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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도 하는 변호사 Feb 07. 2025

도도와 엄마의 사랑 이야기

추운 겨울이 다가오한 가지 루틴이 생겼습니다. 토요일 오전 9시가 되면가방을 메고도서관에 갑카지노 가입 쿠폰. 집 근처에 위치한도서관에 가기 위해서는 푸른 잔디밭과 나무들이 모여있는공원 길,작은 개천을 잇는아담한 다리를 지나야 합니다. 공원을 지나는길과 다리로 가는 길은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동차출입 금지 구역이라,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속에는 새 지저귀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다리 밑 작은 개울물 흐르는 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토요일 오전에는 사람들마저 없어 차가운 공기와 유난히 파란 하늘에 한적한 기분이 절로 듭니다.


이렇게 토요일 아침 도서관에 가서 다가올 한 주 동안 아이와 함께 읽을 책, 제가 읽을 책들을 빌립니다. 도서관에서는 1인당 5권의 책을 빌릴 수 있는데, 여차 여차 책을 고르다 보면 10권의 책 중 2권은 제 책, 8권은 도도 책으로 구성됩니다. 그렇게 빌려온 책들은 주말과 일주일 동안 도도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저에게는 주말에 누워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는 여유를 선사해 줍니다.


도도라는 애칭을 가진 저희 집 아이는 이제 5살이 됩니다. 도도와 함께 도서관에 가면 좋지만 가는 길이 춥기에 "엄마, 재미있는 책으로 빌려 오세요. 차 조심 하시고요"라며 몇 번이고 손을 흔들고 현관문이 닫힐 때까지 배웅하는 아이의 주문서를 가지고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아이와 여러 책을 함께 읽다 보니 이제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 취향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도도는 선명한 색상에 장난스럽지만 눈에 잘 들어오는 그림 혹은 수채화 느낌이 나는 아름다워 보이는 그림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주제는 매 시기마다 조금씩 바뀌지만 빵이나 케이크 등 요리를 만드는 이야기를꾸준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날도 어린이 코너를 서성 거리다 도도가 좋아할 만한 한 권을발견했습니다. 제목은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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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예스 24


이야기 속에는 들쥐구리와 구라라는 친구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세상에서 요리 만들기와 먹는 일을 가장 좋아합니다. 둘은 요리 재료를 찾기 위해 숲 속으로 갑니다. 도토리 요리를 만들기 위해 도토리를 줍다길 한가운데에서 아주 아주 커다란 알을 발견합니다. 처음에 구리는 이 알로 커다란 달걀 프라이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구라는 아침부터 밤까지 먹어도 다 못 먹는 커다란 카스텔라를 만들어 먹자고 이야기합니다. 구라 역시 이에 찬성하며카스텔라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구리와 구라는 숲에서 발견한 아주 커다란 알을 집으로 가져가 카스텔라를 만드려 했습니다. 하지만 알이 너무 커서 옮길 수 없었고, 고민 끝에 결국 숲에서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구리와 구라는 집으로 가서 카스텔라를 만들 재료와 아주 큰 프라이팬을 가져오고 숲에서 카스텔라 만들기가 시작니다. 큰 팬에서 카스텔라가 구워지자 숲 속에는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합니다. 맛있는 빵 냄새에 이끌려 동물 친구들이모여듭니다. 폭신하커다란 카스텔라가 성공적으로 완성됩니다. 구리와 구라는 숲 속 동물 친구들과 카스텔라를 맛있게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는 마무리가 됩니다.


책을 훑어보면서 도도가 참 재미있게 읽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책을 빌려 집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도도는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책을 몇 번이고 읽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수요일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도도가 말했습니다.


"엄마, 어린이집 다녀와서 카스텔라 만들어요."


도도는 카스텔라를 만들어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 구리와 구라의 모습을 재현해 보고 싶었나 봅니다.


"좋아! 있다 만들자."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도도는 저와카스텔라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동화에 나오는 구리와 구라처럼 앞치마도 입었습니다. 뒤처리를 조금이라도 손쉽게 하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아 바닥에 신문지도 넓게 깔아 놓았습니다.


5살 도도는 달걀 깨기도 제법 잘합니다. 달걀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한 후, 달걀흰자에 설탕을 섞어 거품기로 풍성한 거품을 만듭니다.머랭이 들어 있는 볼에 밀가루, 우유, 버터 달걀노른자를 넣는 과정은 도도담당입니다. 카스텔라 만들기는 생각보다 간단해금세 반죽이 완성되었습니다.


도도와 저는 반죽을 어떤 틀에 구울까 잠시 고민합니다. 구리와 구라처럼 커다란 프라이팬은 없었기에 집에 있는 머핀틀에 반죽을 굽기로 했습니다. 숟가락으로 반죽을 머핀 틀에 넣어 주면 이제는 굽는 일만 남았습니다. 오븐에 넣고 약 180도 온도에서 15분 정도 구워주면 됩니다.


카스텔라가 오븐에 들어간 지 약 5분이 지나자 뜨거운 불에 반죽이 구워지고 있는지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오븐 밖으로 살살 풍겨 나오기 시작합니다. 잘 구워지고 있나 봅니다. 냄새를 맡은 도도는 빨리 먹고 싶은지 숲 속 동물 친구들처럼 10초에 한 번씩 묻습니다.


"엄마, 언제 먹어요? 다 됐어요?"


저는 웃으며 곧 구워진다고 대답합니다. 달콤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땡"


오븐 소리와 함께 동그랗게 부푼 노란 카스텔라가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구워진 카스텔라를 뜨거워진 오븐에서 꺼내 조심조심 가져와 그릇에 담습니다.


이제시식시간입니다. 도도는 차가운 하얀 우유에 카스텔라를 찍어 먹고 싶다고 주문했니다. 그래서 저는 두유, 도도는 흰 우유를 옆에 두고 카스텔라를 먹기 시작합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카스텔라를 차가운 우유에 폭 찍어 먹더니 도도가헤헤웃으며 말합니다.


"엄마, 빵집 카스텔라가 더 맛있어요."


도도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자 웃음이 터집니다. 제가 조금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더니, 통쾌한 듯 웃으며 우리가 만든 카스텔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다시 말해주는장난꾸러기도도입니다. 도도의 말처럼 카스텔라 반죽이약간 거칠어 머핀 같은 맛이 났지만 우리가함께 만든 빵이라 그런지 또 다른 맛과 분위기에 그저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아이와 함께한 즐거운 시간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다아이가 나에게 주는 사랑이라는 감정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도도를 처음 만난 지 거의 5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 시간 동안 부모로서 여러 가지 감정을 접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생명의 탄생에 대한 경이로움, 아이의 빙그레 웃는 표정 하나에도 감탄이 터질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복함 뒤에는 부모로서 가져야 하는 인내가 있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었습니다.


법정 오피스 드라마 굿파트너 6화 "부모의 자격"에서 차은경 변호사가 신입변호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애 키우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지?

나 자신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부모로서만 살게 되는 거야. 내 시간아예 없지.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기 자신이 삭제되는 경험을 해."


위 대사처럼 저 역시 부모가 되면서 아이에 대한 사랑에 매료되었지만 동시에 자신이 사라지는 시간을 경험하였습니다. 한 때는 자신이 사라지는 경험에 대해 희생이라 생각하기도 하였고, 없어지는 시간이라며깊은아쉬움을혼자서토로한 적도 있었습니다.


달기도 쓰기도 했던 시간을 지나 아이가 하나의 인격체로 자라나 가는 모습을 보며 그때의 시간들을 되돌아봅니다. 물론 힘든 시간도 존재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시간 중 많은 시간을 아이에게 내어줄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하면서 부모는 자신이 삭제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지만, 또다시 부모는그 시간 안에서아이의 사랑을 먹으며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됩니다. 어두운 굴 속에서 마늘을 먹은 웅녀처럼요. 그런 시간을 지나아이와 함께 다시 태어나 성장해 나가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라나면서 아이로 인해 웃고, 아이로부터 그 어떤 것보다 풍만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시간다는사실하나를기억하려 합니다.엄마와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매일 같이 외치는아이의 사랑 고백을 들을 수 있는황금 같은 시간들빠르게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와 함께하는 오늘, 한 번 더 아이를 안아주며 너를 세상에서 가장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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