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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Mar 14. 2025

백화점 쟈스민은 아니어도 카지노 쿠폰 VIP는 되고 싶어

매해 3월 첫날이면 내가 기다리는 소식이 있다. 그건 바로 카지노 쿠폰 우수회원 선정 문자다. 우수회원에 선정되려면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 번째는 매월 대출 기록이 1회 이상이어야 하고, 두 번째는 연체 기록이 없어야 하며, 세 번째는 최다 대출자 상위 1천 명에 들어야 한다. 이미 수년째 우수회원이어서 당연하고도 느긋한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하곤 했다.



우수회원이 된다고 해서 뭔가 큰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출 권수를 7권에서 10권으로 늘려주는 게 다다. 가족의 이름으로 대출 카드를 여럿 만들어 다 같이 쓰고 있기도 하니 실상 대출 권수가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수회원 천 명을 불러 레드카펫을 깔아 놓고 표창장을 주는 것도 아니며 축하 케이크라도 나눠 먹는 그런 일도 없다. 카지노 쿠폰에 입장할 때마다 팡파르를 울리는 것도 아니고 배지라도 나눠줘서 카지노 쿠폰에 드나들 때마다 “에헴”하며 눈에 띄게 생색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 혼자 느끼는 모래알 같은 명예가 있었다. 좀 더 그럴싸하게 말해보자면 우리 구에서 도서 대출자 중 천 명에 들 정도로 책을 많이 읽으며 책 반납을 재깍재깍 잘하는 신용 있는 사람임을 카지노 쿠폰에서 인정해 준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남들 눈에는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인 우수회원이 나에게는 나름의 큰 의미가 있었다는 뜻이다.



카지노 쿠폰에서 예고한 발표일이 며칠 지났는데도 통 문자가 없었다. 스멀스멀 불안감이 올라와 카지노 쿠폰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았다. 구립 카지노 쿠폰 공지 사항에 2025년도 우수회원 명단이 있었다. 문자 수신에 문제가 있었을 뿐 분명 첨부 파일 명단에 내 이름이 있으리라 확신했다. 침착하게 파일을 열고 눈을 크게 뜨고 한 줄씩 읽어 나갔다. ㄱ, ㄴ, ㄷ 순으로 정리된 이름을 여러 차례 되짚어 보아도 내 이름이 있어야 할 곳에 내 이름이 없었다.


내가 탈락이라니! 내가 우수회원이 아니라니!!



그날 밤 나는 잠을 설쳤다. 도대체 내가 왜 떨어졌을까. 전산상의 문제라도 있었던 걸까. 더는 우수회원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부정과 탈락에 대한 분노, 뭔가 착오가 있었을 거란 의심으로 밤새 뒤척거렸다. 내가 하는 모든 것에 심드렁한 남편이지만 어느 날 모임에서 배우자 자랑을 하는 지인에게 “우리 와이프는 카지노 쿠폰 우수회원이야.”라며 응수했던 그의 모습이 오밤중에 선연히 떠올랐다. 내가 우수회원에 탈락한 것도 모른 채 옆에서 쿨쿨 맛있게 자는 남편을 보니 나의 의식은 한층 또렷해지며 한숨이 연거푸 나왔다.





다음 날 낯선 사람과의 통화가 부담스러운 경증의 콜포비아는 큰 결심을 했다. 카지노 쿠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어보기로.

“제가 이번에 우수회원에 떨어져서요. 이유가 궁금해서 전화드렸어요.”

소심한 나의 목소리에 직원분은 이름을 묻고는 시원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작년 8월 한 달 동안 1권도 대출한 적이 없으시네요.”



아뿔싸. 작년 8월은 말레이시아 3주 살이를 했을 때였다. 연체가 되지 않도록 책을 빌리지 않았던 게 기억이 났다. 동시에 나의 억울했던 마음도 스르르 풀렸다.

“그럼 혹시 우수회원에 뽑히신 분들은 평균적으로 몇 권씩 대출하셨나요?”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다. 몇 권을 읽어야 상위 1천 명에 들 수 있는지.

“음, 책을 조금 빌리신 분도 있고 많이 빌리신 분도 있고요. 평균 백 권 정도 대출하셨네요. 그런데 이번 우수회원은 천 명에 채 못 미치네요.”

역시 기억보다 기록이 더 정확했다.



내가 마트보다 자주 가는 곳이 우리 동네 카지노 쿠폰이다. 장바구니 같은 쇼퍼백에 책을 가득 담아 15분 거리를 오가고 있다. 산책하듯 운동하듯 걸어 다니기에도 적당하다. 긍지와 자부심으로 오고 갔던 거리가 요즘 따라 황량하게 느껴진다. 짐과 사람을 싣고 사막을 건너는 인내심 많은 낙타처럼 오늘도 책가방을 둘러메고 뚜벅뚜벅 걸어야겠다. 2026년도 우수회원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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