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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의 뜰 Mar 28. 2025

고인 물

세 번째


금요일 정오의 햇살은 평소보다 더 눈부셔 엄숙한 사무실의 분위기를 들뜨게 만들기도 했다. 지은은 점심이 되자 연경에게 지나가는 말로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무료 카지노 게임 그럼 우리도 오늘 나가서 분식 먹을까요라고 지은에게 먼저 물었다.

네, 좋아요.

무료 카지노 게임 옆에 4팀의 민준과 함께 있는 박대리에게 다가가 이야기 했다

박대리님, 지은 씨랑 저 오늘 나가서 분식 먹으려고요.

아, 우리 지은 씨 떡볶이 먹고 싶었어?

지은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맛있게 먹고 와요.

대리님이랑 민준 씨도 점심 맛있게 먹어요.

무료 카지노 게임 손을 낮게 들어 두어 번 흔들고는 두 사람을 태운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맞은편 엘리베이터로 몸을 돌렸다.


건물 밖은 출근할 때 연경이 보았던 침울한 아침 풍경과 달리 같은 사원증을 목에 건 사람들로 꽤 활기를 띄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때문인지 아니면 점심시간이면 늘 이런 지, 둘 다겠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가서 먹는 직원들 많네요. 전 구내식당 밥이 맛있고, 누가 차려준 밥 같아서 좋던데.

아, 대리님은 자취하신댔죠.

네, 지은 씨는 엄마 밥 먹어서 좋겠어요.

지은 씨는 이번에도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르는 옅은 미소로. 무료 카지노 게임 지은의 그런 미소가 네, 아니오와 같은 명확한 대답이 아니어서 더는 그 주제로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 생각했다. 지은의 그런 화법이 조심성에 기인한 건지 아니면 상대의 질문에 자기만의 생각을 할 시간을 갖기 위한 뜸 들임인지 무료 카지노 게임 알 수 없었다. 적어도 엄마 밥을 먹어서 좋겠다는 누군가의 찬사에 네라고, 웃으며 말하는 지은 씨이길 바랐다. 그랬담 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가 해 준 집밥 중에 지은 씨는 뭐가 제일 맛있어요, 아, 지은 씨는 그거 좋아하는구나 라며 대화를 이어갔을 텐데. 뚝 끊긴 대화의 벽 앞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 서둘러 분식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금요일이라서 너무 좋네요 라는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내뱉으며.


매캐한 떡볶이를 먹고서 무료 카지노 게임 달달한 커피가 생각났다. 분식집에 나와 사무실로 가는 길에 근처 편의점에 잠깐 들르자고 지은에게 이야기했다.

저도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을까 했어요.

마침 잘 됐네요.

무료 카지노 게임 빨대 커피를 세 병을 두 손 가득 들고 계산대로 갔다. 지은의 아이스크림 값을 같이 계산하려는데 이미 계산을 마친 지은은 아이스크림 껍질을 까고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이 사셨어요?

이 커피 2+1이라 민준 씨 거랑 박대리님 것도 같이 샀어요.

지은은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고 뜻 모를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점심시간이었다. 오늘도 무료 카지노 게임 다른 팀 남자 직원들과 구내식당으로 가는 길에 지은 씨 책상 앞을 지나며 어서 올라가자고 말을 건넨다. 그때 지은은,

저 도시락 싸왔어요. 이제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려고요.

라고, 오늘 구내식당 메뉴는 육개장이래요와 같은 전혀 놀랍지 않은 어투로 연경에게 이야기했다. 조금 놀란 연경은,

아… 그래요. 맛있게 먹어요라고 짧게 대답하고 가던 길을 걸어갔다. 그녀 역시 지난주에도 육개장 나왔었죠와 같은 무심한 어조로 별일 아니라는 듯이.


주연과 최대리 같은 사이를 바라고 지은에게 마음을 쓴 건 아니었다. 그래도 연경은 두 사람이 공유하며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사무실의 다른 직원보다 많다고 여겼었다. 어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도 지은이 흘리듯 먼저 이야기해 줄 수도 있는 일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연경에겐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았던 지은이, 최대리와 주연과 같이 점심을 먹기로 결심한 걸 보면 연경이 생각했던 어리숙한 지은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안도와 함께 그간 지은에게 향했던 연경의 사소한 마음씀이 외려 무색해졌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제 지은은 연경과 무관한 팀의, 업무상 하나도 겹칠 일이 없는 마치 3팀의 팀장과 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또다시 입사 첫날, 연경은 맞은편 책상 가림막처럼 마음을 가려버린 최대리를 마주하듯 그 외딴섬 같은 책상에 홀로 앉은 기분을 느꼈다.


회사가 커질수록 업무는 분업화되기 마련인데 무료 카지노 게임 업무를 분담하는 일에 늘 익숙지 않았다. 거래처에서 오더를 받고 출고하고 선적하고 대금을 받는 일련의 과정들을 주연과 나눠하는 게 몸은 편할지언정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물론 기존 업체들과 진행했던 업무이기에 주연은 몸에 밴 관성대로 척척해 나가고 있었지만 매번 무료 카지노 게임 주연에게 아쉬운 듯 출고와 선적을 부탁을 했다. 내 일을 떠 넘기는 듯한 미안함을 안고서.


주연 씨, 저 오늘 오더 온 거 방금 메일 공유해 드렸어요. 확인하고 출고 가능한 날짜 확인 좀 해 주세요. 선사에 연락해서 업체에 선적 가능일 오늘 중으로 알려줘야 해서요.

아, 네.

잠시 후 주연 옆자리에 앉은 최대리가 주연에게

주연아, 나 이거 재고 좀 잡아줘.

언니, 저 지금 신과장님 거 출고할 게 있어서 그거 마무리하면 해 줄게요.

나 이번 달 안에 이거 출고해서 매출 올려야 해. 재고 확인해 보니까 얼마 없더라고. 빨리 좀 잡아줘.

어, 알겠어요. 바로 해 줄게요.


무료 카지노 게임 주연의 일감을 덜고 담당자로서 연경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면 좋겠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장 출고 업무를 배워보는 게 어떨지 물었지만 주연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주연의 일이 세 사람의 주문을 처리하는 일이라 조금 버거울 수 있어서 배려의 마음과 동시에 연경의 일 처리가 조금 밀리는 걸 염려하는 마음이 섞인 조심스러운 제안이었다. 주연 씨를 통하지 않고 연경 스스로 바이어가 요청하는 대략적인 선적일을 재고 상황을 확인하고 바로 대답해 주는 정도의 일이라면 서로에게 무리는 아닐지 모르겠다 여겼다. 그러나 그럴 필요 없다는 주연의 대답에 무료 카지노 게임 괜한 오지랖을 피운 것 같아 애써 태연한 척 웃어 보였지만 이내 곧 후회했다. 연경의 배려가 주연에게는 무례함으로 비칠 수도 있으리라고, 출고 업무는 1팀에서 주연이 지켜야 할 주연만의 영역이어야 한다는 것을 무료 카지노 게임 뒤늦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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