급이었다.


이럴 때 ‘커피 한잔 하실까요?’하고 우아하게 문자를 날리면 오죽이나 폼 났을까 싶다. 후회는 개나 주라지. 카지노 게임 추천는 돋보기를 고쳐 쓰고는 010부터 꾹꾹 힘주어 눌렀다. 그리고는 큰 숨을 한번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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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모르겠다. 정면돌파다. 정면돌파.'

이윽고.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아, 안녕하세요. 저예요.”

“실례지만, 누구시지요?”

아차차. 긴장한 카지노 게임 추천는 다짜고짜 ‘저예요’ 한 것이다.


“아, 저기 그 뭣이냐. 뽀득사장님네 건물 3층에. 그러니께 저번에 같이 ….”

“아아! 네 맹여사님이시군요. 못 알아차려서 죄송합니다. 제 연락처는 어떻게…”

재우님도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아 저기 저 사진전시회 안내장에 연락처가 있길래요.”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저기 그 뭣이냐, 저번에 전시회도 보여주시고 맛있는 밥도 사주시고 해서 보답으로다가 그니께, 저도 대접을 해야겠다 싶어서… 요.”

핸드폰을 쥐고 있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손아귀에 땀이 찼다.


“별말씀을요. 시간 내서 와 주신 게 감사한 일이지요. 또 지영님 친구분이시니까. ”

역시 젠틀맨 재우님는 깎듯이 인사말을 잊지 않는다.

‘지영님?’ 순간 카지노 게임 추천는 머릿속으로 ‘지영님’이라는 이름에 잠시 뜸을 들여야 했다. 질투라는 감정이 불쑥 올라오는 순간이었다.


“아니 그래도. 제 성격이 받고만 있지는 않아서요. 그 뭣이냐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아니 그게 아니고 아무튼 저도 좋은 자리 마련하고 싶어서요.”

“하하하. 그러실 것까지는 없으신대요. 이거 참.”

재우님의 목소리에 당황스러움이 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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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기왕 이렇게 된 거. 정면돌파. 밀어붙이자.

“아니 부담가지 실 것 없어요. 여기 상가 골목 초입에 보양 삼계탕집이 있는데, 맛이 기가 막히거든요. 거기 누룽지 삼계탕이 일품이에요.”

카지노 게임 추천가 하도 밀어붙이는 통에

“네, 그럼 내일 점심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재우님은 엉거주춤 거리 듯 대답하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비로소 필요이상으로 꽉 움켜잡았던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손아귀에 땀이 축축하다. 카지노 게임 추천 볼이 발그레 상기되었다.

가만있자. 그럼 내일은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카지노 게임 추천는 요즘 부쩍 풍성해진 옷장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왼쪽에서 오른쪽,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훑어가며 안성맞춤 의상을 고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흥얼흥얼’ 콧노래와 함께.



다음날.

카지노 게임 추천는 어제 미리 찜해두었던 연노랑 재킷에 푸른 비취색 바지를 입고는 얼마 전 큰맘 먹고 구입한 큼지막한 네모진 백까지 척 들고는 집을 나섰다. 행여나 1층 뽀득여사에게 들킬 가 싶어서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와서는 1층에서 종종걸음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보양 삼계탕 집을 향해서 잰 발걸음을 옮겼다.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매무새를 살피다가 약속시간에 빠듯하게 도착하게 생겼으니 성격 급한 카지노 게임 추천로서는 더욱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한숨에 달려오듯 삼계탕 가게 앞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는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다시 한번 매만지고는 ‘휴’하고 숨을 골랐다.

조심스럽게 가게 문을 열었다.


“여깁니다. 맹여사님.”

젠틀맨 재우님의 목소리를 눈으로 좇으며 만면에 미소를 띠던 카지노 게임 추천의 표정이 순간 당황스러움과 실망감에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런 젠장.'

창가쪽 안쪽 자리에 재우님과 뽀득여사가 나란히 앉아서 불독할매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침착하자. 침착하자.'


카지노 게임 추천는 느리게 두 사람이 앉아 있는 자리로 걸어가면서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오렸다.


“어서 오세요. 맹여사님. 마침 저도 한턱 쏠 일이 있어서 오늘 점심은 제가 대접하고 싶어서 두 분 모셨습니다. 하하하”

재우님은 필요이상으로 어색하게 크게 웃으며 이 애매하고 민망한 상황을 모면해보려 하는 노력이 역력하였다. 뽀득여사는 상황을 잘 모르는 터라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불독여사는 계속 입꼬리를 최대한 억지로 끌어올리느라 경련이 날 지경이었다. 이 어색함을 떨쳐 준 고마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삼계탕이 탁자 위에 묵직한 소리를 내며 놓였다.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수선을 피웠던 터라 먹음직스러운 삼계탕이 카지노 게임 추천의 눈과 코와 위장을 자극했다.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먹고 보자.’

바로 이런 점이 카지노 게임 추천의 세상살이 방식이자 정신건강에 이로운 점이었다.


뽀얀 삼계탕 뚝배기가 비어 가고 닭 뼈들이 소복이 쌓여가면서 점차 세 사람 사이에 흘렀던 미묘하고 긴장 넘쳤던 분위기가 살살 녹아졌다. 또 그렇게 노년의 동네지인들(이라고 하기 에는 누군가와 누군가 또 누구는 누구에게 로맨스가 깃들어져 있지만)은 삼계탕으로 몸보신도 하고 뽀득여사의 가게로 자리를 옮겨 향과 맛이 깊고 진한 콜롬비아산 원두커피를 머리를 맞대로 마셨다.


재우님이 한 턱 쏠 일이라 함은 올해 건강검진에서도 ‘별 탈 없음’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재우님은 뭔가 그럴싸한 것이 있어야 하는데 고심한 끝에 그래도 이것을 찾아냈다는 점에 대해서 스스로의 몸에게 대견함과 고마움을 새삼 느꼈다. 좀 억지스럽기는 해도 한 턱 쏠 일이 바로 이것이라고 밝혔을 때 두 여인들은 과연 무슨 소식일까 그대에 찬 눈빛을 보내다가 재우님의 말에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요. 우리 나이에 이 보다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 있나요?”

뜨끈한 삼계탕 국물에 이미 어색하고 민감한 감정들은 노곤노곤 풀어진 상태라서 그런지 친절하고 호탕한 여인들은 맞장구를 치며 응답해 주었다.




그날 밤.

카지노 게임 추천는 따뜻한 황토침대에 등과 허리를 지지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오늘 일이 황당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즐거웠고 따뜻했고 재우님에 대한 감정은 말할 것도 없고 뽀득여사도 점점 친구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활달한 성격에 비해 사교모임도 그간 없었고 딱히 친한 친구라고 할 만한 지인들도 동네에 없었던 터라 재우님과 뽀득여사가 동년배 친구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젊은 시절 내내 아등바등 살아내느라 힘겨웠는데 늘그막에 이런 재미난 일이 웬 호강이냐 싶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암만, 이런 호강이 없지.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이내 꿈나라로 마실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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