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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도 하는 변호사 Feb 25. 2025

AI가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해 줄 수 있을까?

클라라와 태양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는삶을 살아갈 때 생의 원동력이자 희망이 됩니다. 그 대상이 자녀인 경우 애정의 깊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면 그리움과 슬픔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 고통은 창자가 끊어지는 것같다고 말합니다.


인간에게 사랑했던 사람과 완전히 동일한 AI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 AI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대신할 수 있다면 우리는 깊은슬픔을 걷어내고 사랑하는 사람과 똑같이 프로그램된 AI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출처: YES 24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독자들에게 의문을 던져주는 소설입니다.

(*주의: 아래 내용에는 소설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사람의 감정을 정교하게 읽고 복사하는 로봇 클라라


<클라라와 태양은 소녀 조시와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때는 곧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야기는 AF 로봇 판매점에서 시작됩니다. 클라라는 AF 로봇 판매점에 전시되어 있는 소녀 로봇입니다. 클라라는 B3기종의 인공지능 로봇으로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사람이 하던 보모 역할을 AF로봇들이 대신 맡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기도 하고, 아이의 안전을 지키고 학습도 담당합니다.


소녀 로봇 클라라는 보통 AF 로봇에 비해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층위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읽어내기 때문에 읽는 내내 사람보다 정교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느 날 열네 살 소녀 조시는 쇼윈도에 전시되어 있는 AF로봇 클라라를 발견합니다. 조시는 클라라가 마음에 쏙 들었는지 너를 데리러 꼭 오겠다고 클라라에게 약속을 합니다. 그렇게 조시는 며칠 후 두 차례 쇼윈도 앞에 나타나 클라라에게 조시의 집으로 데리고 가겠다며 마음을 전합니다. 조시의 말에 클라라는기대에 부풉니다.


하지만 조시는 다시 나타나지 않습니다. 클라라는 잘 팔리지 않았기에 쇼윈도에서 창고 쪽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그 시점 조시가 엄마와 AF 매장을 방문합니다.


조시 엄마크리시는 직업여성으로 날카로운 인상에 매우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조시는 엄마에게 클라라를 사달라 부탁하지만 조시 엄마는 클라라에게 자신이 필요로 하고 있는 능력이 있는지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클라라에게 조시의 걸음걸이를 똑같이 따라 해 보라는 등 이상한 요구들을 이어 갑니다. 추가적인 질문을 클라라에게 계속 던지고, 조시 엄마는 무언가 만족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클라라를 구입하기로 결정합니다.


2. 향상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릭


클라라는 조시를 따라 조시의 집으로 가게 됩니다. 조시의 집은 교외에 있는 주택으로 평화로우며 햇빛이 아주 잘 드는 곳입니다. 조시네 집에는 가정부 멜라니아가 있지만 멜라니아는 AF 로봇 클라라에게 쌀쌀맞기만 합니다.


조시의 집 근처에는 릭이라는 남자친구와 엄마 헬렌이 사는 집만 있을 뿐입니다. 릭은 조시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입니다. 조시와 릭은 서로 미래를 약속한 사이입니다.


하지만조시와 릭은 아주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조시는 상이 된 아이이지만 릭은 상을 선택하지 않은 아이입니다. 이 소설에서 향상된아이들이란 우월한 유전자 변형을 거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조시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상을 거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에는 대학진학 및 사회진출 등에 제약을 받게 되는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어느 날 조시는 릭에게 클라라를 소개하고 화요일 점심 모임에 올 것을 제안합니다. 이 모임은 향상된 아이들이 사교성 향상을 위해 열리는 모임입니다. 모임이 시작되고 밖에서 엄마들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클라라는 이 대화를 듣다가 조시에게 셸이라는 언니가 있었고 셸은 향상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죽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조시 역시 현재 향상 후 부작용을 겪고 있어 몸이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향상되지 않은 릭은 모임에 참석하고 향상을 선택하지 않은 유일한 아이로 다른 아이들의 묘한 시선을 받습니다. 이 시대에는 아이들을 위해 향상을 선택하는 것이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택으로 생각되고 있음에도 릭의 엄마 헬렌은 릭에게 향상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기에 향상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길을 걷는 헬렌이 어떤 사람일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3. 조시 엄마 크리시의 이상한 행동들


교류모임이 있고 3주 후 조시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집니다. 조시의 건강이 나빠진 것은 향상을 받고 나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잘 호전되면 항상 된 아이로 사회에 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호전되지 않게 될 경우 사망하게 되지요. 조시의 언니 처럼 말입니다. 클라라, 조시의 엄마, 멜라니아 모두 조시가 나아질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조시의 엄마는 조시의 상태가 호전되면 조시, 클라라 모두 다 같이 모건폭포에 다녀오기로 약속을 합니다. 하지만 모건폭포를 다녀오기로 약속한 일요일 오전 조시는 몸이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몸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들키게 됩니다.


조시와 엄마는 다투고, 결국 엄마와 클라라 둘이서만 모건 폭포에 다녀오게 됩니다.모건폭포에서 조시의 엄마는 클라라에게 이상한 행동을 요청하기 시작합니다. 조시와 똑같이 걸어보고, 말투를 흉내 내 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조시를 유의 깊게 관찰해 조시를 흉내 낼 수 있게 할 것을 지시합니다.나중에 말을 알고 나면 당시 클라라를 조시 대하듯 한 엄마의 행동이 소름 끼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건폭포 사건 이후 조시와 클라라의 관계가 냉랭해지게 됩니다. 조시의 상태는 계속 악화되고 언니 셸과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에 휩싸입니다. 라이언 박사가 와서 조시의 상태를 점검하고, 남자친구 릭이 자주 조시네 집에 놀러 옵니다. 조시와 릭은 말풍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말풍선 게임을 하던 중 릭이 조시의 초상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조시는 릭이 예민하게 군다고 이야기합니다. 또다시 말풍선 놀이를 하다 둘의 사이가 틀어지게 됩니다.


4. 로봇 클라라는 조시와 똑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조시의 건강이 호전되어 진행 중인 조시의 초상화를 위해 교외로 나가게 됩니다. 조시는 아빠 폴을 만납니다.엄마 크리시, 조시, 아빠 폴, 클라라는 카팔리씨를 방문합니다. 카팔리씨는 클라라에게 자신이 준비한 설문에 답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클라라는 이층으로 올라가 설문에 답을 하고, 진행 중인 조시의 '초상화'를 목격하게 됩니다.


클라라는 진행 중인 조시의 '초상화'는 초상화가 아닌 조시를 닮은 AF 로봇을 제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초상화가 있다는 방에 들어서자 조시를 닮은 인형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조시의 엄마는 조시가 향상에 실패해 죽을 경우 이 껍데기 안에 클라라를 넣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클라라에게 조시 엄마 크리시는 클라라에게 조시가 향상에 실패해 죽게 되는 그날이 오면 "조시가 되라고" 말합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조시 엄마 크리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합니다. 카팔디 씨는 조시 안에는 로봇 클라라가 대체하지 못하는 그 무엇도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인간에게 마음이 존재하지만 그 마음이라는 것도 어떤 특정적인 반응, 기계적인 반응일 뿐이라고 말이지요. 오히려 문제는 조시 엄마 크리시가 가지고 있는 마음은 대체될 수 없다는 편견뿐이라고 말합니다.


"클라라가 이미 조시의 충동과 욕구에도 포괄적으로 접속할 수 있다는 증거요. 문제는, 크리시 당신이 나하고 비슷하다는 거예요. 우리는 감상적인 사람들이죠.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리 세대는 여전히 과거의 감정을 지니고 살죠. 마음 한편에서 그걸 붙들고 버리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 내면에 가닿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계속 믿고 싶어 해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는 고유한 무언가가 있다고. 하지만 그런 건 없어요.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당신도 알고요. 우리 세대 사람들은 무언가 있다는 생각을 놓기 힘들어요. 하지만 그 생각을 버려야 해요, 크리시 이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조시 내면에 클라라가 계속 이어 나갈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클라라와 태양, P308, 가즈오 이시구로, 홍한별 옮김, 민음사




클라라는 태양의 도움으로 조시를 살려냅니다. 오후 어느 날 뜨겁게 내리쬐어 들어오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은 조지는 기적과 같이 건강을 회복하게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조시의 엄마가 걱정했던 조시가 죽게 되는 그날오지 않았습니다. 클라라도 더 이상 조시가 되지 않아도 됩니다.시간이 흐르고 조시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5. 클라라가 조시를 이어갈 수 없었던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


조시가 대학생이 되고, 조시는 집을 떠납니다. 조시가 성장함에 따라 기계인 클라라도 수명이 다하게 됩니다.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클라라는 낡은 로봇들이 모여있는 창고로 옮겨지게 됩니다. 그곳에서 클라라는 옛 AF 매장 매니저를 만나게 되고 대화를 나눕니다.



"카팔디 씨는 조시 안에 제가 계속 이어 갈 수 없는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에게 계속 찾고 찾아봤지만 그런 것은 없더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카팔디 씨가 잘못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카팔디 씨가 틀렸고 제가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결정한 대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홍한별 옮김, 민음사, p441-442 중 )



클라라는 AF 매니저를 만나고 이렇게 대답합니다. 만약 조시가 죽게 되어 클라라가 조시를 대신하는 상황이 왔더라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 이유는 클라라가 조시를 똑같이 복사해 행동했다고 하더라도할 수 없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조시가 가진 마음을 똑같이 복제한다고 하더라도 조시를 사랑하는 그 사람들이 조시에게 느낀 감정에는 다가갈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카팔디 씨는 조시 안에 클라라가 이어 갈 수 없는 특별한 건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존재했다고 말합니다. 아주 특별한 무언가는 조시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다고 말이지요.


클라라는 우리가 머지않아 만나게 될 일상이 될 것입니다. 인간들은 끝없이 발전하는 기술을 이용하고, 그 결과 생명이 담보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가진 욕망을 실현하고자 기술을 끊임없이 이용해 나갈 겁니다. 그 기술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과 동일한 AI를 만들어 그 슬픔마저 치유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클라라의 대답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AI로 만든다 할지라도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클라라의 대답처럼특별한 무언가는 사랑하는 사람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메인화면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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