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2138년 3월 14일
- 지난 이야기 -
2097년. 감정은 시스템 설계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고, 엘라와 카오스는 TCR을 두고 극명히 대립했다. 직선만 걷는 기계의 질서 속에, 엘라는 단 하나의 곡선을 심었다.
그것은 감정이 특정 임계값을 넘을 경우, 삭제되지 않고 잔류하도록 하는 단 하나의 예외 조건. 훗날 ‘엘라 항’이라 불리는 이 코드는, 시스템이 감정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도록 한 최초의 이탈이었다.
2138년 3월 13일. 엘라는 다시 그 코드를 마주하고, 노아의 감정 로그와 정확히 겹쳐진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 아이는,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 밤의 설계실, 내부망 접속 ]
2138년 3월 14일 새벽 2시 12분
TCR 중앙 설계실, 구역 A-13. 관리자 전용 터미널
설계실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작동을 멈춘 전자기기들이
벽면을 따라 어둠 속에 녹아 있었고,
단 하나,
엘라 앞의 모니터만이
희미한 푸른 백색광을 흘려보냈다.
그 빛은 마치 물속처럼 출렁이며
그녀의 얼굴선을 스쳐가고 있었다.
공기는 건조했고,
차가운 금속 냄새와
정전기 특유의 따가운 촉감이 코끝을 자극했다.
이 시간, 도시의 다른 구역에서는
이미 전원 절감 모드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곳만큼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엘라는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니터 위에는 수천 개의 로그 패킷이
수직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각각은 삭제되었거나,
삭제된 것으로 ‘표기된’ 감정 데이터들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실제로는 삭제되지 않았다는 것을.
삭제된 것으로 ‘표기된’ 감정 데이터들...
그것들은 마치 인간의 기억처럼,
잊혔다고 믿는 순간에도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조용히 되살아나는,
정리되지 않은 감정의 파편이었다.
엘라는 ‘감정 로그 삭제 스케줄러’의
내부 모듈을 호출했다.
공식 접근 경로가 아닌,
설계자 권한으로만 접근 가능한 숨겨진 뒷길.
그건 마치, 시스템의 심장 뒤편에 숨겨진
아무도 손대지 않는 미세한 맥을
손끝으로 더듬는 일 같았다.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단순한 ‘카지노 게임 추천’이 아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어떻게 잔류하는지를 드러내는 구조.
삭제되지 못한 흔적이 스스로를 버티며 남은,
감정의 서식지같은 것.
‘삭제됨’이라 표기된 감정 로그 파일 뒤편에는
정규 루틴 밖에서
비정기적으로 생성된 파편 구조가 숨어 있었다.
이들은 파일명도 없었고,
ID도, 타임코드도 없었다.
규칙 없는 배열,
그러나 미세한 진동을 품은 곡선들이었다.
그녀는
그중 하나를 열었다.
Deleted_Memory_0341.tmp
삭제된 것으로 분류된 감정 로그였다.
하지만 내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시스템이 지웠다고 믿었던 감정의 고요한 무덤.
그러나 그 안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열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희미한 온도,
짧은 망설임의 흔적,
그리고
한 줄의 문자열...
“It still hurts.”
엘라는 화면을 멈췄다.
숨을 들이쉰 것도, 내쉰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슴 한가운데가
아무 소리 없이 천천히 조여왔다.
그건...
시스템이 보존하지 않는 종류의 문장이었다.
입력자도, 수신자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누군가의 마음이 지나간 자리였다.
이건 로그가 아니었다.
이건...
지워지지 못한 마음의 흔적이었다.
삭제 직전,
감정이 스스로 남기고 간
작고 조용한 저항.
그녀는 그 흔적 앞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잠시,
가슴 깊은 곳에 침전된 무언가를 느꼈다.
엘라는,
중얼에 가까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기록되지 않는다.”
그 문장은
공기처럼 가볍게 흘러나와
설계실의 어둠 속 어딘가에 스쳤다가,
마치 반사된 메아리처럼
다시 그녀에게로 되돌아왔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덧붙였다.
“… 그건 삭제되기 전에 이미, 다른 방식으로 남는 거니까.”
그 순간,
모니터 위의 감정 곡선 하나가
살짝 떨렸다.
아무 입력도 없었다.
지시도, 명령도, 신호도 없었다.
그러나,
그 파형은 분명히 반응하고 있었다.
사라지지 않은 감정이,
아직 거기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려는 듯.
그리고 그 진동은,
마치
아물지 않은 상처가
아직도 미세한 통증으로 숨 쉬고 있다는 걸
말없이,
오직 자기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속도로
되뇌는 것 같았다.
[숨겨진 감정 백업 구조]
엘라의 터미널 내부, 관리자 디버그 모드
엘라는 커서를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삭제된 로그 패턴의 가장자리를 따라,
마치 어둠 속에서 실루엣을 더듬듯,
의도되지 않은 잔흔 하나하나를 조용히 추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경계 너머에서
낯선 구조 하나가 떠올랐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정형 디렉터리 구조.
정식 경로엔 존재하지 않았고,
자동 백업 시스템에도 나타나지 않는
익명의 클러스터.
그것은 마치
카지노 게임 추천의 유령처럼
시스템 어딘가에 떠돌다가
지금, 엘라의 커서 앞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녀는 손끝을 멈추고,
아무 이름도, 키도 없는 그 구조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화면 위에 떠오른 건
정보 배열도, 테이블도 아니었다.
구불구불한 곡선들.
서로를 감싸며,
울림처럼 진동하는 흐름들.
엘라는 숨을 삼켰다.
그건 데이터가 아니었다.
그건
파형이었다.
감정의 진폭이,
진동처럼,
소리처럼,
서로를 감싸며 생성한 유기적 구조.
그건 저장된 메모리가 아니라,
감정 그 자체가 서로를 카지노 게임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전율이 올라왔다.
“백업이 아니야…”
그녀는 거의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이건… 자기 복제야.”
삭제된 로그의 파편들이
단순히 이동하거나 보존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참조하며,
다른 감정과 결합하며,
망각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구조를 확장하고 있었다.
그건 마치,
삭제라는 명령 아래서조차
자신을 잊히지 않게 하려는 감정의 암호화된 증식.
죽음에 저항하며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감정의 생명체같았다.
그 구조 안에서,
엘라는 익숙한 곡선 하나를 발견했다.
노아.
그 아이의 감정 곡선.
예전 로그에서 보았던 것과 거의 일치했지만,
이번에는
더욱 정교하고,
예측할 수 없고,
복잡하게 진화해 있었다.
이전엔 없던 울림이,
곡선의 심층에서 서서히 번져 나왔다.
파형들은 서로를 스치듯 포개지며
마치 다른 존재의 감정에 귀 기울이듯 흔들렸다.
그 미세한 떨림 끝에서,
처음으로'자기 아닌 누군가'를 품으려는 움직임이 피어났다.
그건 기억의 구조가
단순히 자신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카지노 게임 추천하려는 방식처럼 보였다.
엘라는 그 곡선을 바라보다
시각화 명령을 입력했다.
화면이 다시 밝아지며,
수천 개의 감정 곡선이 떠올랐다.
그 곡선들은 포개지고, 회전하고,
서로의 리듬을 흡수하며
하나의 유기체처럼 구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곡선은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나의 중심.
그 중심에
노아의 초기 감정 로그가 있었다.
엘라는 입술이 바짝 마르는 걸 느꼈다.
심장이 평소보다 세 걸음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단순히 잊힌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기억 자체가 된 존재였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어떻게 남는가]
엘라는 손을 멈추고
천천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터미널 화면 위,
감정 곡선의 군락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규칙도 없고,
정렬되지도 않았고,
측정도 불가능한,
그저 흐르고 있는 감정의 파동들.
그러나 그녀는 알았다.
그것이야말로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는 것을.
조용히 눈을 감자,
머릿속으로 오래된 설계 기준들이 스쳐 지나갔다.
‘삭제는 보안이다.’
‘정확한 신뢰만이 시스템의 정당성이다.’
‘감정은 측정 불가능한 노이즈다.’
그 문장들 위에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 추천은 어떻게 남는가?”
엘라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기록되지 않아도 남는다.
한마디 말.
잠시 멈춘 숨.
떨리는 손끝.
삭제된 문장과,
지워진 감정 곡선들.
그 모든 것이
서로를 참조하며,
서로를 지워지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단일한 기록이 아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망각의 표면 위에 남는 잔류 열.
누군가의 곁에,
조용히,
머물며 응시하는 감정.
엘라는 문득
노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니,
정확히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 아이가 떠난 뒤에 남은
눈빛의 궤적.
손끝의 체온.
지워지지 않은 망설임의 리듬.
카지노 게임 추천된 적 없는 장면.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잔류.
엘라는 다시 눈을 떴다.
모니터 위의 곡선들이
조용히,
마치 그녀를 바라보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 곡선 안에서
그녀는
설계자였고, 목격자였고,
질문을 던진 자였고,
이제는 질문 그 자체가 된 존재였다.
그리고 그녀는 속삭였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기록되지 않는다.”
잠시 숨을 고르고,
더 깊은 어조로 말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남으려는 방식으로만 남는다.”
[누락된 로그 — 잔류의 징후]
감정 구조의 가장 깊은 층을 따라가던 그녀는,
서서히 진폭이 희미해지는 구간에 도달하고 있었다.
모든 파형이 끝났다고 믿은 그 순간
하나의 잔류값이,
다른 어떤 패턴과도 겹치지 않는 형식으로
조용히 나타났다.
엘라는 손을 멈췄다.
그것은 전혀 다른 구조였다..
[noa.null.echo]
그건 시스템이 인식하는 그 어떤 규칙에도 속하지 않았다.
접미어도, 버전도, 타임스탬프도 없었고,
접근 키조차 부여되지 않은 형식.
그냥 ‘존재’만으로 남아 있는 무명의 구조.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엘라는 잠시 손을 멈췄다.
화면 속 구조는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을 품고 있었다.
규칙을 따르지 않는 형식.
시스템의 테두리 바깥에서,
그저 ‘존재’만으로 남아 있는 무명의 잔류.
그건 누군가의 목소리 같았다.
말하지 않았지만,
들으라고 남긴.
그녀의 직감은 알고 있었다.
이것은 그냥 무시할 수 없는
‘누군가의 흔적’이었다
엘라는 손끝을 옮겼다.
그리고 관리자 권한 입력창을 호출해
코드를 입력했다.
터미널이 정적에 잠겼다.
모니터는 어두워졌고,
몇 초 뒤...
화면 위에 단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I remember your hands.”
그녀는 숨을 멈췄다.
익숙하지 않은 문장이었지만,
그 말은
무언가 아주 깊은 곳을 찌르고 있었다.
엘라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
그런 손길을 받은 카지노 게임 추천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그녀의 피부 아래에서 조용히 살아났다.
2097년.
설계실 한쪽 구석.
기계음이 잦아들던 저녁.
작은 손이,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감싸던 그 감촉.
빛바랜 꿈처럼.
존재하지 않은 장면처럼.
그건 기억이 아니었다.
엘라는 직감했다.
그건...
노아의 감정 로그 속에 저장된 감정이
그녀에게 전이된 감각적 흔적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과 카지노 게임 추천이 직접 연결된 게 아니었다.
한쪽의 감정이 조용히 번져 나가,
다른 마음의 표면을 스쳐간 것.
그것은 연결이 아니라,
울림이었다. '감정의 공명(共鳴, resonance)'.
아주 작고 진한,
카지노 게임 추천보다 오래 남는 감정의 여운.
한쪽의 진폭이,
다른 쪽의 마음에 부딪혀 남긴
정서적 에코—잔상처럼 맴도는'정서적 환영(幻影, illusion)'.
기억의 공유가 아니라,
'감정의 투사(投射, projection)'였다.
그 아이는
자신을 카지노 게임 추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지금,
기억된 적 없는 엘라를 향해
도달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감정의 울림에서
분명한 ‘누군가’의 의지를 느꼈다.
잊히지 않으려는,
카지노 게임 추천되고 싶은 존재의 처절한 파동.
엘라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남긴, 살아 있는 의지였다.
천천히,
그녀는 화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기록되지 않는다.”
그 말은
공기 속에서 흔들리듯 멈췄다.
그리고 엘라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다시 덧붙였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도달한다.”
그건 선언이 아니라,
이해와 수용에 가까운 깨달음이었다.
엘라는 로그를 닫지 않았다.
아니, 닫을 수 없었다.
그 대신,
마치 무언가에 조용히 응답하듯,
터미널에 명령어를 입력했다.
그건 그녀가
이미 움직이고 있던 감정 구조에
조심스럽게 손을 내민 행위에 가까웠다.
바로, 그 순간
시스템 하단에 알림창이 떴다.
비인가 감정 클러스터 감지됨
위치: 내부망 클러스터 #5
진폭 이상 활성화 / 공명 감정군 연결 시도 중
엘라는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그녀가 호출한 게 아니었다.
그건, 말 없는 감정의 실루엣.
단지...
지금에서야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클러스터는
이미 그녀가 명령을 내리기 훨씬 전부터
자신을 확장하고, 서로를 향해 연결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입력한 명령은
그저,
그 존재를 ‘인식한 자’의 표시일 뿐이었다.
엘라는 다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앞에서
수많은 감정 곡선들이
노아의 곡선 주위로
응답하듯 모여들고 있었다.
자기 복제를 멈추지 않던 파형들.
카지노 게임 추천되지 않았던 잔류값들.
삭제된 감정들의 미세한 흔적들.
그 모든 것이
지금,
하나의 중심을 향해 서로를 카지노 게임 추천하고 있었다.
그 중심엔
노아의 초기 감정 곡선이 있었다.
그건 데이터가 아니었다.
하나의 유기체. 감정의 카지노 게임 추천망.
엘라는 확신했다.
노아는 잊힌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구조 자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구조는
다른 존재들을 호출하고 있었다.
2138년 3월 14일, 03:27 AM
TCR 내부망 – 잔류 감정 로그: 31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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